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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이니까 가능했던 안양의 ‘트리플 타워?’

농구

by 김종수(바람날개) 2023. 3. 2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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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이니까 가능했던 안양의 ‘트리플 타워?’

기사입력 2023.03.24. 오전 01:01 최종수정 2023.03.24. 오전 01:01

트윈 타워, 강팀 도약의 유리한 조건⑧

이번에는 KBL 초창기 2000~01 시즌 화제가 됐던 ‘트리플 타워’이야기다. 말 그대로 빅맨으로 분류할만한 선수 3명이 동시에 뛰는 것으로, KBL은 물론 NBA에서도 찾아보기 쉽지않다. 4~5번 포지션에서 주전으로 뛸만한 기량의 선수가 3명이 필요한 것은 물론 공수에서 원할한 움직임을 내기위한 다양한 전략적 움직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트윈 타워’조차 손발을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시행착오가 발생하는데 하물며 ‘트리플 타워’라고하면 그 난이도는 훨씬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지도자의 전술, 코트에서 직접 뛰는 포스트맨 3인의 작전수행능력과 호흡에 더해 나머지 동료 2명의 협조까지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야지만 가능하다. 전략적으로도 어렵지만 멤버를 짜는 구성 자체부터 상당히 까다롭다.

트리플 타워하면 안양 KGC 전신 SBS의 데니스 에드워즈(51‧192cm), 표필상(55‧200cm), 리온 데릭스(48‧204cm) 조합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공식적으로(?) 트리플 포스트를 선언하며 주무기로 썼기 때문이다. 얼핏보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지만 나름 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며 적지않은 존재감을 보인 바 있다.

스페이싱과 트랜지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있는 현대 농구의 시선으로 보면 에드워즈, 표필상, 데릭스의 SBS 트리플 타워는 이색을 넘어 충격, 엽기 등으로 표현될만 하다. 당시에도 특이성이 강한 구성이었지만 지금 트랜드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조합이기 때문이다. 표필상, 데릭스는 빅맨이라 그렇다치더라도 에드워즈는 3.5번~4번을 오가는 플레이어였음에도 3점슛을 던지지 못했다.

일단 어지간한 오픈찬스가 나도 트리플타워 3인에게서 3점슛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거기에 더해 표필상은 국내 빅맨들 사이에서도 느린 편이었다. 데릭스 또한 느리지만 않을 뿐 스피드에서 강점이 있는 선수는 아니었으며 에드워즈는 플레이 스타일상 자신이 선호하는 영역이 확실히 정해져 있었다. 그야말로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될지 머리부터 지끈거리는 구성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SBS 트리플 타워는 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2000~01 시즌 당시 SBS 김인건 감독은 팀내 선수구성으로 뽑아낼 수 있는 최적의 전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나온 것이 트리플 포스트다. 외국인선수 에드워즈와 데릭스 사이에 수비용 백업선수 표필상을 끼워넣어서 3빅맨 시스템을 돌리고 오성식과 은희석이 돌아가면서 1번, 김성철이 슈터 역할을 맡았다.

공수에서의 빠른 플레이를 지향하는 다른 팀들과 달리 높이를 끌어올리면서 느린 템포의 패턴플레이가 중심이 되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당시에도 파격적으로 평가받았다. 의외로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SBS는 1,2라운드에서 모두 반타작에 미치지 못하는 4승 5패를 기록하며 중위권에서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트리플 타워가 가동되기 시작한 3라운드 들어서는 무려 8연승 가도를 달리는 등 정규시즌 최종 순위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다.

트리플 타워에서 주포 역할을 담당했던 에드워즈는 탄탄한 근육질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돌격형 득점 퍼포먼스가 일품이었다. 공을 잡자마자 상대팀 골대를 향해 달려가는 단순한 패턴 위주였지만 워낙 골 결정력이 좋아 수비수들은 눈뜨고 당하기 일쑤였다. 탄탄한 상체 근육은 어지간한 몸싸움에도 꿈쩍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볼을 잡기 무섭게 림을 향해 반 박자 빠르게 던지는 특이한 폼의 슛은 상대팀 수비를 멘붕 상태에 빠트리는 경우가 많았다.

