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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호는 놔두라고…, 즐거우셨으면 만족합니다”

농구인터뷰

by 멍뭉큐라덕션 2022. 10. 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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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호는 놔두라고…, 즐거우셨으면 만족합니다”

기사입력 2022.10.04. 오전 09:01 최종수정 2022.10.04. 오전 09:01

[김종수의 농구人터뷰(56)] '대도' 신명호

“신명호는 놔두라고!” 프로농구에 별반 관심없는 팬들까지도 한번쯤 들어본적 있는 유명한 대사다. 경기중 상대 팀 감독들이 작전타임시 '신명호는 슛이 약하니 노마크 찬스를 내주더라도 수비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시작이었다. 단순히 거기에서 끝났으면 두고두고 회자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도훈 한국가스공사(전 전자랜드) 감독은 자신의 지시와 달리 선수들이 신명호를 수비하다가 정작 다른 KCC 선수들에게 연달아 실점을 허용하자 작전타임을 불러 “신명호는 놔두라고! 40분 내내 그렇게 얘기했는데 안 들어 먹으면 어떡하자는 거야!”라며 답답해죽겠다는 표정으로 버럭 소리를 지른다.

문경은 SK전 감독 또한 자꾸 신명호에게 수비를 들어가는 선수들이 못마땅한 듯 작전타임 상황에서 “하승진한테 민수가 오라고, 그리고! 신명호는 놔두라고”라며 비슷한 말을 내뱉는다. 그 외 다른 감독들 사이에서도 외곽슛 상황에서의 신명호 포기 전략은 유행(?)처럼 번져나간다.

어찌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공격력이 약한 선수라도 오픈찬스는 허용하면 안되는게 수비의 기본이다. 하지만 신명호에게는 수비를 들어가면 외려 혼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지켜보는 팬들 마저도 당황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상식을 벗어나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신명호의 지나칠 정도로 부진한 슈팅성공률이 영향을 끼쳤다.

그는 가드임에도 불구하고 통산 3점슛 성공률이 22.9%에 그쳤는데 실제 경기에서보면 그마저도 높게 느껴질 정도다. 상당수 외곽슛을 오픈찬스에서 던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림을 맞고 튕겨져나오기 일쑤였고 심지어 골대도 스치지않는 에어볼도 적지않았다. 이에 상대팀에서는 경기가 거듭될수록 대놓고 전략적으로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상황이 그렇게되자 KCC입장에서는 공격시에는 4명이 뛰는 느낌까지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쯤되면 잘 모르는 이들은 ‘농구 선수 맞아?’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다소 달랐다. 신명호가 단순히 수비시 대놓고 무시하는 선수에 불과했다면 무려 12시즌 동안 468경기나 뛰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한 두시즌이면 옷을 벗었어야 되는 것이 맞다. 거기에 그는 KCC 원클럽맨이다. 팀에서도 이유가 있으니 그와 오랜시간 동행했음이 분명하다.

신명호는 공격시에는 상대방에게 ‘신명호는 놔두라고’의 아픔을 겪었지만, 반대로 자신이 수비할때는 ‘신명호님 놔주세요’라는 말을 들었던 선수다. 공격시 1인분을 못한 부분을 수비시 1.5인분, 2인분을 해내며 완벽하게 커버했다. 자신의 마크맨에게 제대로 자물쇠를 채워버리는 것을 비롯 도움수비에도 무척 능한 전천후 수비스페셜리스트였다. 전성기 시절 주희정이 가장 까다로운 마크맨으로 꼽기도 했다.

신명호는 특히 스틸에 능해 중요한 순간 종종 상대 앞선의 흐름을 끊어내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손놀림 자체가 워낙 빠른데다 적극적인 손질을 통해 매치업 상대를 압박했다. 거기에 상대의 패스길을 읽는 능력도 매우 빼어났다. 2012~2013시즌에는 스틸 1위(평균 2.04개)에 올랐는데 총 개수는 무려 104개에 이르렀다. 거기에 대부분 경기에서 벤치 멤버로 나왔음에도 수비 5걸상만 무려 3차례나 수상했으며, 2015~2016시즌에는 최우수후보상까지 차지한 바 있다. 팀의 2차례 우승에도 공헌했다.

