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강자 돈치치, 제2의 노비츠키 가능할까?
기사입력 2023.12.23. 오후 11:31 최종수정 2023.12.23. 오후 11:31
1980년에 향토 사업가인 고(故) 돈 카터와 놈 손주가 공동으로 투자해서 창단한 댈러스 매버릭스는 NBA 역대 팀 중에서 다소 애매한 포지션에 위치에 있다. 약체로 평가절하하기에는 그런데로 꾸준한 성적을 거둔바있고 무엇보다 파이널 우승 1회의 임팩트가 크다. 그렇다고 강호로 보기에는 2회 이상 우승을 차지한 명문들과 비교해 각종 커리어에서 밀린다.
창단 43주년을 맞이하는 동안 파이널 우승(2011) 1회, 컨버런스 우승 2회(2006, 2011), 디비전우승 4회(1987, 2007, 2010, 2021)를 차지했으며 팀 역사상 최고 승률은 2006~07시즌의 0 .817이다. 반면 1992~93시즌에는 10승(최종 11승)을 간신히 넘기며 0.134로 제대로 쓴맛을 보기도 했다.
팀을 대표하는 스타는 많지 않은 편이다. 롤랜도 블랙맨, 브래드 데이비스, 데릭 하퍼 등이 댈러스에서 10년 이상을 뛰며 영구결번을 받았으나 전국구 스타였냐고 말하면 그것도 아니고 팀 성적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지도 못했다. 1980년대 말부터 2000년 직전까지 암흑기가 길어지며 이때 NBA를 접한 팬들에게는 약체 이미지가 짙게 남아있기도 하다.
이전까지 만년 조연에 그쳤던 댈러스를 변화시킨 선수는 '독일 병정'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덕 노비츠키(45‧213cm)다. 서독 바이에른 주 뷔르츠부르크 출생의 노비츠키는 1998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9순위로 밀워키 벅스의 지명을 받았다. 이후 당일 댈러스가 지명한 로버트 트레일러와 트레이드되었다.
당시 트레이드는 댈러스에게는 대박, 밀워키에게는 최악으로 작용했다. 트레일러가 그저그런 커리어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데 반해 노비츠키는 댈러스 역사 전체를 대표하는 최고의 레전드로 명성을 떨쳤기 때문이다. 시카고 불스하면 마이클 조던을 떠올리듯 댈러스하면 노비츠키가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사실이다.
노비츠키가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거둔 업적은 적지 않다. 정규시즌 MVP(2007), 퍼스트 팀 4회(2005-2007, 2009), 올스타 14회, 3점슛 콘테스트 챔피언(2006) 등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무엇보다 그의 이름이 영원히 팀에 남게된 것은 2010~11시즌의 맹활약 덕분이 크다.
팀 창단 이후 처음이자 유일한 파이널 우승을 이끈 것을 비롯 파이널 MVP까지 차지하며 댈러스 팬들을 열광케했다. 노비츠키의 플레이를 보고 있노라면 그가 빅맨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7피트 장신에 주포지션은 파워포워드지만 때론 스윙맨이 아닐까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정확한 슈팅을 주무기로 한다는 점에서 스트레치 빅맨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그렇게 정의하기에는 슛터치가 좋아도 너무 좋기 때문이다. 3점슛, 미드레인지, 롱2 등 거리와 위치를 가리지 않고 던져댐에도 정확성이 남달랐다. 그냥 슛 잘던지는 4번이 아닌 슈터라고 봐도 무방했다.
역대 180클럽 가입자 중 최장신이자 유일한 파워 포워드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노비츠키처럼 큰 선수가 높은 타점에서 놀라운 정확도로 슛을 던진다는 것은 이를 막아야 되는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악몽이었다. 특히 페이스업이나 포스트업을 시도하다가 다리 하나를 들어올리며 던지는 페이더웨이슛은 그를 대표하는 필살기로 꼽혔다.
당시 리그 최고 수비수로 명성을 떨쳤던 케빈 가넷 조차 ‘저것을 어떻게 막냐’고 탄식을 내뱉었을 정도로 알고도 막기 힘든 공격기술이었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폼이 학과 비슷하다 하여 ‘학다리웨이’라고, 그러한 공격을 시도하는 노비츠키에 대해서는 ‘사기츠키’라고 불리기도 했다. 한창때의 임팩트가 어땠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명문으로 자리 잡기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는 시대별로 꾸준하게 팀을 대표하는 영웅이 나와줘야 한다. 잠깐 반짝하고 암흑기가 길게 이어진다면 약체 이미지가 더 짙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댈러스는 충분히 긍정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에이스 중 한명인 '할렐루카' 루카 돈치치(24‧201cm)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출신 백인, 운동능력보다는 BQ와 테크닉 등으로 승부하는 플레이 스타일 등 돈치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전대 레전드인 노비츠키와 닮아있다. 오히려 여전히 젊은 나이 등을 감안한다면 잠재력적인 측면에서는 앞서있다고 보는 시선도 많다. 특히 부상 등 변수만 없다면 누적기록 등에서는 더 높게 올라설 것이 유력해 보인다.
