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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국에 가서 팬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파워인터뷰

by 김종수(바람날개) 2023. 4. 2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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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국에 가서 팬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기사입력 2023.04.21. 오전 10:52 최종수정 2023.04.21. 오전 10:52

[파워 인터뷰(23)] UFC 파이터 '킹' 바비 그린


바비 그린은 후배들에게 '꿈을 이루고 싶으면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 UFC 제공

UFC 라이트급에서 활약 중인 '킹' 바비 그린(36·미국)은 자신을 '뼛속까지 파이터'라고 표현한다. 막 성인이 된 무렵인 2008년 TFA무대를 통해 격투계에 데뷔한 후 30대 중반의 나이인 지금까지 무려 44번을 싸워왔다. 성적은 29승 1무 14패로 아주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래도 패보다 승리가 2배 이상 많으니 무난하게 파이터 생활을 보내왔다고봐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10번(34%)의 넉아웃승, 8번(28%)의 서브미션 승 그리고 11번(38%)의 판정승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승리를 거둬왔다. 그러한 과정에서 본인도 KO로 무너지거나 서브미션에 걸려 탭을 치는 등 산전수전 다 겪어왔다. 정말이지 지독한 인내가 없다면 견디기 힘든 직업이 아닐 수 없다. 그린 본인도 '매번 무수한 감정의 소용돌이와 싸워야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파이터의 세계를 설명했다.

어쨌거나 그린은 꾸준하게 전 세계의 강자들과 경쟁해왔고 자신의 실력과 의지로 세계 최고 단체인 UFC 무대까지 오를 수 있었다. 조금만 주춤해도 퇴출의 칼날을 피할 수 없는 냉혹한 단체 UFC에서 2013년부터 지금까지 버티어냈다. 연승에 웃었던 때도 있고 연패에 울었던 때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어린시절부터 그린의 삶은 평탄하지 못했다. 그가 태어난 지역은 우범 지대였고, 아버지는 범죄로 수감되고, 어머니도 마약 중독으로 인해 아이를 돌 볼 형편이 안 됐다. 그런 이유로 할머니 손에서 자랐지만 설상가상으로 할머니마저 5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린은 레슬링 팀메이트였던 친구 집에서 같이 살게 되기 전까지 위탁 가정을 전전했다.

그린의 슬픈 가족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린이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갱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삼촌과 같이 낚시를 가다가 한 범죄자가 쏜 총에 맞아 숨지고 말았다. 기구해도 이렇게 기구할까 싶지만 그린은 언제나 그랬듯이 포기하지 않았다. 열심히 자신을 채찍질했고 전 세계 파이터들과 맞서 싸우며 정상에 서기위해 노력했다. 현재는 선수 생활 중 좋은 인연을 맺은 베니 제이콥 코치와 의부자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파워 인터뷰에서는 오는 23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팩스에서 있을 'UFC 파이트 나이트: 파블로비치 vs. 블레이즈' 대회에서 재러드 고든과의 라이트급 매치를 예약해놓은 그린을 만나 그의 인생관과 격투 철학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었다.

바비 그린(사진 왼쪽)은 복싱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다.
ⓒ UFC 제공

"재러드 고든과 기억에 남을 명승부를 펼치고 싶다"

 

-반갑다. 당신을 인터뷰하는 매체는 한국의 '오마이뉴스'다.

"나도 반갑다. 한국의 유명 언론사인가? 이름이 무척 친근하고 좋다. 멀리 한국에까지 근황을 전하고 인터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나는 한국이 좋다. 꼭 가보고 싶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간접적으로 겪어본 한국에 대한 인상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이 너무 좋다. 한국 사람들은 알앤비를 좋아하고, 노래를 많이 부른다. 한국식 바베큐를 먹으러 가면 식당에서 틀어주는 음악이 딱 내 스타일이다."

 

-'킹'이라는 닉네임을 아예 법적인 이름으로 개명하려고 한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냥 다른 걸 시도하고 싶다. 나는 다른 어떤 사람과도 비슷하고 싶지 않다. 사람들에게 가난한 어린이가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왕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내가 왕이고 거물이라고 잘난척하거나 거만 떨려는 게 아니다. 그냥 다른 존재가 되고 싶을 뿐이다. 이해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내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별명을 킹으로 지었던 건가?

그렇다.(웃음)

 

-재러드 고든에 대해 파이터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재러드 고든이 굉장히 웰라운드한 파이터라고 생각한다. 그가 멋진 싸움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를 탔으면 좋겠다."

 

-그와의 상성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그가 내 스피드와 격투 방식에 대적할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하고 싶다."

 

-고든의 지난 경기는 논란이 많았는데 누가 이겼다고 봤나?

"패디 핌블렛이 승자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아니다. 미안하다. 재러드 고든이 이겼다. 패디가 인기가 많기 때문에 패디가 이긴 것처럼 보인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그는 끔찍히 졌다."

 

-패디 핌블렛을 아마추어 같다고 비판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였나?

"그렇다. 둘 다 싸우는 방식이 굉장히 아마추어 같았다. 왜냐면 고든은 3라운드를 낭비했다. 그는 3라운드에 더 적극적으로 싸웠어야 했다. 그래서 둘 다 아마추어적 실수를 저질렀다."