특히 자신의 첫 번째 우승시즌에는 KCC 앞선 압박수비의 핵심 역할을 해내며 수비수도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어떤면에서는 슛에 가려 지나치게 저평가되고있는 상황이다. 상당수 팬과 전문가들은 역대 최고의 수비수(가드 부분)로 신명호를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수비로 한시대를 풍미한후 현재는 친정팀 KCC에서 코치로 있는 신명호(38‧184cm)를 만나 ‘왜 그렇게 슛이 안들어갔는지…(?)’, ‘저평가에 억울하지는 않은지’ 등 이런저런 질문을 대놓고 물어보았다.

“KCC 젊은 피들의 활약, 기대할만합니다”

Q.2020년 은퇴후 바로 코칭스탭으로 합류했어요. 현재 팀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뭔가 딱 정해서 하고 있기보다는 전창진 감독님과 강양택 코치님을 옆에서 도와드리면서 배우고 있다고 하는게 맞을 듯 싶어요. 아직은 경험도 짧고 이것저것 갖춰나가야 할 것이 많으니까요. 2020~21 시즌에는 D리그 감독도 경험하기는 했지만 역량도 부족하고 경험을 쌓아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저같은 경우는 매우 운이 좋은 케이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선수로서 대단한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니고 눈에 띄게 리더십을 발휘하지도 않았지만 팀에서 좋게봐주셔서 기회를 주고있다고 생각합니다. KCC라는 명문팀의 식구로 이렇게 오래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더 많이 배워나가면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코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올시즌 KCC는 대대적으로 팀이 바뀐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성적 기대하고 있나요?

많이 바꿨죠. 자리를 비우게된 과정은 모두 다르지만 (이)정현이, (송)교창이, (유)현준 등 팀의 1, 2옵션급들이 모두 없게된 상황이니까요. 대신 (이)승현이, (허)웅이가 들어왔죠. 외부에서도 기대하는 목소리반 우려하는 목소리반 그런 분위기같아요. 경기 색깔 등에서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되지만 새로이 합류한 선수들이 워낙 능력이 출중한만큼 충분히 빈자리를 메워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웅이같은 경우 확실한 공격 옵션이고, 승현이야 팀 공헌도 자체가 남다른 선수잖아요. 거기에 (정)창영이, (김)상규, (전)준범이, (김)지완이 등 베테랑급 선수들이 함께 손발을 맞춰간다면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아지는 모습 보일 듯 싶어요. (이)근휘, (김)동현이, (서)정현이 등 젊은 피들의 성장도 기대되는 요소죠. 부상자들이 많은 것이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하나둘 돌아오고 있습니다.

 

Q.최근 KCC의 앞선수비가 계속 약점으로 지적받아왔어요. 코치님의 노하우가 제대로 전수가 안된 것일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특정 분야를 온전히 책임져서 가르쳐줄 위치도 역량도 아니고요. 질문대로 노하우 등은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어차피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니까요. 더불어 각자 자신이 잘하는 방향이 다르니까 누가 자신의 장점을 가르쳐준다해도 그대로 흡수시키기에는 대단히 어렵죠. 처음부터 자폭하는 말 같지만(웃음) 반대로 근휘나 준범이가 저에게 3점슛을 가르쳐준다고 제가 그친구들처럼 쏠 수는 없잖아요. 같은 맥락이죠. 허나 공격을 못하는 선수가 수준급 공격력을 갖추는 것보다는 수비 지적받는 선수가 수비 실력 향상되는 쪽이 좀 더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요. 공격은 각종 스킬 등이 제대로 몸에 배여야 가능하지만 수비는 근성과 투지로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KCC 젊은 선수들의 수비실력은 점점 향상될 것으로 믿어의심치않습니다. 옆에서 열심히 도울 생각입니다.

