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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불꽃 슈터’, 꺾여버린 후반기 페이스

농구

by 멍뭉큐라덕션 2023. 3. 2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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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불꽃 슈터’, 꺾여버린 후반기 페이스

기사입력 2023.03.25. 오전 07:01 최종수정 2023.03.25. 오전 07:01

올해 KBL 정규리그 MVP 페이스는 전반기와 후반기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시즌 중반까지는 고양 캐롯 전성현(31‧188.6cm)의 독무대였으나 이후 압도적이었던 기세가 주춤하면서 서울 SK 김선형(34‧187cm)이 무섭게 치고 들어왔고 안양 KGC 변준형(27‧185.3cm) 또한 선두팀 프리미엄을 앞세워 맹추격하는 분위기다.

슈터 전성현은 올시즌 최고 히트상품 중 하나다. 쟁쟁한 동료들이 도와주던 전 소속팀 KGC시절과 달리 새로운 팀 캐롯에서는 해야될 일이 늘어나고 집중견제도 많아졌다. 때문에 이래저래 고전이 예상됐지만 외려 더욱 뜨거워진 손끝을 뽐내며 올시즌 역대급 슛쟁이로서의 행보를 밟아나갔다.

그간 KBL을 대표하는 슈터하면 문경은과 조성원이 대표적으로 꼽혔다. 어지간히 잘하는 슈터가 등장해도 이들과 비교하면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가운데 현재의 전성현은 두 전설의 턱밑까지 쫓아왔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문경은과 조성원의 기록을 하나씩 깨트려가며 현세대 최고 슈터로서의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중이다.

29경기 연속 3점슛 2개 이상을 넣은 문경은의 기록을 42경기 연속으로 제쳐버린 것을 비롯 조성원의 54경기 연속 3점슛 기록도 가볍게 넘어선 상태다. 그 외…, 차근차근 3점슛에 무게감을 더하며 크고 작은 기록을 넘어서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 한창인 나이를 감안했을 때 몇시즌간 현재의 기량을 유지해 나간다면 누적기록 상당수도 전성현의 품안에 들어올 공산이 크다.

사실 문경은은 동시대 슈터중 사이즈적인 부분에서 좋은 편에 속하며 슛외에 특유의 탄력과 센스를 앞세워 2대2게임 등에도 능하다. 조성원같은 경우 폭발적인 스피드가 일품이다. 반면 전성현은 슈팅력 외에 나머지 부분에서는 지극히 평범하다는 점에서 더욱 슈터로서의 향기가 짙다는 의견이 많다.

때문에 시즌 중반까지만해도 전성현의 무난한 정규리그 MVP 수상을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라운드별로 경쟁자는 있었지만 그야말로 미친 듯이 3점슛을 몰아치는 불꽃같은 퍼포먼스를 넘어설 후보는 없어보였다. KGC시절과 달리 상대팀의 엄청난 수비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를 이어나갔다는 점도 플러스로 인정받았다.

전성현은 빠르게 슛동작을 가져가면서도 점프력이 좋아 슈팅 타점이 높다. 거기에 딥쓰리와 로고샷까지 던질 정도로 긴 슛거리를 가지고 있다. 강한 압박 수비에 시달리더라도 쉽게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공격이 외곽슛임에도 그를 막기 어려운 이유중 하나다. 전성현은 기본적으로 오프 더 볼 무브가 좋다.

끊임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수비를 혼란스럽게하다가도 볼을 잡았다싶은 순간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게 슈팅 공간을 확보해 슛을 던진다. 아주 작은 빈틈이라도 놓치지않는 킬러 본능이 있다. 올시즌에는 자신에 대한 수비가 한층 거세져서인지 다양한 페이크 동작을 통해 수비수를 제치고 타이밍을 만들어내는 장면도 자주 보여주는 모습이다.

중반기 이후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졌음에도 평균 17.62득점(전체 7위), 2.62어시스트, 1.94리바운드, 1.06스틸로 수준급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당 3점슛 성공갯수는 여전히 1위(3.42개)를 놓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성공률에서 8위(37.50%)까지 떨어졌지만 1위(40.52%)와의 격차가 크지않고 성공횟수를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까지는 아니다.

시즌내내 활활 타오르던 전성현의 페이스가 떨어진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거론되고 있다. 일단 캐롯의 주득점원으로서 매경기 상대팀 집중마크에 시달려야 했던지라 체력적으로 지칠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더해 정성우(29‧178cm)와의 경기중 충돌로 인해 발생한 심리적 충격(?)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 1월 27일 수원 kt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2쿼터 후반 자신이 받으려던 볼을 가로채서 속공 레이업슛을 시도하던 정성우를 뒤에서 밀어버리는 더티 파울을 저지른 것이다. 공중에서 중심을 잃은 정성우가 자칫 크게 다칠 수도 있었던 위험한 파울이었다. 당시 전성현은 바로 사과를 하기는 커녕 반발하는 정성우에게 비웃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질을해 팬들의 심한 질타를 받았다.

물론 전성현은 오해가 있었음을 밝히기도 했지만 당시 언행이 부적절했던 것은 사실이다. 비교적 담담한척 했지만 작은 요소에도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는 보직이 슈터라는 점을 감안했을때 컨디션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 분명하다. 거기에 더해 시즌 초부터 나아지지 않는 캐롯의 불안한 경제 상황과 그로인한 임금체불도 힘든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는 의견이다.

KBL 역사에 남을 최고의 시즌이 기대되던 상황에서 여러가지 악재가 겹쳤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전성현은 청력을 담당하는 신체기관인 달팽이관에 이상이 있음을 밝혔다. 이에 팀에서도 남은 잔여 경기에 무리하게 출전시키기보다는 회복에 신경을 써서 플레이오프때 정상 컨디션으로 뛰는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윤민호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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