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타격전 예상, 샌드헤이건의 레슬링 강좌
기사입력 2023.08.07. 오후 02:15 최종수정 2023.08.07. 오후 02:15
레슬링 앞세운 샌드헤이건, 폰트에 만장일치 판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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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 샌드헤이건은 예상과 달리 레슬링 일변도 경기운영으로 승리를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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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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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밴텀급 랭킹 4위 '샌드맨(Sandman)' 코리 샌드헤이건(31·미국)이 타이틀전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6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브리지스톤 아레나에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샌드헤이건 vs 폰트' 메인 이벤트 계약체중(63.5kg) 경기에서 7위 롭 폰트(36·미국)를 5라운드 만장일치 판정승(50-45, 50-45, 50-45)으로 제압하고 유력한 타이틀전 후보임을 입증했다.
둘의 대결은 당초 화끈한 타격전이 예상됐다. 밴텀급인데도 신장이 무려 180.34cm에 달하는 샌드헤이건은 아마추어 킥복서 출신이다. 체급내 최고 수준의 사이즈에 입식타격 시절부터 닦아온 다양한 타격 기술까지 갖추고 있는지라 좀처럼 타격전에서 밀리는 법이 없다. 도미닉 크루즈, TJ 딜라쇼를 잇는 자원이다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에 맞서는 폰트는 신장은 샌드헤이건에 미치지 못하지만 긴 리치를 활용한 묵직한 타격을 갖추고 있었다. 밀린다 싶은 상황에서도 단발성으로 터지는 묵직한 단타로 경기를 역전시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때문에 샌드헤이건의 연타와 노련미, 폰트의 투지와 단타가 정면충돌하는 수준높은 스탠딩 공방전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맞대결에서 이기는 쪽이 챔피언 타이틀전에 가깝게 다가가는지라 동기부여 역시 충분했다. 하지만 기대되던 불꽃 타격전에서 샌드헤이건이 배신(?)을 때렸다. 마치 자신은 원래부터 레슬러였다는 듯 경기 내내 그래플링 강습을 펼쳤다. 예상외의 그라운드 공방전에 폰트는 당황했고 수시로 굴러다니며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샌드헤이건은 처음부터 타격전을 펼칠 생각이 없어보였다. 폰트가 훅을 날리며 펀치 대결을 걸어오자 미련없이 투레그 태클을 성공시키며 그라운드로 전장을 옮겨갔다. 폰트는 길로틴 초크 등 다양한 서브미션 기술 시도를 통해 하위포지션에서 강하게 반항했다. 이후 샌드헤이건은 스탠딩 상황에서 타격전을 섞으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어찌보면 웰라운드 파이터로서 이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폰트의 날카로운 펀치가 정타로 들어가자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그려졌다. 잠깐씩이었지만 타격전에서는 폰트가 앞서는 모습이었다. 이에 샌드헤이건은 다시금 태클 후 그라운드 싸움으로 넘어갔다. 타격전에서 어려움을 겪은 데다가 태클을 시도하는 족족 성공했던지라 답안지는 뻔히 나와있었다. 대놓고 테이크다운을 시도했지만 폰트의 방어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폰트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1라운드 막판 킥을 차는 샌드헤이건의 발을 잡아 넘겨뜨린 후 백포지션까지 잡았으나 아쉽게도 뭔가를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라운드 종료공이 울리고 말았다. 위기 의식을 느낀 5라운드에서는 샌드헤이건을 철장 쪽으로 밀어붙이며 테이크다운을 노려봤으나 한참의 노력에도 넘기지 못하며 헛힘만 쓰고 말았다. 결국 바닥으로 끌려들어간 쪽은 폰트 였다.
폰트전 승리는 샌드헤이건이 그간 지적받아온 약점을 강점으로 바꿨음을 증명한 한판이었다는 평가다. 타격가 스타일의 샌드헤이건은 그간 그래플러들에게 고전했다. 현 챔피언인 알저메인 스털링(34·미국)에게는 5년 전 1분 28초 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 서브미션으로 패하기도 했다.