Q.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송동훈이 1라운드 4순위로 깜짝 지명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왠지 남의 일 같지 않을 듯 싶어요.

아…, 하하핫. 그렇죠. 순간 무슨 말씀인가했습니다. 송동훈 선수도 깜짝 지명으로 화제가 되고있고 저 역시 비슷한 얘기를 들었죠. 오히려 제가 더 심했던 것 같아요. 동훈이는 그래도 아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아는 것 같은데 저는 ‘신명호가 도대체 누구냐?’는 얘기도 적지않게 들었으니까요. 6순위이기는 했지만 역대급 황금드래프트인지라 제 뒤로도 이광재, 김영환, 함지훈 등 대학무대에서 이름을 남긴 선수들이 남아있었잖아요. 어쨌거나 저도 프로선수가 되고싶었고 높은 순위로 뽑혀서 좋기는 했지만 적지않은 부담감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동훈이는 잘할 것 같아요. 키만 작을 뿐 능력치를 고르게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무엇보다 눈썰미 좋기로 유명한 전감독님이 제대로 찍어서 데려온 선수니까요.

Q.새 외국인선수 론대 홀리스-제퍼슨이 정말 기량이 좋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팀에 합류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인지라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컨디션만 좋아진다면 좋은 선수임은 분명하죠.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선수들을 통틀어서도 손꼽힐만한 커리어를 가지고있고 그런만큼 기대도 많이 받고 있어요. 일단 KBL특성을 무시 할 수 없잖아요. 해외에서 정말 좋은 선수로 평가받았어도 KBL에서 실패한 케이스가 있는 반면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가 KBL에서 맹활약을 펼치기도 하고요. KBL 적응여부, 팀과의 시너지, KBL특성에 맞는 플레이적인 궁합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맞물려서 활약도가 갈리는 듯 싶어요. 일단 기본적으로 KBL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4, 5번 유형은 아니잖아요. 스윙맨에 가까운 선수이기도 하고요. NBA에서도 수비로는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인만큼 프레임은 얇아보여도 이를 상쇄시킬만한 요령 등을 잘 갖췄다는 평가입니다. 팀에서도 그러한 점을 감안해서 데려왔고요. 본인보다 체격좋은 선수들과의 골밑싸움에서도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을 것 같아요. 거기에 돌파가 좋고 3점슛은 아직 미지수지만 미드레인지 게임에 강점이 있는 선수인지라 공격시에도 나쁘지않은 활약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Q.함께 뛰었던 외국인선수 중에서 인상깊었던 선수로는 누가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고 안드레 에밋이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요. 빼어난 개인기에 더해 무엇보다 결정력이 좋아서 중요한 순간에 1골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였죠. 패스에 인색하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상쇄할만큼 득점 공헌도가 많이 좋았었잖아요. 함께 뛰어본 입장에서, 공격에 소질이 없는 선수로서(웃음) 에밋은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의 득점머신이었습니다. 물론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 역시 저도 잘 알고있어요.

“신명호는 놔두라고?”

Q.다소 가슴아픈 얘기일지도 모르겠네요. 의도치않게 ‘신명호는 놔두라고’라는 유행어가 크게 터졌어요. 농구에 관심없는 이들까지도 알정도에요.

그러게요. 너무 유명하더라고요. 엊그제는 무슨 무협 웹툰에 명호라는 캐릭터가 나오는데 ‘신명호는 놔두라고, 몇 번을 얘기했는데’라는 댓글이 달렸더라고요. 명호라는 이름만있으면 종종 저런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따라 붙는데 명호라는 이름을 가진 분들께는 죄송합니다.(웃음) 사실 저도 잘하려고 했어요. 누구보다 제 스스로가 약점을 잘 알고있으니까요. 노력이라는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제 스스로 그것을 넘어서 보려고 애를 쓰기도 했어요. 결과적으로 뛰어넘지못했고 제 역량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감독이라도 그 정도로 슛이 들어가지않으면 그렇게 지시했을 것 같아요.

Q.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정말 부담스러웠을것 같아요.

