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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키치, 스포츠 강국 세르비아가 낳은 농구 도사

농구/NBA

by 멍뭉큐라덕션 2023. 6. 3.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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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키치, 스포츠 강국 세르비아가 낳은 농구 도사

기사입력 2023.05.31. 오후 03:43 최종수정 2023.05.31. 오후 03:43

NBA, 비 미국인 스타들의 시대가 왔다②

남동유럽의 발칸반도 중앙의 판노니아 평원에 위치한 세르비아는 구 유고 연방에서 분리독립한 내륙국이다. 영토의 대부분이 남유럽으로 분류되지만 북부 보이보디나 자치주는 중부유럽으로도 간주된다. 세르비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스포츠다. 각 종목에 걸쳐 빼어난 선수들이 많다.

테니스계의 노박 조코비치와 아나 이바노비치, 남자배구의 니콜라 요보비치, 스레츠코 리시나츠, 알렉산다르 아타나시예비치, 여자배구의 옐레나 니콜리치, 이바나 제리실로, 사냐 말라구르스키, 마야 오그네노비치, 브란키차 미하일로비치, 밀레나 라시치, 요바나 스테바노비치, 스테파나 벨리코비치, 티아나 보스코비치, 태권도 여자부의 밀리차 만디치, UFC 다르코 스토시치, 알렉산더 라키치, 두스코 토도르비치 등 종목별로 스포츠 역사의 한획을 그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축구같은 경우 유럽에서도 전통의 강팀으로 꼽힌다. 드라간 자이치, 드라간 스토이코비치, 벨리보르 바소비치, 밀루틴 이브코비치, 시니샤 미하일로비치, 데얀 스탄코비치, 네마냐 비디치, 네마냐 마티치,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 알렉산다르 콜라로프 등 쟁쟁한 레전드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했다.

농구도 예외없다. 다르코 밀리치치, 밀로스 테오도시치, 보그단 보그다노비치, 보반 마르야노비치 등이 NBA에서 뛰었거나 여전히 뛰고 있다. 그런가운데 NBA 역사를 뒤바꿀만한 초대형 플레이어가 탄생했으니 다름아닌 덴버 너기츠의 ‘조커’ 니콜라 요키치(28‧211cm)다. 그는 자신만의 유니크한 플레이를 통해 소속팀은 물론 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최고 센터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2014년 NBA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1순위로 지명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요키치는 처음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기대주는 아니다. NBA 기준에서 봤을 때 느리고 운동능력도 좋지않았기 때문이다. 탄탄한 체격에 힘이 좋기는 했지만 그런 스타일의 백인 빅맨은 그동안 무수히 많았고 대부분 일정수준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의 요키치는 리그 최고 수준을 넘어 역대급 센터의 반열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와 더불어 리그 양강 체제를 이루고있는 조엘 엠비드(29‧213cm)는 같은해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뽑혔고 ‘제2의 하킴 올라주원’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요키치에 밀려 2인자에 그치고있는 모습이다.

엠비드 역시 ‘괴수’로 불릴만큼 정상권에서 맹활약하고 있지만 ‘도사’ 요키치는 늘 그보다 반발자국 정도 앞서나가며 넘지못할 벽처럼 군림하고 있다. 지지난 시즌과 지난시즌에 걸쳐 2년연속으로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바있으며 올시즌에는 엠비드에게 간발의 차로 밀렸지만 3년연속으로 받았어도 이상할게 없을 만큼 꾸준한 위용을 과시했다. 리그 최고의 센터이자 명실상부한 전포지션 최고의 선수라도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요키치는 빠르지도 운동능력이 좋지도 않다. 하지만 센터로서 할 것은 다한다. 탄탄한 기본기를 앞세워 포스트업, 페이스업 등 다양한 기술로 매치업 상대를 제압하는 것을 비롯 골밑 몸싸움, 리바운드에서도 밀리지않는다. 거기에 슈팅능력이 워낙 안정되어있어 미드레인지, 3점슛 등 전천후로 공격옵션을 가져간다.

