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키치 vs 엠비드, NBA판 오타니와 저지?
기사입력 2023.03.29. 오전 08:01 최종수정 2023.03.29. 오전 08:01
지난해 메이저리그는 아메리칸 리그 MVP 경쟁으로 뜨거웠다. '이도류(二刀流)‘ 오타니 쇼헤이(28‧193cm)와 '판사님' 애런 저지(30‧201cm)의 팽팽한 경쟁이 시즌 끝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누가 MVP에 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활약상을 보였던지라 '2위를 한 선수는 역대 가장 억울한 남자가 될 것이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오타니는 ’스즈키 이치로를 능가하는 일본 타자는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이다‘는 말을 단숨에 뒤집어버린 남자다. 워낙 오랜 시간 동안 활약한 이치로를 누적기록으로 이기기는 힘들겠지만 임팩트로만 보면 넘어섰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일본과 미국은 물론 다른 여러나라 야구 팬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도류'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투타를 겸하고있는데 양쪽에서 모두 정상급 성적을 기록중이다. 2018년 아메리칸 리그 신인왕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아메리칸 리그 MVP, 아메리칸 리그 지명타자 실버 슬러거, 에드가 마르티네즈 상, All-MLB 퍼스트 팀, All-MLB 세컨드 팀, 올스타 등을 휩쓸며 그야말로 메이저리그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무엇보다 투수나 타자 양쪽에서 고르게 성적을 냈던지라 이른바 '희귀성'면에서는 누구와도 비할바가 없었다. 베이비 루스 등 아주 오래전 선수들이 언급되기는 하지만 시대보정 등을 감안해도 오타니에게 비할 수는 없다는 평가다. 때문에 2022년 활약상에 대한 기대치도 컸는데 투수로서 15승 9패, 방어율 2.33(전체 4위), 타자로서 타율 0.273, 홈런 34개(전체 4위)를 기록하며 전시즌 괴물같은 활약을 이어갔다.
때문에 오타니의 2년연속 아메리칸리그 MVP 수상 가능성이 매우 유력하게 점쳐졌는데 이를 막아선게 바로 저지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거포유형의 타자로 팀 또한 공룡구단으로 불리는 뉴욕 양키즈다. 저지는 지난해 홈런 62개를 몰아쳤다. 1961년 로저 매리스(61홈런) 이후 61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단일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타점, 득점, 출루율, 장타율 부문까지 석권했다.
이같은 활약을 앞세워 적수가 없을것 같은 오타니를 제치고 아메리칸 리그 MVP에 올랐다. ’미국인들은 동양인에게 2년 연속 MVP가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저지 역시 역사에 남을 시즌을 보낸터인지라 MVP 수상자격은 충분했다. 어쨌거나 확실한 것은 둘의 경쟁으로인해 흥행 전선은 더더욱 불타올랐다는 사실이다.
올시즌 NBA에서도 강력한 후보들간 MVP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있는데 흡사 지난해 오타니와 저지의 싸움을 보는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다. 세르비아에서 날아온 포인트 센터 '더 조커(The Joker)' 니콜라 요키치(28‧211cm)와 카메룬 괴수 ‘더 프로세스(The Process)’ 조엘 엠비드(29‧213cm)가 바로 그들이다.
요키치는 오타니에 가깝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희소성적인 측면에서 역대급 명센터들과 궤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NBA를 보지않은 팬들에게 요키치가 리그 최고의 센터라고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 날렵하게 생긴 흑인 센터도 아니거니와 운동능력, 기동력 등에서 별다를게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역대급 센터'라는 설명을 덧붙이면 '거짓말 하지말라'고 할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봤을 때 그러한 극찬이 좀처럼 상상이 가지않는 이유가 크다. 빠르게 코트를 내달리고 높이 뛰어올라 파괴적인 덩크슛을 펑펑 꽂아대는 센터는 잠깐보더라도 괴수라는 느낌이 든다.
