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새 외인 페리, 역대 페리들은 뛰어났다
기사입력 2023.04.12. 오후 01:01 최종수정 2023.04.12. 오후 01:01
KBL 외국인선수 열전③ 안드레 페리/퍼넬 페리
KBL 4강 플레이오프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규리그 2위 창원 LG 새 외국인선수 레지 페리(23·203㎝)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시즌 LG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둔끝에 4강 직행에 성공했다. 풍부한 선수층과 좋은 외국인선수를 감안했을 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적기라는 말도 있었으나 큰 무대를 앞두고 변수가 생겼다.
1옵션 외국인선수로 꾸준하게 활약해준 ‘이집트 왕자’ 아셈 마레이(31·202㎝)가 종아리 근육 파열로 플레이오프를 뛸 수 없게 된 것이다. 부랴부랴 대체 외국인선수로 페리를 데려왔지만 어떤 경기력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적은 경기수라도 최근까지 NBA에서 뛰어봤다는 점에서 클래스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젊은 선수의 특성상 리그적응, 컨디션 문제 등에서 노련한 선수들보다 기복이 많을 수 밖에 없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더욱이 선수들과 제대로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적었던 상태에서 첫 실전이 플레이오프인지라 적응 여부에 따라 위력이 달라질 공산이 크다. 컨디션을 끌어올리고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마레이 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평균 역할만 해줘도 현재의 LG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더불어 플레이 스타일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은 상대팀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역대로 페리라는 이름을 가진 외국인선수는 많지않았지만 하나같이 기량이 출중했다. 특히 안드레 페리와 퍼넬 페리는 꽤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을 만큼 인상적인 기억으로 팬들에게 남아있다.
‘쇼타임’ 안드레 페리와 ‘작은 헤라클레스’ 퍼넬 페리
2001년 외국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원주 DB(당시 삼보) 유니폼을 입으면서 KBL에 입성한 안드레 페리(52‧196cm)는 잘생긴 얼굴에 화려한 플레이와 쇼맨십을 자랑하며 외국인선수로는 드물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고정 팬도 많았으며 지금까지도 적지않은 팬들이 기억하고 있다. 미국 하부리그 IBA, USBL를 비롯, 스위스, 도미니카 리그 등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다소 늦은 나이인 만 31세에 KBL리그에 도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라이아웃 기간내내 다수의 관계자들로부터 압도적인 1순위 후보로 꼽혔다. 예상을 깨고 좀 더 젊은 마르커스 힉스가 1순위로 뽑히기는 했지만 기량 자체에서는 페리가 밀릴 것은 없었다. 당시 힉스는 김승현과 콤비플레이를 이루어 대구 동양의 우승을 이끌었는데 그 자리에 페리가 있었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는 평가도 많다. 힉스가 1순위로 뽑힌 것은 어디까지나 취향의 차이였을 뿐이다.
DB에서의 첫 시즌부터 페리는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3.5번 혹은 4번에 어울리는 체형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팀 사정상 빅맨 역할까지 감당해야 했던지라 당시 DB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제이슨 윌리포드를 능가하는 팀 역대 최고(당시까지)의 외국인선수로 손색이 없다는 극찬부터 전체 2순위치고는 뭔가 아쉽다는 혹평도 적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약한 전력으로 인한 당시 DB의 부진한 성적표도 영향을 끼쳤음은 분명하다.
비록 전성기가 지난 시점에서 한국 땅을 밟았지만 페리는 안정감 있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수비 부분에 있어서 돋보였다. 본인이 기본적으로 빠르고 힘도 나쁘지않았던지라 기동성, 탄력, 파워 등 상대의 스타일에 관계없이 잘 막아냈다. 호리호리한 몸에도 불구하고 우람한 체구를 자랑하는 딜론 터너(모비스)를 비롯 리바운드 머신으로 이름을 날렸던 센터 라이언 페리맨(오리온스)을 상대로도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근성을 보여줬고 날렵한 선수들에게는 그에 못지않은 스피드로 대항했다.
페리의 주특기 중 하나는 블록슛이었다. 당시 리그에서 블록슛으로 유명한 선수들로는 마르커스 힉스(오리온스), 에릭 마틴(SK), 재키 존스(KCC) 등이 있었다. 타이틀은 힉스가 가져갔지만 다시 한번 자웅을 겨룬다고 가정했을 때 예상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박빙이었는데 페리 역시 그러한 그룹에서 충분히 경쟁할만 했다.
페리의 블록슛은 화려하고 다이나믹했다. 특히 슛을 시도하는 상대의 등 뒤로 빠르게 날아가 걷어내듯 쳐내는 ‘체이스다운(chasedown)’ 블록슛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절로 함성을 이끌어냈다. 승부처나 박빙의 상황에서 경기 흐름을 바꾸거나 아예 승부를 뒤집어버리는 경우도 적지않았다.
수비가 돋보였을 뿐 공격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특히 DB시절 한국가스공사(당시 신세기)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리그 최고의 '덩치 듀오' 조니 맥도웰-얼 아이크를 상대로 보였던 퍼포먼스는 부진한 성적에 아쉬워했던 홈팬들을 달래기에 손색이 없었다는 평가다.