바비 그린은 고등학교때까지 레슬러였다.
ⓒ UFC 제공

"승리는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블랙 라이브스 매터가 한창이던 시기 백인인 베니 제이콥 코치를 아버지라고 방송에서 소개하면서 인종 갈등을 해소하자는 메시지를 전해 화제가 됐었다. 베니 제이콥을 언제 만나게 됐고, 그는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제이콥을 21살 때 만났다. 당시 만난 지 한 달 된 여자친구가 임신을 했다. 우리 둘 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난 갑자기 아빠가 된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당시 나는 전 체육관을 떠나서 새로운 체육관에 갔다. 거기서 제이콥을 만났다. 제이콥은 내게 아빠가 되는 법, 아이를 돌보는 법에 대해서 가르쳐줬다. 그리고 나를 잘 돌봐줬다. 그가 내가 파이터 직업을 갖게 만든 가장 주요한 인물이다. 왜냐면 나는 당시 격투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사이드잡 정도로만 생각했다. 나는 6일 동안 창고에서 일했다. 그런 다음 토요일에 멕시코에 가서 싸우고, 다시 돌아와서 일했다. 제이크는 처음으로 내가 격투기에 재능이 있다고, 이쪽 일을 더 해야 한다고 말해준 사람이었다. 그는 제발 일을 그만두고 격투기에만 집중하자고 사정했다. 하지만 난 그러지 않고, 창고 일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충분한 돈을 벌고 나서야 그만뒀다."

 

-고등학교 때 레슬링을 했지만 레슬링 압박보다는 타격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더 선호하는 듯 보인다.

"내 타격 코치 샘 메이슨을 통해 타격에 빠졌다. 그가 타격을 분석하고, 내게 다양한 타격을 알려줬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나는 항상 펀치를 날리고, 킥을 차는 걸 좋아했다. 레슬러 출신이지만 나는 레슬링을 그다지 하고 싶어한 적이 없다. 그냥 팬들이 그런 경기를 별로 안 보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레슬링보다는 타격전을 더 보고 싶어한다. 그래서 타격을 중심으로 격투 스타일을 만들었다."

 

-복싱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친구 네이트 디아즈가 제이크 폴과 복싱 경기를 하는데 누가 이길 거 같나?

"쉽게 이길 수 있다고는 안 하겠지만 디아즈가 이길 거다. 난 진심으로 디아즈가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디아즈는 굉장히 뛰어난 복서고, 특히 후반 라운드로 갈수록 더 유리해질 거다. 디아즈는 후반 라운드로 갈수록 강해진다. 그가 폴의 큰 라이트 오버핸드를 안 맞기만을 바란다. 폴은 슬립해서 머리를 숙이고 큰 오른손 한방을 노린다. 그거 빼고는 뛰어난 복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디아즈가 큰 한방에 걸리지 않는 이상 이길 거라고 본다."

 

-당신도 언젠가 복싱에 도전해볼 생각이 있나?

"나도 적당한 때가 오면 복싱으로 크로스오버 할 거다. 사람들에게 진짜 복싱이 어떤 건지 보여줄 거다. 왜냐면 내가 복싱을 하면 정말 대단할 것이기 때문이다.(웃음) 못 믿겠다고? 음… 한번 상상해봐라. MMA에서는 테이크다운과 레그킥을 걱정해야 한다. 때문에 진심으로 펀치를 내기 쉬운 상황이 많지않다. 하지만 복싱은 그냥 두 주먹으로 최선을 다해 싸우면 된다. 농담아니고 그냥 복싱이라면 난 정말 날아다닐 거다."

 

-노가드, 잽, 숄더롤 등 복싱 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를 연상케하는 플레이가 종종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메이웨더를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나는 그의 열렬한 팬이다. 메이웨더의 모든 시합을 다 봤다. 어렸을 때 나랑 절친은 항상 메이웨더의 시합을 봤다. 이건 일종의 '의식(ritual)' 같은 거였다. 우린 그의 경기를 무조건 봐야했다. 그래서 그의 모든 경기를 봤고, 어떻게 숄더롤을 쓰는지를 배우고, 이를 나만의 스타일로 흡수했다. 사람들은 메이웨더의 스타일이 MMA에서는 안 통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MMA에서 성공시켰다."

바비 그린(사진 오른쪽)이 가장 선호하는 승리방식은 넉아웃이다.
ⓒ UFC 제공

-타격에 의한 넉아웃, 서브미션, 판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승리를 가져갔는데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승리방식은 어떤 것인가?

"가장 좋아하는 승리 방식이라, 그것은 KO다. 상대를 KO시키는 걸 가장 좋아한다. 그러면 정말 살아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KO가 가장 좋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긴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다. 어떤 방식이든 승리는 나를 흥분케한다. 경기가 끝난 후 내 손이 올라갈 때 행복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승리를 꼽으라면?

"가장 기억에 남는 승리는 조시 톰슨을 이겼을 때다. 2주 단기 오퍼를 받고 그와 싸웠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내 동생이 그 몇 주 전에 총에 맞아 살해됐다. 그래서 내겐 정말 힘든 시기였다. 그래서 난 그 경기가 내 동생을 영예롭게 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UFC 파이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선배 파이터로서 조언을 한다면?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딱 하나다. 포기하지 말라는 거다. 꿈을 향해 나아가다보면 정말 많은 감정을 겪을 거다. 어떤 때는 행복할 거고, 어떨 때는 슬플 거다.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고, 외롭다고 느낄 때도 많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정말 다양한 감정을 느낄 거다. 정말 길고, 험난한 길이 될 거다. 내가 그랬으니까. 거기까지 가려면 정말 거의 미칠 지경일 거다. 하지만 포기하지 마라. 승부는 옥타곤에서만 가려지는게 아니다. 자신과의 수많은 싸움을 이겨내고서야 비로소 조금씩 기회가 주어진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한국 팬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먼곳에서도 저를 응원해주고 함께 파이팅을 외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타국에도 저를 알고 응원하는 팬들이 있다는 것! 정말이지 파이터를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제게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여러분들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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