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영광의 순간’은 다시 돌아올까?
기사입력 2023.06.07. 오후 12:31 최종수정 2023.06.07. 오후 03:53
삼성은 실업농구시절부터 현대(현 KCC)와 함께 한국농구를 대표하던 전통의 명문이다. 기아자동차 왕조 이전까지 현대와 함께 농구대잔치를 양분한 것을 비롯 김현준, 박상관, 이창수, 서동철, 강양택 등 많은 스타급 선수들을 배출했다. 한시대를 독점하지는 못했으나 꾸준한 성적을 통해 튼튼한 팀의 이미지를 착실히 쌓아나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삼성은 이른바 ‘약체’이미지가 짙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농구를 보는 세대에게 삼성은 전형적인 약팀으로 인식되어지고 있는지라 오랜 팬들 입장에서는 격세지감을 넘어 서글픔까지 느껴지고 있는 분위기다. 빙그레 시절 리그를 대표하던 강팀중 하나였다가 현재는 하위권팀의 대명사가 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를 보는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의 근래 성적은 처참하기 이를데없다. 최근 5시즌만 살펴봐도 10위 3번, 7위 2번이다.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 ‘NBA스타 00이 KBL에서 뛰면?’이라는 가정이 나올 때 단골로 언급되는 팀이다. 하지만 KBL로 범위를 좁혀서 봐도 삼성이 마냥 약체의 대명사가 될 정도까지 동네북은 아니었다.
잘나가던 시절도 분명 존재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준우승 3회), 정규시즌 우승 1회, 6강 플레이오프 진출 13회, 4강플레이오프 진출 8회를 자랑한다. 하지만 ‘영광의 시간’이후 너무 많은 세월이 흘렀다. 10개 구단중 마지막 우승에서 현재까지의 기간이 가장 긴 팀이 바로 삼성이다.
무려 17년이 지났다. 삼성이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한 2005~06시즌까지 챔피언결정전을 밟아보지못했던 안양 KGC는 무서운 기세로 우승을 차지하며 현재는 역대 우승횟수(4회)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수도권을 대표하던 강팀의 명성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어쩌다 삼성이 이렇게까지 됐는가’라는 한숨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 이유다.
삼성의 챔피언결정전 첫 우승은 2000~01시즌에 이뤄졌다. 김동광 감독, 안준호 코치, 이민형코치의 지휘아래 주희정, 강혁, 김희선, 문경은, 이규섭, 이창수, 박상관 등이 똘똘 뭉쳤다. 조성원, 조우현, 에릭 이버츠 등을 앞세워 공격농구를 표방한 창원 LG의 반격은 만만치않았지만 각 포지션에 걸쳐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삼성의 힘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삼성의 첫 우승은 꾸준히 잘 다져놓은 전력 위에 신인드래프트에서의 행운과 잘뽑은 외국인선수 등이 적절하게 시너지를 내며 만들어졌다. 주희정, 강혁, 김희선으로 이어진 당시 삼성의 가드진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거기에 더해 외곽에는 국내 최고 슈터중 한명인 문경은이 버티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골밑전력에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이규섭을 뽑으며 단숨에 해결했다. 고려대 주전센터로 활약하던 이규섭은 힘과 기술을 겸비한 전천후 빅맨으로 활용가치가 높았다. 수비 등 궂은 일을 잘해주었으며 득점력도 쏠쏠했다. 거기에 더해 외국인농사까지 성공했다.
센터 무스타파 호프(51‧201cm)는 국내무대에서 검증된 안정적인 센터 자원이었으며 전체 10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게된 아티머스 맥클래리(50‧191cm)는 해당 시즌 최고의 외국인 파워포워드였다. 언뜻보면 투박하고 힘만 좋은 선수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준수한 볼핸들링에 스피드와 탄력, 긴 슛 레인지까지 갖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였다.
좋은 활약을 오래 가져가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적어도 해당시즌으로 한정해서는 최고의 외인으로 손색이 없었다. LG가 삼성을 상대로 제대로 힘을 못쓴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외국인선수간 골밑 파워대결에서 밀린 탓도 크다는 평가다. 이를 뼈아프게 여긴 김태환 감독은 이후 전체 1순위로 뽑은 송영진에게 무리한 증량을 요구하는가하면 포스트 보강을 위한 공격적인 트레이드를 연달아 시도하기도 했다.
2번째 우승은 2005~06시즌에 만들어졌다. 첫 우승 당시 코치로 함께했던 안준호가 이번에는 감독으로서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의 삼성은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특히 플레이오프 들어서 컨디션이 절정에 달했는데 이를 입증하듯 정규시즌 1위에 빛나는 초호화멤버 울산 현대모비스를 4대0으로 가볍게 누르고 챔피언결정전을 접수했다.
당시 현대모비스는 물오른 양동근, 김효범 앞선에 KBL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꼽히는 크리스 윌리엄스까지 있었지만 삼성의 빈틈없는 밸런스에 가로막혀 변변한 힘도 쓰지못하고 패퇴하고말았다.
무엇보다 당시 안감독이 빛나는 것은 서장훈을 벤치에 앉혀놓다시피하고 챔피언결정전을 가져갔다는 사실이다. 안감독은 달랐다. 선수의 이름값에 관계없이 철저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챔피언결정전을 지휘했고 4전 전승이라는 성적으로 본인의 판단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이정석, 강혁의 앞선에 이규섭, 김동욱이 포워드진의 중심에 섰으며 외국인선수는 포워드 네이트 존슨(46‧196.5cm)과 센터 올루미데 오예데지(42‧201.4cm) 조합이었다. 이때 우승 멤버를 삼성 역사상 최강팀으로 꼽는 이들이 여전히 많을 정도다.
당시만해도 삼성이 이후 17년 이상 우승을 못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현재 상황이라면 20년을 넘길 가능성도 적지않다. 리빌딩을 통한 체질개선 및 장기적 강팀으로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다.
이상민 시대 자율농구를 표방했지만 뜻대로 풀리지않았고, 상대적으로 맹장형인 은희석 감독체제의 결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는 사이 전통의 라이벌 KCC는 명가재건을 위한 전력보강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며, 서울 라이벌 SK 또한 전성기를 이어가기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우승 타이틀이 없는 LG, KT 또한 이를 악물고있는 상황이다. 과연 명가 삼성의 ‘영광의 순간’은 언제쯤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팬들의 그리움은 갈수록 커져만가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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