여기까지만해도 요키치는 충분히 뛰어난 센터로 평가받을만하다. 하지만 정작 그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따로 있다. 넓은 시야와 높은 BQ를 바탕으로한 리딩과 패싱능력이다. 단순히 잘하는 수준이 아니다. 정통파 퓨어 포인트가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외려 신장에서 장점이 있는만큼 더 높은 곳에서 더 멀리보면 게임을 지휘하는지라 장점이 크다는 평가다. ‘센터의 탈을 쓴 역사상 최고 수준의 포인트가드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않는 이유다.

요키치로부터 시작되는 속공은 덴버의 가장 위력적인 공격 옵션중 하나다. 구태여 자신이 무리해서 뛸 필요가 없다. 달려주는 동료에게 패스만 제대로 넣어주면 된다. 동료들은 요키치가 공을 잡으면 너나할 것 없이 신속하게 볼없는 움직임을 가져가던가 상대 코트를 향해 열심히 달린다. 조금의 빈틈만 생겨도 요키치의 패스가 전달될 것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수비 리바운드를 잡아냄과 동시에 상대 진영으로 달려가는 동료 선수에게 길게 던져주는 아웃렛패스는 물론이거니와 이른바 '대지를 가르는 패스'는 요키치의 전매특허다. 포인트가드처럼 자신이 드리블을 치면서 하프라인을 넘어와 낮고 길게 패스가 나가는데 상대 수비진 사이를 통과해서 포스트인근 동료에게 정확하게 전달된다.

정확성은 물론 동료의 움직임에 맞춰 속도까지 조절해줘야 하는지라 어지간한 가드들도 쉽지않은 플레이다. 자신 바로 옆으로 원바운드되어 패스가 들어가면 상대 선수는 알면서도 반응하기기 쉽지않다. 요키치가 공을 몰고 가운데서 달리면 동료들은 양 날개에서 함께 뛰어주는데 그렇게 될 경우 상대 수비진은 매우 난처해진다. 공이 어디로 들어갈지 예측하기 힘든지라 밀착수비나 도움수비 모두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윙이나 가드 자원과의 기브 앤 고도 위력적이다. 포스트인근에서 요키치가 볼을 잡으면 포스트업이나 슈팅을 견제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을 이용해 가볍게 건네지는 패스를 동료들이 림어택으로 잘 연결시켜 준다. 물론 수비가 자신에게서 떨어지면 여지없이 포스트업을 시도하거나 자유투 쏘듯 가볍게 미들슛을 날려 상대를 허탈하게 만들어버린다.

3점라인 밖에 서있다가 동료가 건네주는 패스를 받아 다시 날카롭게 골밑의 다른 동료에게 찔러주거나 포스트업을 치는 척하면서 흘려주는 킬패스는 알면서도 당하는 필승옵션이다. 기본기에 충실한 선수답게 동료들을 살려주는 스크린 플레이에도 능한데 그 가운데서 나오는 링커로서의 역할도 일품이다. 달려주는 동료가 자신에게 볼을 주면 구태여 잡을 것도 없이 가볍게 툭치는 식으로 방향만 바꿔주며 돌파를 돕는다.

팬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센터버전 래리 버드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이유로 그야말로 마스터급 코트 비전을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요키치를 앞세워 덴버는 플레이오프에서 데빈 부커와 케빈 듀란트의 쌍포를 앞세운 피닉스 선즈, 르브론 제임스와 앤서니 데이비스의 LA 레이커스를 차례로 연파하고 파이널에 진출한 상태다. 최종적으로 마이애미 히트가 대결 상대로 확정됐는데 전력과 상성을 감안했을 때 덴버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치는 이들이 많다.

라파엘 나달, 로저 페더러와 함께 남자 테니스계의 전성기를 이끌고있는 노박 조코비치는 최근 'Tennis Channel'과의 인터뷰를 통해 "같은 세르비아인으로서 요키치가 너무 자랑스럽다. 세르비아인 모두가 요키치를 응원하고있으며 자신의 첫 파이널 무대에서 우승하기를 바란다"는 응원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센터 시대의 트랜드를 새로 쓰고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요키치가 파이널까지 접수하며 세르비아 농구계의 최고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FIBA 제공, 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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