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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지도자로서도 ‘영광의 시대’ 이어갈까?

농구

by 김종수(바람날개) 2023. 4. 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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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지도자로서도 ‘영광의 시대’ 이어갈까?

기사입력 2023.04.13. 오전 08:01 최종수정 2023.04.13. 오전 08:01

원주 DB는 KBL을 대표하는 명문중 하나다. 프로 원년 2약 후보라는 예상을 깨고 깜짝 준우승을 차지한 나래 시절을 시작으로 꾸준히 팀 파워를 키워나갔고 지금까지 챔피언 결정전 우승 3회, 정규시즌 우승 5회라는 굵직한 커리어를 남기고 있다. 2002~03시즌 전까지만해도 DB는 리그내에서 다크호스 그 이상의 위상은 차지하지 못했다.

원년 깜짝 준우승을 차지한 배경에는 잘 뽑은 외국인듀오 제이슨 윌리포드, 칼레이 해리스가 있었지만 정인교 외에 경쟁력있는 토종 선수가 없었던지라 그 이상은 힘들었다. 이후 허재를 중심으로 양경민, 김승기 등 중앙대 패밀리에, 대학 최고 포인트가드중 한명이었던 신기성을 예상치못한 낮은 순번으로 데려오는 행운이 겹치며 제2의 도약을 시도한다.

하지만 당시 팀내 에이스였던 허재는 전성기가 지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 손꼽히는 테크니션으로 위용을 떨쳤지만 한경기 잘하면 다음 경기에서 경기력이 뚝 떨어지는 기복심한 플레이를 반복했다. 체력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때문에 당시 DB는 잘하기는 했지만 우승까지는 힘든 6강~4강권의 전력에 머물렀다. 실제로 성적도 그렇게 나왔다.

DB가 본격적으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이 된 것은 한명의 걸출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입단하면서부터다. DB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팀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 김주성(43‧205cm)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허재는 농구에 관해서만큼은 기준이 매우 높은 사람이다. 자신부터가 역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위치에 있는지라 어지간히 잘해서는 눈에 차지않는다.

그런 허재가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자 전창진 감독과 함께 두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대학 무대를 평정한 최고 빅맨 김주성을 뽑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주성은 신인 첫해 팀에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안겨준 것을 비롯 16시즌 동안 원클럽맨으로 뛰며 ‘영광의 시대’를 이끌었다.

앞서 언급한 챔피언 결정전 우승 3회, 정규시즌 우승 5회는 모두 김주성이 현역으로 뛰던 시절 만들어졌으며 정규시즌과 챔피언 결정전 MVP를 각각 2회씩 차지했다. 1만 득점과 1,000블록을 모두 달성한 유일한 선수이며 국가대표로서 2002년 부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KBL 각팀들은 시대별로 자신들의 농구를 대표하는 색깔이 있다. 많은 농구 팬들이 잘 알다시피 DB하면 떠오르는 것은 딱 하나다. 바로 ‘원주 산성’이다. 빠른 스피드와 높은 탄력을 바탕으로 외국인선수급 수비를 자랑하는 김주성에 외국인빅맨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더블포스트 시스템이다.

김주성은 국내 정상급 공격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이타적인 성향으로 인해 수비나 궂은일 등을 먼저 챙기는 스타일이었다.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를 먼저 생각했기 때문인데 그로인해 어떤 유형의 외국인 빅맨과도 호흡이 잘 맞았다. 그의 호리호리한 몸을 걱정해(?) 팀에서는 첫 시즌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데릭 존슨(51‧205.4cm)을 파트너로 붙여주었다.

이후 존슨이 부상으로 빠지고 부랴부랴 급하게 데려온 리온 데릭스(48‧204cm)와 우승을 합작하게되고 팀은 그제서야 그가 어떤 유형과도 조합이 잘되는 선수인 것을 알게 됐다. 특히 본인처럼 기동성과 높이를 겸비하고 수비적인 마인드가 잘 갖춰진 외국인 빅맨과는 시너지효과가 매우 높았다.

 

원주 산성의 명성을 함께 이어가며 영광을 나눈 자밀 왓킨스(45‧208cm), 레지 오코사(42‧208cm), 로드 벤슨(38‧206.7cm)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간혹 외국인 포워드나 윤호영(38‧195.6cm)같은 걸출한 후배가 가세하면서 트리플 포스트가 가동되기도 했다. 어쨌거나 파트너는 종종 바뀌었지만 원주 산성의 중심에는 늘 김주성이 존재했고 그러한 높이 농구는 원주 팬들의 자부심을 끌어올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런 김주성이 이번에는 지도자로서 실종된 원주 산성 재건에 나선다. 최근 DB구단은 신임 사령탑으로 김주성 감독대행을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2019년부터 코치를 맡은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 이상범 전 감독이 성적 부진과 건강 등을 이유로 자진 사퇴하자 1월 7일 현대모비스전부터 팀을 지휘해왔다.

대행 첫 경기인 현대모비스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가져간 것을 비롯 초반 좋은 흐름을 타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외국인선수 영입에서의 아쉬움과 계속된 부상자 문제 등으로 금세 분위기가 꺾였고 자신이 맡은 25경기에서 11승 14패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최종 성적은 정규리그 7위였다.

사실 김주성의 감독 선임에 대해서는 DB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인지라 ‘언젠가 반드시 사령탑에 오를 인물이다’는 것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했지만 시기 문제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비교적 이르게 감독 역할을 맡았다가 저조한 성적은 물론 기존의 좋았던 이미지까지 망쳐버린 스타 출신 지도자가 적지않은지라 그러한 부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감독대행을 거치기는 했지만 코치로서 좀 더 경험을 쌓고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을 때 사령탑에 오르기를 바라는 팬들도 많았다. 김주성의 감독 실패는 비단 개인에서 끝나는 것 만이 아닌 원주팀 전체가 충격을 받을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DB는 구겨진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시킬 수 있는 카드로 아끼고 있던 김주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반 다른 감독 선임과는 여러 가지 부분에서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기에 승부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로서 영광의 시대를 이끈 김주성은 지도자로서도 프라이드를 이어갈 수 있을까. 원주발 최종 병기를 움직일 스위치는 눌러졌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농구카툰 크블매니아(최감자 그림/케이비리포트 제작)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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