특별한 슛폼 없이 아무렇게나 던지는 것 같은데 너무도 잘 들어갔기 때문이다. 타이밍, 슛폼 등에서 일반적인 선수랑 너무 달랐던지라 국내 언론을 통해 '막슛'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후에 에드워즈는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기술은 플로터와 러닝 훅슛이다"고 설명한바 있다. 해당시즌 에드워즈는 45경기에서 평균 33.4득점(전체 1위), 9리바운드, 4.1어시스트, 1.4스틸을 기록했다.

지난 화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데릭스는 폭발적이지는 않았지만 공수에서 꾸준하게 안정감있는 활약을 펼치던 센터였다. 특히 해당 시즌에는 평균 20.6득점, 12.2리바운드, 5.8어시스트, 1.4스틸, 1.5굿디펜스, 1.8블록슛을 기록할 정도로 전방위 활약을 펼쳤다. 경기 전체를 읽는 시야가 넓고 패싱센스가 좋아 '포인트 센터'라고까지 불렸는데 유일한 약점을 꼽자면 마른 체형으로인해 덩치 큰 외국인 선수들과의 몸싸움을 버거워했다는 것 정도였다.

표필상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표필상은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국내 빅맨들 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타고난 힘과 탄탄한 웨이트는 어지간한 외국인 빅맨과 충돌해도 쉽게 밀리지않을 정도였다. 때문에 트리플 타워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당시 그의 역할은 상대 외국인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고 동료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스크린을 걸어주는 등 주로 하드웨어를 활용한 플레이가 많았다.

실제로 프로 생활 최전성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드러난 성적(평균 1.4득점, 3.2리바운드, 0.3어시스트, 0.2스틸, 0.6굿디펜스, 0.3블록슛)은 특별한 것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당시 시스템에서 궂은 일을 담당하는 표필상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무릎부상으로 빠지자 SBS가 자랑하는 필승 전략은 그대로 멈출 수 밖에 없었고 서울 삼성과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당시 팬들이 ‘표필상만 건재했더라면…’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던 이유다.

스피드, 슛 등에서 뚜렷한 약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SBS 트리플 타워가 잘 나갔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3명 모두 패싱 플레이에 능했다는 점이 가장 컸다는 분석이다. 데릭스야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패스 마스터이며, 표필상도 직접적인 어시스트나 킬패스가 적어서 그렇지 제때제때 볼을 잘 돌려주며 팀 플레이에 일조를 잘했다. 에드워즈같은 경우 공격시 다소 독불장군적인 성향은 강했으나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면 어시스트도 곧잘 찔러주는 등 패스 능력 자체는 좋은 편이었다.

여기에 대해 표필상은 '농구人터뷰'와의 인터뷰 당시 "김인건 감독님이 잘봐주셔서 장점을 활용해 출장시간을 많이 가져갈 수 있었다. 에드워즈와 데릭스가 워낙 잘하는 선수였던지라 나는 수비 등 궂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됐다. 전성기라고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출장시간 자체가 많았던지라 정말 즐겁고 열정적으로 농구를 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파워 포워드형 외국인 선수가 3번으로 올라가고 사이즈가 좋은 토종 빅맨이 상대팀 외국인 선수를 마크함으로써 수비적 이점을 가져가게 되는…, 어찌보면 KBL에서만 통용되던 전술이었다. 이후 트리플 타워는 창원 LG(에릭 이버츠, 박도경, 데릴 프루), 원주 TG삼보(아비 스토리, 김주성, 자밀 왓킨스), 원주 동부 프로미(윤호영, 김주성, 로드 벤슨), 원주 동부(웬델 맥키네스, 김주성, 로드 벤슨)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시대가 바뀐 탓일까.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KCC 또한 허재 감독 시절 하승진을 1순위로 뽑은후 기존 서장훈과 함께 리그 역사상 가장 높은 ‘트리플 타워’를 꿈꾼 적도 있다. 최근 원주 DB는 강상재 영입 이후 김종규, 외국인 빅맨을 더해 ‘트리플 타워’ 완성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결과는 아직 그저 그런 상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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