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와 서태웅의 하이파이브, 송영진 감독의 원팀 마인드
기사입력 2023.04.14. 오후 01:22 최종수정 2023.04.14. 오후 01:22
올시즌 플레이오프에 초대받지 못한 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팀이 원주 DB와 수원 KT다. 최근 부진한 성적으로 명가의 자존심을 구기고있던 DB는 김주성(44‧205cm) 감독대행에게 다음 시즌부터 지휘봉을 맡겼다. 좀 더 경험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선수 시절 챔피언 결정전 우승 3회, 정규시즌 우승 5회의 중심에서 활약하며 '원주산성'의 전성기를 이끈 레전드에게 바로 기회를 주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선수시절 우승권으로 팀을 올려놓은 저력을 지도자로서도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분위기다.
KT 역시 칼을 빼어들었다. 기존 서동철 감독과의 5시즌간 동행에 마침표를 찍고 송영진(45‧198cm) 현 수석코치를 새감독으로 선임했다. KT는 14일 “송영진 현 수석코치를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했으며 계약기간은 3년이다”고 발표했다. 김주성같은 경우 지난시즌 막판 대행신분으로 팀을 지휘했던지라 감독승격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반면 송영진은 깜짝 발표의 성격이 짙은지라 놀라는 이들도 적지않은 분위기다.
중앙대 재학시절 김주성과 함께 ‘트윈 타워’로 명성을 떨쳤던 송감독은 KT에 대한 애정이 큰 인물이다. 김주성처럼 원클럽맨은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소속팀에 대한 애착이 깊다. 부진을 거듭하던 LG 시절과 달리 KT에서 뛰던 당시 리그 최고의 블루워커형 4번으로 평가받았을 만큼 활약도 좋았다. 본인 또한 소속팀에 애정이 많아 FA 자격을 2번 얻는 동안 모두 KT에 남았다. 데뷔만 다른 팀에서 했을 뿐 프랜차이즈 스타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송감독은 지난해 1월 '농구人터뷰'와 가졌던 인터뷰를 통해 "1순위라는 높은 지명순위에도 불구하고 LG시절에는 별반 활약을 하지못했다. 결정적으로 제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체질을 무시한 과도한 증량에 대한 어려움도 컸다. 반면 KT 시절에는 제가 잘할 수 있는 플레이 위주로 뛰게되어 한껏 신났던 기억이 난다. 성적상으로는 크게 차이가 나지않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수비나 궂은일 위주의 플레이가 기록표에 적히지 않았을 뿐 팀에 대한 공헌도 자체는 훨씬 높았다. 그러한 부분을 감독님들이 인정하고 믿어주셔서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영진 감독 선임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분위기다. 하윤기, 양홍석을 중심으로 한희원, 김영환, 김동욱, 박지원, 정성우, 이두원 등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하는 KT는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다음 시즌에는 간판스타 허훈도 돌아오는 만큼 무관에 대한 꼬리표를 떼겠다는 각오가 크다.
보통 강력한 전력을 앞세워 우승을 노리는 팀은 경험많은 베테랑 감독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정규시즌은 몰라도 다양한 전술과 심리전이 난무하는 플레이오프 등 큰 경기에서는 경험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KT는 팀내 핵심이 허훈, 양홍석, 하윤기 등 젊은선수 위주인지라 양희종, 오세근이라는 백전노장을 보유한 KGC와는 상황이 다르다. 거기에 사령탑마저 첫 감독을 맡는 인물이라면 안정감적인 측면에서 떨어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뚜껑은 개봉조차 하지않았다. 송감독은 선수, 지원스태프, 구단과 소통을 잘하고 유망주들을 키워내는 육성능력 또한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전부터 지도자로서 송감독이 강조하는 하나가 있으니 다름아닌 ‘원팀’마인드다. 몇 년째 바뀌지 않고있는 그의 카카오톡 배경 그림이 하나 있다. 만화 ‘슬램덩크’중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강백호와 서태웅의 하이파이브 씬이다.
여기에 대해 송감독은 “강백호와 서태웅의 저 그림을 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 속에서 맴돈다. 그렇게 으르렁대고 사이가 안 좋은 친구들이 얼마나 그 순간이 기뻤으면 하이파이브까지 했을까? 싶다. 그게 바로 팀 스포츠의 매력인 것 같기도하고…, 예전부터 지도자로서의 일관된 철학이 하나 있다. ’원팀‘, ’하나된 우리‘가 바로 그것이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코트에 나서서 힘을 합치는 팀을 만들고 싶다. 물론 지금도 잘하고있지만 더 그런 부분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송영진 감독이 이끄는 KT가 다음 시즌 강백호와 서태웅의 하이파이브같은 장면을 자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송영진 감독 카카오톡 프로필 캡쳐, 윤민호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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