부담스럽기도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분발의 계기로 삼아도 보고 그랬지만 결과적으로 공격 쪽에서 보여준게 거의 없으니까요. 지금은 뭐, 막을 수 없을 만큼 잘알려진 유행어같이 되버린지라…, 여러분이 즐거우셨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려고요.(웃음) 사실 저도 사람인데 이래저래 부끄럽기는해요. 하지만 제가 그정도로 슛을 못넣었고 그러기에 만들어진 말이니만큼 받아들여야만하겠죠. 잘했으면 그런 말도 없었을 것 아니에요.

Q.초창기에는 그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슛이 더 안좋아졌어요. 3점슛은 물론 자유투까지도…, 이유가 무엇일까요?

많은 이야기를 들었죠. 팬분들께서도 ‘슛 연습은 하는거야?’, ‘그래도 선수인데 저정도로 안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애정어린 질책이 적지않으셨고 저도 잘하려고 슛 연습도 많이 했습니다. 시즌전 훈련이나 연습게임 등을 할 때는 그정도로 안들어가지는 않았어요. 헌데 시즌만 들어서면 저도 이해가 되지않을 만큼 슛이 봉인되어버리더라고요. 제가 슛을 못쏘는것도 있겠지만 심리적인 위축과 트라우마도 컸던 듯 싶어요. 제일 문제인 것은 그러한 상황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겠지만요.

Q.상대가 아예 대놓고 버리는 수비를 하면 멘탈이 흔들려서 슛영점이 더 나빠질 듯 싶어요.

아무래도 그런 면도 있죠. 가뜩이나 위축되어 있는 상태에서 대놓고 흔들려버리게 되더라고요. 보통 일반적인 선수는 슛의 사이클이라는게 있잖아요. 정상적으로 수비하고,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다보면 안들어갈 때는 안들어가도 슛감이 좋을 때는 잘 들어가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제가 슛이 약하다는 것을 상대팀도 알고 팬들도 알고 저도 의식하다보니까 버리는 수비를 당하게되면 손이 얼어버리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안들어가면 상대팀에서 ‘역시’ 그럴 것 같고…, 그럴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지만 슛이 계속 고장나 있었다는 자체로 제가 신경을 엄청 썼던 것 같아요. 사실 생각해보면 별것 아니거든요. 그냥 들어가든 안들어가든 자신감있게 쏘다보면 어느 정도 평균값이라는게 나오잖아요. 하지만 이 트라우마라는 것이 당사자 개인에게는 다르게도 작용하는 듯 해요. 당시에는 자꾸 신경쓰이게 되고 그 상황 속으로 빠져들어가 많은 잔상을 남기며 허우적거리게 되더라고요.

Q.허재 전감독이 기본적인 오픈슛만 들어가면 5억원짜리 선수다는 말도 했어요.

저에게는 너무 감사한 분이시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저를 높은 순위로 뽑아주시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서 키워주셨으니까요. 신인 때는 혼도 나고 그랬지만 대체적으로 격려, 응원 등을 많이 해주셨어요. 감독님이 없으셨다면 약점투성이였던 제가 프로무대에서 그렇게 오래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선수가 되기를 바라셨을텐데 기대에 미치지못해서 죄송할따름입니다.

“신명호님 놔주세요?”

Q.반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에서 롱런하셨어요. 단점만큼 장점도 확실했으니까요. 이른바 KCC 2차왕조라고 하죠. 신명호, 강병현, 임재현 등이 펼치는 앞선 압박수비가 정말 대단했어요. 그 중심에는 신명호가 있었고요.

과찬이십니다. 사실 냉정하게 얘기하면 저는 묻어간거죠. 일단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공헌도가 워낙 적으니까 수비 등 다른 쪽으로 헌신하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이에요. 그것까지 못하면 제가 코트에 나설 이유가 없잖아요. 더불어 수비적인 부분 역시 재현이형, 병현이 등이 워낙 센스있게 잘했어요. 함께 하다보니 서로간 수비 시너지가 더 크지않았을까 싶어요. 저희 바로 뒤에서 (추)승균이형이 도움을 주셨고 골밑에는 (하)승진이까지 버티고 있었잖아요. 설사 뚫려도 뒤에 승균이형, 승진이가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했어요. 그렇게 편하게 하다보니 수비도 더 잘됐던 듯 싶었고요.

