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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포인트 포워드와 센터의 탈을 쓴 가드

농구/NBA

by 멍뭉큐라덕션 2023. 10. 7.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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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포인트 포워드와 센터의 탈을 쓴 가드

기사입력 2023.09.24. 오전 08:31 최종수정 2023.09.24. 오전 08:31

르브론과 요키치, 非1번 최고의 플레이 메이커는?①

 

농구에서 ‘플레이 메이커’라고 하면 보통은 포인트가드를 뜻한다. 공격 속도를 조절하고 득점과 연결되는 찬스를 제공하는 등, 경기를 전반적으로 조율하는 선수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몸이 민첩하고 상황 판단이 빠른 선수가 맡게 되는데 사이즈에서 불리한 선수가 생존형으로 진화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점에서 NBA의 한 시대를 풍미한 오스카 로버트슨(84‧196cm)이나 매직 존슨(64‧206cm)은 이른바 사기 캐릭터로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선수들의 평균신장이 한층 높아진 최근에도 180cm대 야전사령관이 즐비한 상황에서 그 당시 저런 사이즈로 포인트가드를 소화해낸 장신 괴물들이기 때문이다.

로버트슨은 1960년에 데뷔했으며, 매직은 1980년대에 주로 활약했다. 그냥 단순히 크기만한 선수가 1번을 흉내 낸 것이 아닌 볼 핸들링, 패싱 감각, 센스 등을 두루 갖추었던지라 상대 팀에서는 그야말로 재앙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어지간한 2~3번과 매치업이 되어도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은 소속팀 입장에서도 엄청난 플러스 요소였다.

이제는 시대가 좀 더 변했다. 퓨어 포인트가드에서 듀얼가드로 대세 1번이 바뀌어 가고 있는 가운데 아예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다른 포지션에서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어지간한 가드 이상으로 볼을 잘 다루고 잘 돌리는 포인트 포워드는 물론 피딩능력 좋은 센터도 늘어가는 모습이다. 경기의 지휘권은 이제 포인트가드의 독점 영역이 아니게됐다.

현시대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플레이어를 언급하라면 십중팔구는 르브론 제임스(39‧206cm)를 떠올릴 것이다. 주 포지션은 분명 스몰포워드지만 사실상 1~4번을 모두 평균 이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역대급 포지션 파괴자다. 신체조건이 워낙 좋은지라 스몰라인업에서는 센터까지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킹’이라는 별명이 괜스레 붙은게 아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역대 1위 아성에 유일하게 도전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단순히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조던이라도 그를 당해낼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로버트슨의 '더 커진 버전'이다는 평가가 이제는 어색하지않다.

크고 단단한 근육질 육체를 자랑하는 르브론은 파워, 스피드, 테크닉, 센스 등을 두루 갖춘 완전체 괴수다. 속공시 탱크같은 몸으로 가속도를 붙여 골밑으로 뛰어 들어가 파워 덩크를 꽂는가하면 빅맨들과 몸싸움을 펼치면서 리바운드 쟁탈전을 펼친다. 덩치에 걸맞지 않는 유연한 드리블로 수비수의 타이밍을 빼앗아 성공시키는 골밑슛도 일품이다.

르브론같은 거구가 느릿느릿 기회를 엿보다 갑자기 속도를 확 올려 빠르게 돌진 모드로 밀고 들어오면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대처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무엇보다 르브론의 진가를 끌어올리는 부분은 플레이 메이커로서의 능력이다. 그가 이끄는 팀은 사실상 포인트가드가 필요 없다.

르브론 자신이 볼 소유 시간을 압도적으로 많이 가져가면서 대부분 공격 전술에 깊숙이 가담해서 전술을 이끌기 때문이다. 북치고 장구치고 꽹과리까지 친다. 주연급은 조연으로, 조연급은 좀 더 비중을 낮춰버리는 부분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그만큼 압도적인 능력이 있기에 지금까지 일관되게 플레이해왔다고 할 수 있다.

헤비 온볼러 유형의 포인트 포워드 르브론은 오랜 시간 비 포인트가드 플레이 메이커로서 독보적인 명성을 떨쳐왔다. 적어도 포인트가드가 아닌 선수 가운데 경기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선수하면 가장 먼저 언급됐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강력한 대항마가 등장했으니 다름아닌 세르비아 출신 빅맨 신화의 주인공 니콜라 요키치(28‧211cm)다.

 

사실 현 시점의 요키치는 르브론이 그렇듯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는 선수다. 2021~2022년에 걸쳐 2시즌 연속으로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으며 지난 시즌에는 소속팀 덴버 너기츠를 창단 첫 파이널 우승으로 이끌며 파이널 MVP에도 올랐다. 현재 리그에서 가장 주가가 높은 선수라고 보는게 맞다..

