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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어빙’ 변준형, 인삼대장으로 거듭날까?

농구

by 김종수(바람날개) 2023. 4. 1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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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어빙’ 변준형, 인삼대장으로 거듭날까?

기사입력 2023.04.13. 오후 03:57 최종수정 2023.04.13. 오후 03:57

올시즌 가장 빛난 1번으로는 SK 김선형을 들수 있다. 김선형은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창때 못지않은 대활약을 펼치며 생애 첫 어시스트 타이틀을 차지한 것을 비롯 개인 통산 두번째 MVP까지 차지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맹활약하며 전주 KCC를 3연승으로 꺾고 4강행을 이끌었다.

DB 필리핀가드 이선 알바노도 빼놓을 수 없다. 팀은 비록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않는 안정적인 야전사령관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며 현대모비스 론제이 아바리엔토스와 함께 아시아쿼터 제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LG 이재도 또한 공수에서 높은 에너지레벨을 자랑하며 송골매 군단의 4강직행을 진두지휘했다.

안양 KGC 주전 포인트가드 '변어빙' 변준형(27‧185.3cm)도 주인공중 한명이다. 올시즌 KGC는 자칫 흔들릴 수도 있었다. 현재의 팀을 만들어놓은 김승기 감독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캐롯으로 둥지를 옮기고 외곽 에이스 전성현 또한 FA자격을 얻어 따라갔다. 하지만 KGC는 여전히 강했다.

최근 몇시즌간 꾸준하게 정상에서 경쟁하고있는 팀답게 기존 멤버들을 중심으로 시즌 초부터 치고나갔고 정규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여기에는 오랜시간 손발을 맞춰온 여전한 조직력에 더해 양희종, 오세근 등 베테랑들이 단순한 고참을 넘어 어지간한 플레잉코치 이상으로 역할을 해준 이유가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KGC는 위기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스스로 알아서 돌파구를 마련할 정도로 원팀으로서의 구성이 잘 갖춰져있다는 평가다.

변준형 또한 이제는 팀의 간판 스타 중 한명으로 손색이 없을만큼 성장했다. 정규리그 53경기에서 평균 14.08득점, 5.04어시스트, 2.68리바운드, 0.92스틸을 기록하며 팀의 선두질주를 이끌었다. 이같은 공헌도를 인정받아 정규시즌 MVP를 놓고 김선형과 끝까지 경합했다. KGC는 전 포지션에 걸쳐 밸런스가 가장 좋은 팀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데 여기에는 기존 가드진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준 변준형의 존재가 컸다는 분석이다.

1, 2번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듀얼가드 변준형은 운동능력이 매우 좋다. 파워, 스피드, 탄력 등을 고르게 갖추고 있는지라 같은 가드 포지션은 불론 어지간한 포워드를 상대로도 자신감있게 돌파를 성공시킨다. 바디밸런스가 좋아 어지간한 충돌 상황에서도 흔들리지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가져간다.

변어빙이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변준형의 최대 무기는 볼 핸들링과 안정감 넘치는 드리블이다. 신인 시절부터 이러한 부분에 강점이 많았는데 그로인해 시야, 패싱센스 등에서 아쉬움을 지적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주전가드로 중용되며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다. 예전과 달리 1, 2번의 경계가 사라지다시피한 현대농구에서도 포인트가드가 반드시 갖춰야할 덕목이 있으니 다름아닌 볼 핸들링이다.

포인트 포워드나 포인트 센터라고 불리고있는 선수들도 나오고있는 상황에서 패싱게임 등은 꼭 1번이 책임질 필요는 없다. 실제로 포인트가드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팀 자체적으로 조직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팀도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1번 포지션을 맡고 코트에 나서게된다면 볼 핸들링에서 만큼은 최소 평균 이상은 해줘야 한다.

압박과 도움수비 등 다방면에 걸쳐 수비시스템이 발전하고있는 최근 추세에서 포인트가드를 맡고있는 선수가 볼 핸들링에서 약점을 보이게되면 상대의 집중타킷이 되어 팀 전체가 흔들릴수있다. 일단 볼운반이나 배급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라 다른 플레이를 할 여유가 생기지않는다. 실제로 좋은 패스능력을 가졌음에도 이러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2번 혹은 식스맨으로 보직변경을 한 선수도 적지않다.

포인트가드하면 리딩과 패스를 먼저 생각하기 쉽지만 가장 기본적인 볼 핸들링에서 안정감을 주지못한다면 다른 플레이를 하고싶어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점에서 리그 정상급 볼 핸들링을 자랑하는 변준형은 신인시절부터 1번으로 대성할만한 기본적인 조건을 잘 갖추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KGC는 이른바 ‘볼의 길’을 잘 아는 타짜들이 많다. 2옵션 외국인선수 대릴 먼로(37‧197cm)는 '포인트 센터'라고 불릴만큼 시야와 패싱센스가 좋으며 주포 오마리 스펠맨(25‧206cm)또한 돌파후 킥아웃 패스가 빼어나다. 양희종, 오세근은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들답게 기본적으로 볼을 주고받고 하는 플레이에 노련미가 넘쳐흐른다. 1번의 패싱능력에 크게 좌지우지되는 팀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변준형은 시즌내내 맞춤형 플레이를 잘해줬다. 과감하게 내외곽을 휘젓고 다니며 KGC시스템 농구의 돌격대장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모습이었다. 김선형처럼 폭발적인 스피드가 돋보이지는 않지만 빈틈이 보이면 좁은 공간사이도 서슴없이 치고들어가 득점을 올리거나 패스를 내준다.

보통 가드들이 지나치게 적진 깊숙이 치고들어가면 수비벽에 둘러쌓여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기 일쑤다. 변준형은 다르다. 안정적인 볼 핸들링 능력이 있는지라 어지간한 선수같으면 크게 당황해서 실책을 저지르기 쉬운 장면에서도 템포조절까지하며 벗어나거나 득점을 성공시킨다. 한몸처럼 함께하는 드리블 능력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슈팅능력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발전을 거듭하며 이제는 더 이상 약점이라고 지적받지않을 정도까지 올라섰다. 예전같으면 드리블을 치며 돌파나 패스를 노릴 상황에서 미드레인지나 외곽슛을 성공시키며 상대 수비를 허탈하게 만들어버리는 플레이도 자주 보여주고 있다.

올시즌 우승을 노리는 KGC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돌풍의 팀 고양 캐롯과 만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세가 예상되고있지만 지난 시즌까지 사령탑이었던 김승기 감독과 옛 동료 전성현을 적으로 만나야되는 상황이라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거기에 기량에 물이 올랐다고 평가받는 차세대 에이스 이정현도 있다. 이제는 노련미까지 갖춘 변준형이 KGC를 이끌며 옛 스승 및 동료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농구카툰 농알못(이은호 그림/케이비리포트 제작), 박상혁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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