Q.당시 팬들과 언론에서는 앞선 수비수들을 가리켜 ‘들개군단’이라는 표현도 썼어요.

저나 병현이나 한창때 나이였으니까 열심히 뛰어다니기는 했죠. 이른바 활동량에서는 어느팀 못지 않았을거에요. 거기에 재현이형도 나이를 잊은 듯 엄청나게 뛰어다니셨고 센스까지 출중했죠. 사실 제가 한묶음으로 묻어가기에는 다소 민망해요. 재현이형이나 병현이는 공수겸장이었잖아요. 당시 재현이형은 뭔가 농구를 알고 하는 듯한 원숙한 기량을 보여줬고 병현이같은 경우는 장신임에도 빠르고 잘달리고 거기에 더해 드라이브인, 슈팅 등에도 능했죠. 저는 주구장창 수비만했던거고요. 공헌도로 따지면 제가 그 둘에 비할바가 아니죠.

Q.스포트라이트는 최장신 하승진에게 몰렸지만 진짜로 무서웠던 것은 앞선 압박수비였어요. 발빠른 가드진이 부지런히 움직여주면서 하승진의 느린 기동력도 많이 커버해줬고요.

반대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죠. 승진이가 뒤에 있었기에 저희도 그렇게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며 공격적인 수비가 가능했던 부분도 커요. 승진이가 느린발 등 수비시 약점도 지적받고 있지만 일단 엄청난 높이를 가지고 있는 선수에요. 골밑에서 버티고 있으면 어지간한 장신외국인선수도 함부로 치고 들어가지를 못해요. 거기에 마이카 브랜드라고 수비와 궂은 일을 정말 잘하는 외국인선수까지 있었죠. 저희는 그것을 믿고 앞선에서 좀 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었어요. 뒤에 승진이가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거든요. 그런 빅맨이 뒤에 없으면 압박 수비시 힘의 분배도 감안했을텐데 저희는 그럴 필요가 없었잖아요. 그냥 다음일 생각안하고 쏟아붓는거죠. 그런식으로 강하게 자주 압박이 들어오는 경우는 흔지않은지라 상대팀에서도 당황했을 듯 싶어요. 승진이와 저희의 관계는 그야말로 윈윈이었죠. 그래서 다들 밸런스 밸런스 그러나봐요. 공격만 밸런스가 있는게 아니거든요. 수비도 그런식으로 밸런스가 잘 맞춰지면 보다 더 강한 힘을 내는게 가능해진다고봐요.

Q.이전까지 보통 전문수비수라고 불리는 이들은 플레이가 매우 거칠었거든요. 신명호는 상대적으로 더티하지 않으면서도 잘 막았어요.

하핫…,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할뿐이지만 저도 충돌같은 것 되게 많았어요. 어떻게 수비를 깔끔하게만 할 수 있겠어요. 근성이나 투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영역이기도 하고요. 다만 위험한 장면이 자주 안나오고 저 때문에 크게 다친 선수가 없어서 그렇게 보였나봐요. 저로서도 다행인거죠. 저 때문에 누군가가 다치거나 그런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좋을리가 없잖아요. 프로와서 수비가 많이 늘었어요. 대학교 때는 그저 빠르게 잘 달리기만하면 된다고 봤는데 프로는 다르더라고요. 강약조절 및 센스있는 선수가 워낙 많아서 그들을 막으려면 단순히 막 뛰어다니기만해서는 안됐죠. 그렇게 경기를 뛰어갈수록 발전했던 것 같아요.

Q.당시 최고 가드로 불리던 양동근, 주희정은 물론 단신 외국인가드도 곧잘 수비했어요.