2014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1순위로 뽑혔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요키치가 이정도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아니 예측을 한 것이 이상할지도 모를 일이다. 평범한 운동능력에 어느 쪽으로 봐도 특별할 것 없어 보였던 덩치 큰 백인 센터는 그동안 수없이 있어왔고 대부분은 이른바 몸빵 역할만 하다가 커리어를 마감했기 떄문이다.

요키치는 달랐다. 빠르게 코트를 내달리고 높이 뛰어올라 파괴적인 덩크슛을 펑펑 꽂아대는 센터는 잠깐만 보더라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며 괴수라는 극찬이 절로 나온다. 반면 요키치는 지그시 지켜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느새 '저렇게 농구를 할 수도 있구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기 일쑤다.

​요키치의 최고 무기는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운동능력, 기동성 부분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관계로 돌파 등 직접 수비진을 휘젓고 다니는 플레이는 약한 편이지만 좋은 사이즈에 더해 높은 BQ를 활용한 플레이를 통해 게임 자체를 지배해버린다. 파워와 테크닉을 두루 갖춘 명품 포스트업, 뻣뻣하게 쏘는 것 같지만 놀라운 정확도를 자랑하고 거기에 더해 타이밍을 예측하기 힘든 미드레인지 및 3점슛 등 그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무브는 점점 언터처블화 되어가고 있다.

전 국가대표 센터이자 현재는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서장훈(49‧207cm)은 '농구人터뷰'와의 인터뷰 당시 “요키치의 포스트업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나온다. 힘으로 상대를 밀고 들어가는 것은 물론 유연한 피벗과 다양한 속임 동작을 통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골밑 득점을 성공시킨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스텝이다. 늦췄다가 빠르게 했다가 하면서 수비의 타이밍을 빼앗는데 그야말로 똑똑함과 감각의 최절정에 오른 장인의 수준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요키치를 현역 최고 선수 반열에 오르게 한 것은 역시 플레이 메이커로서의 능력이다. ’포인트 포워드‘라는 용어는 그간 많이 쓰이고 있었지만 ’포인트 센터‘는 사실 상 생소했다. 골밑에서 상대 장신자들과 부딪혀가며 싸워야 되는 센터 입장에서 패싱게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달라졌다. 적절한 타이밍에서 빼주고 넣어주는 센터의 패스는 각팀의 중요한 무기가 되어가고 있는데 그러한 플레이의 흐름을 주도해나가고 있는 이가 바로 요키치다. 넓은 시야와 센스를 바탕으로 경기 내내 팀 동료를 살려주는 패스를 뿌려댄다. 큰 신장을 바탕으로 넓게 코트를 바라보고 플레이하는지라 가드도 힘든 놀라운 패스를 속속 보여준다.

본인은 빠르지 않지만 다양한 패스를 통해 팀 동료들의 기동성을 살려주는데 능하다. 미들 라인 인근에 자리를 잡은 채 묵직하게 스크린을 걸어주며 뛰어 들어오는 동료에게 기가막힌 타이밍에서 패스를 넘겨줘 컷인 플레이를 만들어 주는 것을 비롯 빈자리를 놓치지 않는 킥 아웃 패스를 통해 외곽슛을 유도한다.

동료의 위치는 물론 동선까지 계산하고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나가는 패스는 흡사 정상급 퓨어 포인트가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큰 키를 살려 높은 타점에서 던져주는 패스는 물론 수비수의 가랑이 사이로 낮은 바운드 패스를 찔러넣어 어시스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리바운드 후 지체없이 빨랫줄같은 아울렛패스를 뿌리는가하면 공격 리바운드를 잡고 돌아나오는 과정에서 등뒤로 노룩패스를 넘겨준다.

그렇다면 비 포인트가드 플레이 메이커로서 르브론과 요키치 중 누구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강백호‘라는 애칭으로 10년 넘게 KBL에서 활약했던 이동준(43‧200cm)은 ”커리어 등 그동안 보여준 업적만 놓고 따졌을때 르브론에게 비빌 수 있는 선수가 누가 있을까 싶지만 플레이 메이커로서 범위를 좁혀서 본다면 요키치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는 그냥 시야 넓고 패스 잘하는 수준을 넘어서 정상급 포인트가드와 비교되어야 될 선수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상급 테크닉은 당연하거니와 상황을 읽는 눈이나 템포조절 능력이 역대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의 손끝을 통해 본인 팀은 물론 상대 팀의 흐름까지도 파도를 친다. 주전급 선수들과 비교해 운동능력이 평범 이하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내가 소속팀 감독이라면 전성기 샤킬 오닐이 와도 바꾸고 싶지 않을 것이다“는 말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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