반면 요키치는 한참 쳐다봐야 진가를 안다. 그리고 오래 보면 볼수록 '정말 물건이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요키치의 최고 무기는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운동능력, 기동성 부분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관계로 돌파 등 직접적으로 수비진을 휘젓고 다니는 플레이는 약한 편이지만 좋은 사이즈에 더해 높은 BQ를 활용한 플레이를 통해 게임 자체를 지배해버린다.
최근 농구에서 포스트업의 비중이 줄어가고 있는 추세지만 요키치는 다르다. 볼간수 능력과 패싱 센스가 좋아 골밑 인근에서 볼을 잡을 경우 높은 확률로 포스트업을 친다. 매치업 상대가 밀린다싶으면 도움수비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요키치를 상대로는 쉽지않다. 볼을 잘 빼앗기지도 않거니와 의도적으로 더블팀을 유도하고 빈공간 동료들을 살려주는 역할을 잘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거리가 조금 떨어졌다 싶으면 정확도 높은 슈팅을 작렬시킨다. 이같은 영리한 플레이는 포스트업 때는 물론 스크린시에도 그대로 재현가능한지라 상대팀 입장에서는 요키치가 볼을 잡고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탑에서 리딩을 맡게되면 사이즈만 센터일뿐 어지간한 상위권 포인트가드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며 전방위로 흐름을 지배하게 된다.
넓은 시야와 패싱능력 거기에 빠른 판단력을 앞세워 상대팀의 수비 움직임을 읽어가면서 패턴플레이를 지휘할 정도다. 화려한 공격력을 앞세운 빅맨들의 화력쇼가 ‘알고도 막아내기 쉽지않다’면 요키치의 영리한 플레이는 ‘진짜 몰라서 당한다’는 느낌을 준다. 오타니가 그랬듯 이러한 유형의 빅맨이 예전에 있었나 싶을 정도로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매우 유니크하다.
반면 저지가 그렇듯 엠비드는 정통파 최고수에 가깝다. 그간 NBA 무대에서 성공한 빅맨들의 대다수가 그렇듯 타고난 사이즈와 운동능력을 앞세워 리그를 주름잡고 있다. 지난 시즌 22년만의 센터 득점왕이자 NBA 역사상 최초의 비 미국인 득점왕에 오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엠비드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폭발적인 득점력이다.
단순히 크고 힘이 좋은 것을 넘어 빠르기까지 하다. 페이스업과 포스트업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정확도 높은 점프슛도 갖추고 있다. 외곽, 미들라인, 포스트 인근을 가리지않고 전천후로 상대팀을 폭격한다. 다양한 기술을 앞세워 한마리 흑표범처럼 날뛰는 모습으로 인해 1990년대 전설적 센터로 불리는 하킴 올라주원과 비교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발이 빠르고 움직임이 좋은지라 수비기여도 또한 높다. 한마디로 크고 빠르고 슛까지 좋은 공수겸장 센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엠비드는 불운한 센터, 슬픈 2인자 등으로 불리고 있다. 오타니에 가리고있는 저지처럼 엠비드 또한 요키치로 인해 최고 센터로서의 위상을 가져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년 연속으로 정규리그 MVP를 요키치에게 빼앗긴 것을 비롯 아직까지 단 한번도 퍼스트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역대로 따져도 이런 케이스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 가운데 올시즌 엠비드의 MVP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져나오는 분위기다.
니콜라 요치키는 현재 67경기에서 평균 24.9득점, 9.9어시스트(전체 4위), 11.9리바운드, 1.2스틸을 기록중이다. MVP 3연패를 하기에 손색없는 성적이지만 오타니의 케이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 미국인선수에게 3년 연속으로 MVP가 돌아가기를 바라지않는 분위기도 짙다. 아예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엠비드라는 강력한 대항마가 있기에 더욱 그렇다.
61경기에서 평균 33.3득점(득점 1위), 4.2어시스트. 10.2리바운드, 1.1스틸, 1.7블록슛으로 요키치와 충분히 겨뤄볼만한 성적을 내고있다. 현지에서도 두 선수 중 누가 더 MVP에 가까운가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니크한 요키치냐, 정통의 괴수 엠비드냐. 시즌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두선수의 불꽃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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