한창 수비력이 좋았던 당시 팀성적도 같이 올라가서 더 잘하게 보인 부분도 많을거에요. 팀이 잘돌아가니까 저도 톱니바퀴의 한축으로 눈에 띌 수 있었고요. 동근이형이나 희정이형이야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가드였잖아요. 모두가 막는 것을 버거워하는 상황에서 가끔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이 부각되지 않았나 싶어요. 휴…, 사실 저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그분들에게 미안한거죠. 외국인선수같은 경우도 국내선수와 다른 탄력과 운동능력을 자랑하는데 수비를 잘했다는 것은 과장같아요. 상황이 그렇게되어서 매치업이 되었고 어쩌다 굿 디펜스라도 한번 나오면 그걸로 칭찬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던 기억이 나요. 당시는 전력분석팀 개념이 막 도입되던 시기인지라 그곳에서 보내온 영상도 많이 보고 이전 중계방송 녹화본도 보면서 나름대로 경기 전에 분석을 하려고 노력도 했고요. 어떤분들은 수비를 하다보면 ‘상대가 움직이는 길이 보이기도 하느냐?’고 물어보시는데 제가 그정도 수비 도사는 아니고요. 가끔, 아주 가끔 저도 모르게 상대의 움직임에 한수 앞서 움직이거나 반응할 때도 있기는 했어요. 그게 계속됐으면 정말 수비대장 소리를 들었겠지만 그정도까지는 되지 못했습니다.

Q.첫 우승 당시 전자랜드와의 플레이오프 기억나시죠? 공격수가 집중 견제받아서 다치는 경우는 봤어도 수비수는 처음봤습니다.

당연히 기억나죠. 그때 전자랜드와 어려운 승부 끝에 겨우 올라갔으니까요. 제가 한창 수비폼이 좋았을 때에요. 누구를 만나던 자신감이 넘쳐흘렀죠. 재현이형, 병현이 등과 함께 미친 듯이 앞선에서 압박했어요. 그러다보니 많이 귀찮고 거슬렸나봐요.(웃음) 상대에게 그런 감정을 심어준다는 것은 경기력이 괜찮았다는 것이겠죠. 코뼈가 나갔었어요. 너무 아팠고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한 열흘 정도 입원치료한 후에 복귀했지만 컨디션은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죠. 뼈가 완전히 아물지않은 상태인지라 안면마스크를 썼어도 상대와 충돌하고 그러면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또 다치면 어쩌지하는 생각에 과감한 플레이를 하려다가도 잠시 주춤할때도 있었고요. 다행히 다른 선수들이 잘해줘서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까지 차지했으니 그것으로 보상 다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Q.아마농구도 종종 보시죠? 용산고 이채형이 남다른 수비 재능을 선보이며 ‘제2의 신명호’라는 평가도 받고 있더라고요.

아마 대회나 국제경기같은 경우 모두 챙겨보지는 않지만 중요한 시합은 되도록 챙겨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전에 (이)채형이 기사쓰실 때도 제가 짧게 대답을 한 기억이 납니다. 채형이는 구태여 제가 언급하지않아도 한국농구의 미래중 한명으로 불릴만큼 재능이 탁월한 기대주라고 생각합니다. 기량과 더불어 열정이나 승부욕이 남달라보이더라고요. 수비하는 것을 보면 스피드, 파워, 요령 등을 고르게 갖춘 선수라는게 바로 느껴집니다. 거기에 패스길을 잘 읽어서 스틸도 많고요. 대학 혹은 프로에서 어느 정도 담금질을 한다면 역대급 수비수로서의 기대도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채형이는 수비는 물론 공격도 잘한다는 사실입니다. 저와 비교하니까 모르는 분들은 채형이를 수비만 잘하는 선수로 인식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전체적 공수밸런스를 갖춘 선수인지라 부상 등 돌발변수만 없다면 저보다 훨씬 좋은 선수가 될 것은 분명해보여요. 저는 반쪽짜리 선수였고 동근이형같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그런 선수를 롤모델로해서 잘 성장해가야죠.

