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격투기 불모지 한국... 함서희의 고군분투
기사입력 2023.09.03. 오전 09:54 최종수정 2023.09.03. 오전 09:54
다음 대결 승리시 아톰급 GOAT 후보로 평가 상승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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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서희는 전세계가 인정하는 아톰급 레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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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E Championshi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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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김연경, 김연아'. 한국 여성 스포츠계의 전설들이자 해당 종목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이름이 언급되는 선구자격 인물들이다. 빼어난 기량과 커리어 그리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 부분까지 두루두루 영향력을 끼쳤다. 박지은, 한희원, 유소연, 박성현, 김인경, 김미현, 고진영, 최나연, 신지애, 김세영, 박인비 등이 거쳐간 혹은 지금도 뛰고있는 LPGA는 이젠 한국 여자골퍼들에게 낯설지않은 무대다.
단순히 거기서 뛰는 데 그치지 않고 무수한 우승자가 쏟아져 나왔으며 세계 랭킹 1위도 여럿 배출됐다. LPGA 역대 최소타수, LPGA 올해의 선수상, 그랜드 슬램, 명예의 전당 등 기록도 풍성하다. 명실공히 여자 골프 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그러한 토대를 마련해준 박세리(46·170cm)의 영향이 크다.
그녀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코리안특급' 박찬호와 더불어 IMF 위기 당시 실의에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양대 영웅이었다. 당시로서는 멀게만 느껴지던 LPGA 투어 무대를 호령하며 스타 선수 한명이 한 종목의 위상과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그녀의 기록, 성적은 이제 독보적이지는 않지만 상징성 만큼은 후발주자들이 뛰어넘기 힘들것이다는 평가다.
사이즈, 신체능력 등이 중요한 농구, 배구 등은 아시아인들에게 절대 약세 종목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 여자 배구계 레전드로 꼽히는 김연경(35·192cm)은 남녀 통틀어 한국구기종목에서 특별한 존재중 하나라고 할수 있다. 국내리그에서 정점을 찍고 일본 JT 마블러스, 튀르키예 페네르바흐체 SK, 엑자시바시 비트라, 중국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 등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선수생활 내내 국가대표팀에서 부동의 에이스로 존재감을 과시중이며 국제대회에서 만난 월드 스타들에게도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사실 김연아(32·164cm)는 설명이 필요없는 인물이다. 대한민국의 독보적인 피겨 스케이팅 레전드이자 세계적으로도 역대급으로 인정받은 슈퍼스타이기 때문이다. 특유의 캐릭터와 상품성을 살려 광고모델로도 승승장구했으며 지금은 스포츠를 떠나서도 국민여동생 이미지로 위상을 쌓아놓은 상태다.
그렇다면 여자 종합격투기 쪽은 어떨까? 적지않은 여성 파이터가 다양한 프로무대서 활약하고 있지만 아직 종목의 인지도도 낮고 역사도 길지 않은지라 일반 팬들에게까지 이름이 알려진 선수는 거의 없다. 하지만 박세리, 김연경, 김연아가 그랬듯 누군가를 먼저 걸어가야 길이 열리고 후배들도 따라갈 수 있다.
오랜시간 그 역할을 묵묵히 하고있는 선수가 있으니 다름아닌 '함짱' 함서희(36·157.48cm)다. 2007년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그간 34번을 싸워 26승 8패를 기록중이다. Deep Jewels 2대 아톰급 챔피언, 로드 FC 초대 아톰급 챔피언, Rizin FF 2대 슈퍼아톰급 챔피언을 지냈으며 현재는 원챔피언십에 활약하며 랭킹 2위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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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서희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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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E Championshi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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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급 최고의 여성 파이터중 한명답게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인 UFC에도 진출했으나 그곳에는 아톰급이 없어 본인의 체급보다 한 단계 위 체급인 스트로급(52kg)에서 경쟁해야 했다.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큰 상대들이 엄청난 감량을 하고 경기에 나섰던 것을 비롯 판정에서도 수시로 불이익을 받았다. 함서희 파이터 인생에서 가장 고전했던 시기다.
이런저런 것을 떠나 아톰급에서의 함서희는 무적에 가깝다. UFC에서 떠난 이후 다시 아톰급에서 뛰며 9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적지않은 나이에도 쉬지않고 있는 그녀는 30일 싱가포르실내체육관서 있을 'ONE 파이트 나이트 14'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랭킹 1위 스탬프 페어텍스(26·태국)와 원챔피언십 잠정 챔피언 결정전을 치를 예정이다.
주최측과 현지 언론은 함서희가 이번 대결까지 이긴다면 아톰급 GOAT(Greatest Of All Time)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간 쌓아올린 업적을 인정받고 있다고 보는게 맞다. 물론 이번 상대인 페어텍스는 만만치 않은 강적이다. 2018년 킥복싱 챔피언, 2019년 무에타이 챔피언, 2022년 종합격투기 타이틀매치 등 서로 다른 3개 종목에서 원챔피언십 아톰급 왕좌를 차지했거나 정상을 다툰 경험이 있다.
두 종목 원챔피언십 여자 챔피언은 스탬프가 처음이자 여전히 마지막이다. 지난해 왕좌 등극에 실패한 종합격투기 정상에 도전할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주최측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결점을 찾을 수 없는 연승 행진을 이어온 함서희가 스탬프를 상대로 기대되는 빅매치를 선보이게 됐다"며 홍보하고 있다.
한편 한국계 정규 챔피언 안젤라 리(27·미국·캐나다)는 이번 대회 현장을 찾아 함서희와 스탬프의 아톰급 잠정 챔피언 결정전을 보고 향후 선수로서의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안젤라 리(한국명 이승주)는 '여자 종합격투기 신동'으로 불린 8살 연하 동생 빅토리아 리(이승혜)가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충격 때문에 원챔피언십 타이틀 방어전을 치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체급 내에서 무적으로 꼽혔던 함서희지만 그녀도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니다. 언제 전성기가 꺾여도 이상하지 않다. 이번 경기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이유중 하나도 상대인 페어텍스와의 나이 차이다. 하지만 함서희는 그간 이런저런 변수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승리를 쌓아왔다. 해외 무대서 GOAT로 인정받는다면 한국 여자 격투기 역사에 있어서도 남다른 의미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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