맥도웰을 상대로는 테크닉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쉽게 쉽게 공격을 풀어나갔으며 아이크를 맞아서는 특유의 유연한 몸놀림과 순간 스피드가 빛을 발했다. 거대한 석상을 연상시키는 거구 아이크에게 처음에는 밀리는 듯 했으나 이내 화려한 발놀림을 바탕으로 경기가 진행될수록 공수에서 자신의 리듬을 찾아가며 완승을 거뒀다.
페리가 공통적으로 지적받았던 단점은 공격옵션의 단순함이었다. 뛰어난 운동신경과 테크닉으로 펼치는 포스트 플레이는 나무랄 데 없었으나 미들슛을 비롯한 외곽 슈팅력이 전체적으로 약했다. 완전히 오픈된 상태에서는 나름대로의 정확성을 자랑했으나 빠른 템포로 쏘거나 만들어서 던지는 수준까지는 갖추지 못했다.
한국형 용병으로 활약하기에는 2%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않았다. 골밑플레이를 잘한다지만 신장이 아쉬워 센터 자원으로 보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3번으로 가기에는 슈팅이 아쉬웠다. 딱 4번에 박아놓고 플레이할 수밖에 없는 유형으로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전성기 시절에 국내에서 뛰었으면 어땠을지 궁금한 외국인선수 중 한명이다.
안드레 페리는 3시즌 동안 각각 다른 팀에서 뛰며 무난한 성적을 올렸다. 원주 삼보(21.3득점, 13.7리바운드, 2.4어시스트, 0.8스틸, 1.9블록슛), 여수 코리아텐더(16.9득점, 10.9리바운드, 2.9어시스트, 0.7스틸, 1.1블록슛), 서울 삼성(17.3득점, 10.8리바운드, 1.9어시스트, 0.8스틸, 1.3블록슛)에서 모두 제몫을 했으며 통산 3시즌 동안 136경기에서 평균 18.6득점, 11.9리바운드, 2.4어시스트, 0.8스틸, 1.5블록슛을 기록했다. 윙자원을 연상케하는 호리호리한 체형이었지만 3점슛은 좀처럼 쏘지않고 주로 포스트 인근에서 활약했다. 의외로 3점슛 성공률은 높았다. 많이 던지지 않았을 뿐 삼보(37.5%), 삼성(42.9%) 시절 모두 준수했다.
⁕ 안드레 페리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01년 11월 27일 창원 LG전 = 41득점 / 어시스트 ☞ 2001년 11월 10일 전주 KCC전 = 8개 / 스틸 ☞ 2003년 2월 8일 인천 SK전 = 4개 / 블록슛 ☞ 2003년 12월 27일 인천 전자랜드전 = 6개
퍼넬 페리(53‧193cm)는 안드레 페리만큼 빠르고 다이나믹하지는 않았지만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파워를 바탕으로 우직한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크지않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장신 센터와 몸싸움을 벌여도 밀리지 않았다. 기동성이나 탄력은 살짝 다운되고 파워는 강화된 버전의 안드레 페리라고 보면 맞다. 드래프트 당시에는 아쉬운 신장 때문에 평가가 엇갈렸는데 그 결과 안드레 페리가 2순위로 뽑혔던 2001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에 선택될 수 있었다.
퍼넬 페리 역시 외곽보다는 포스트 인근에서 주로 활약했다. 역시 3시즌을 뛰며 안양 SBS에서 첫시즌(21.6득점, 10.3리바운드, 2.4어시스트, 1.1스틸, 1.9블록슛), 두번째 시즌(17.1득점, 9.4리바운드, 2.2어시스트, 1.3스틸, 1.9블록슛)을 보냈고 부산KTF(20.6득점, 9.1리바운드, 1.4어시스트, 0.9스틸, 1블록슛)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냈다.
SBS 트리플 포스트하면 리온 데릭스-데니스 에드워즈-표필상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퍼넬 페리 또한 데릭스, 표필상과 함께 트리플 포스트로 활약한 바 있다. 에드워즈보다 득점력은 떨어졌으나 골밑 파워 및 팀 공헌도에서는 못지않았다.
표필상(55‧200cm‧표필상 농구클럽)은 당시 페리에 대해 ”신장은 크지않았으나 근육질의 탄탄한 몸에서 알 수 있듯이 힘이 정말 좋았다. 부딪혀보면 무슨 고목나무와 충돌하는 느낌이 날정도로 위압감을 느꼈다. 플레이오프같은 큰 무대에서 마음먹고 나설 경우 상대편 센터를 상대로 경기 내내 포스트업 옵션을 가져갈 정도로 힘, 체력, 근성이 모두 빼어났다. 같은 편일때는 든든하지만 상대 편으로 만나면 부담스러운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 퍼넬 페리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04년 3월 1일 전주 KCC전 = 45득점 / 어시스트 ☞ 2003년 1월 11일 울산 모비스전 = 7개 / 스틸 ☞ 2004년 2월 22일 원주TG삼보전 = 4개 / 블록슛 ☞ 2002년 10월 30일 인천 SK전 = 10개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이재범 기자, KBL 제공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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