안되겠다 싶은 샌드헤이건은 상위권 선수들에 맞서기 위해서 레슬링 특훈에 들어갔고 그래플링 능력이 부쩍 상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이번 경기에서 매 라운드 폰트를 테이크다운하며 전체 경기 시간의 80%가량인 19분 38초를 컨트롤했다.
폰트는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앞세워 맞섰지만 계속된 압박에 점점 저항이 잦아들 수밖에 없었다. 대놓고 태클을 쳐도 바닥에 끌려갔고 이후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던지라 본인 역시도 의욕을 잃어가는 모습이었다. 결국 판정단은 만장일치로 샌드헤이건의 손을 들어줬다.
샌드헤이건은 경기 후 가진 승리 인터뷰에서 "펀치와 킥이 오가는 짜릿한 경기를 펼치고 싶었지만 최근 팔꿈치에 문제가 생겼다. 더불어 1라운드에 삼두근이 찢어진 거 같다"는 말로 그래플링 위주의 경기를 펼친 이유에 대해 해명했다. 원사이드하게 승리를 가져가기는 했지만 보는 이들 입장에서는 지루한 경기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승리로 3연승을 달성한 샌드헤이건은 "보다시피 이제 나는 레슬러다. 스털링과 오말리, 보스턴에서 만나자. 다음 타이틀 도전자는 바로 나다"고 타이틀 도전장을 던졌다. 챔피언 스털링은 오는 20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있을 UFC 282대회서 랭킹 2위 션 오말리(28·미국)를 상대로 4차 방어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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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타티아나 수아레스의 파워 그래플링은 여전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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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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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코메인 이벤트에서는 UFC 여성부 스트로급(56.7kg) 랭킹 10위 타티아나 수아레스(32·미국)가 전 챔피언 제시카 안드라지(31·브라질)를 2라운드 1분 31초 만에 길로틴 초크 서브미션으로 제압하고 10연승 무패 행진을 이어나갔다. '여자 하빕(하빕 누르마고메도프)'이라 불리는 명성 그대로였다.
수아레스는 자유형 레슬링 세계선수권 대회 2회 동메달리스트답게 강력한 그래플링 압박을 자랑하는 선수다. MMA 전향 후 8연승을 달리며 정상을 향해 내달렸으나 목디스크에 이어 무릎 후방 십자 인대부상까지 당하며 무려 3년 6개월간의 긴시간동안 옥타곤을 떠나 있어야만 했다. 선수 본인은 물론 팬들의 안타까움도 컸다.
의지의 수아레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2월 플라이급 복귀전에 이어 이번에는 본 체급인 스트로급에서 2라운드 서브미션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경기 초반 안드라지는 날카로운 타격능력을 앞세워 옥타곤 중앙을 선점한 채 압박을 걸었다. 수아레스는 잠시 받아주는 듯하다가 이내 날렵하게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다.
정상급 레슬러 출신답게 발목 태클 등 테이크다운 레퍼토리가 워낙 많았던지라 안드라지 입장에서 방어하기가 까다로웠다. 안드라지는 주짓수를 앞세워 그라운드 싸움에서도 강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수아레스의 레슬링은 묵직하고 강력했다. 압박하는 힘도 위력적이었거니와 다양한 연결동작을 통해 안드라지의 손발을 묶어버렸다.
난적을 제압한 수아레스는 승리 인터뷰에서 "부상 전 마지막 경기에서 해설자 대니얼 코미어가 안드라지 같은 파워가 강한 선수를 어떻게 상대하겠냐고 의심했다. 거기에 대한 답변을 오늘 경기력으로 보여줬다. 타격에서도 밀리지 않았고, 서브미션으로 승리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더불어 "나는 두 체급 챔피언이 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승리에 만족하지 않는다. 모든 걸 고치고 성장해 나가며 정상에 서겠다. 내가 최고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넘치는 투지를 드러냈다.
체급 5위 안드라지를 꺾은 수아레스는 이제 1승만 더 추가하면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할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여성 스트로급 챔피언 장웨일리(33·중국)는 오는 20일 4위 아만다 레모스(36·브라질)를 상대로 1차 타이틀 방어전에 나선다. 돌아온 레슬링 여제 수아레스는 둘 중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반응이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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