“팔꿈치 사건요? 강상재도 악의가 있어서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Q.본래 육상선수였다면서요?

육상선수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좀 거창한 것 같아요. 초등학교때 잠깐 육상부 활동을 했으니까요. 전국대회, 도대회 이런 것은 참가하지 못했어요. 시대회 몇 번 출전한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러다가 학교 농구부 창단 과정서 발이 빠르다고 소문이 나면서 합류하게된 것이고요. 체육선생님의 도움으로 초등학교때부터 농구는 했는데 중학교 진학 후에 농구부가 없어서 잠시 붕떴다가 2학년때 농구부가 창단되어 다시 시작할 수 있었죠.

Q.처음부터 가드 포지션을 맡았나요?

그 당시에도 키가 큰편은 아니었으니까요. 주로 가드포지션을 소화했어요. 하지만 크게 의미는 없는게 중고등학교 시절 저희 팀에 선수가 부족하다보니까 결원이 생기면 포워드로도 출전하는 등 땜빵식으로도 많이 들어갔습니다. 포지션에 대한 체계화 그런 것이 잘되지않았거든요. 선수층이 얇은 이유가 컸죠.

Q.경희대 시절 김도수와 함께 팀내 쌍두마차로 활약했어요. 당시에는 프로무대에서보다 훨씬 공격적이었을 듯 싶어요.

(김)도수형과 비교하기에는 제가 한참 모자라고 부족했죠. 도수형이 에이스인 것은 맞지만 저까지 쌍두마차?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방에서 올라와 경희대에 얼떨결에 합격한 케이스에요. 그저 대학무대에서 뛸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한 시절이었고 과연 프로선수가 될수있을까하는 고민도 많았습니다. 당시 경희대는 언더독의 느낌이 컸어요. 누가 얼마나 돋보이고 그런 팀컬러보다는 함께 많이 뛰고 열심히하는 색깔이 강했다고 기억됩니다.

Q.2017~18시즌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한참 후배 강상재에게 팔굽공격으로 목부위를 연달아 얻어맞는 일을 당했어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에 팬들의 분노가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경기 결과에 따라서 4강행이 결정되는 만큼 저나 상재 뿐 아니라 양팀 선수들 모두 예민해져있는 상황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체격이나 포지션상 제가 상재랑 직접 매치업이 될리는 없고 아마도 도움수비를 들어가다가 그렇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상재도 특별히 악감정이 있어서 그러지는 않았을거에요.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 순간적으로 욱해서 그렇게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승리에 대한 마음이 간절했던거죠. 나중에 찾아와서 미안하다고 사과의사도 전했고요.

Q.2015년에 결혼했는데 자녀는 어떻게되시며 농구를 가르칠 생각도 있으실까요?

올해 7살된 쌍둥이 아들이 있어요. 일단은 너무 어려서 앞일을 예측하기가 어렵네요. 예전분들은 본인들이 워낙 힘들게 운동을 해서 자녀는 운동을 시키지 않으려고 했다고도 들었는데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잖아요. 갈수록 환경이나 대우도 좋아지고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제가 시키고싶다고 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들이 흥미를 가지고 적성에 맞아야 하는 것이니까요. 운동이든 공부든 좋아하는 일을 밀어주고 싶습니다.

Q.만약 농구를 시키게 된다면 슈터로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헛! 이것 은근히 저 디스하시는…, 만약에 아이들이 농구를 시작하고 기자님 말대로 슈터로 크게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뉴스거리가 될 수도 있겠네요. 최고의 슈터 누구누구, 현역시절 아버지의 한을 풀어주다. 막 그런 식으로 기사 타이틀 나오는 것 아니에요?(웃음)

Q.마지막으로 농구인 신명호를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팬분들에게 인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많이 부족한 선수였지만 그래도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있어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통해 프로에서 적지않은 시간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한팀에서 은퇴하고 또 코치까지하는 행운을 얻은 것도 팬분들의 성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하고 또 부족한 사람이지만 배움의 과정에 소홀히하지않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 보여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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