장신 듀얼가드인 돈치치는 자신이 주득점원으로 수비를 끌고 다니면서 균열을 일으키고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타입이다. 페이스업을 바탕으로한 림어택과 그 과정에서 수비수의 파울을 유도해 자유투를 얻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상당수 어시스트 또한 그러한 플레이를 통해 나온다.
흑인 플레이어에 비해 스피드, 순발력, 탄력은 물론 퍼스트 스텝이 빠르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특유의 완급조절 능력을 앞세워 수비진을 농락한다. 무엇보다 포지션 대비 신장이 좋을 뿐 아니라 덩치까지 커서 힘으로 수비수들을 뚫어낸다. 어지간한 파워포워드와도 몸싸움이 될 정도인지라 가드나 스윙맨급 선수들은 쭉쭉 밀려나기 일쑤다.
볼핸들링이 워낙 좋은지라 몸을 부딪쳐가며 경기를 풀어나가면서도 좀처럼 볼을 뺏기거나 흘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거기에 3점슛, 미드레인지에 더해 투맨게임이나 포스트업에도 능해 수비수 입장에서 적절한 대처가 버겁다. 헤비 볼 핸들러이면서도 북치고 장구 치고 할 수 있는 이유다.
돈치치가 탑에서 볼을 잡으면 다양한 옵션이 펼쳐진다. 일단 상당수 특급 포인트가드가 그렇듯 스크린을 잘 활용한다. 스크린을 타고 3점슛 혹은 미드레인지를 던지거나 림 어택 이후 킥아웃 패스가 나간다. 허를 찌르는 스텝백 점프슛에 픽앤롤, 픽앤팝 등 메인 볼핸들러에게 요구되는 대다수 옵션을 높은 수준으로 실행한다.
가드나 스윙맨은 파워로, 빅맨은 스피드로 제압하며 전방위 플레이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팀의 야전사령관답게 모든 상황에서 다채로운 패싱게임을 펼칠 수 있다는 부분이 최고 강점으로 자신에게 오는 더블팀의 대부분을 오픈 외곽이나 손쉬운 골밑 찬스로 만들어낸다. 득점력에 가려서 그렇지 도저히 각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어시스트를 찔러넣는 감각과 스킬은 보는 이들에게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돈치치는 최근 몇 시즌간 꾸준히 정규시즌 MVP급 성적을 내고 있다. 올시즌도 마찬가지다. 26경기에서 평균 32.7득점(2위), 9.1어시스트(4위), 8.5리바운드, 1.3스틸로 펄펄 날고 있다. 야투성공률, 3점슛 성공률 등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팀내 공격의 대부분에 관여하고 있는 헤비볼핸들러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경기당 3점슛 성공개수가 3.9개로 리그 2위라는 점만 봐도 팀내에서 돈치치가 관여하는 공격비중을 새삼 짐작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커리어이다. 돈치치 나이에 매시즌 이 정도 성적을 올리는 선수는 역대로 따져봐도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파이널 우승, 정규시즌 파이널 MVP 등 굵직한 업적이 없다.
유럽에서 거둔 커리어는 역대 최고를 다툴만 하지만 NBA에서는 신인왕, 퍼스트 팀 4회, 올스타 4회가 전부다. 다른 선수같으면 나이 대비 충분히 대단한 성적이다고 할 수 있겠으나 니콜라 요키치와 함께 리그 최고 백인 플레이어로 꼽히는 돈치치를 기준으로는 아쉬운게 사실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창때 ’고독한 늑대‘로 불리던 케빈 가넷처럼 전성기가 허무하게 지나가지 말란 법도 없다.
’백인 르브론‘으로 불릴만큼 전방위로 활약하는 것은 충분히 대단하다. 하지만 돈치치에 대한 비중이 지나치게 큰 것은 개인은 물론 팀에게도 좋지만은 않다. 상대팀의 대응도 쉽고 본인도 엄청난 부담감 속에서 매경기 전쟁같은 승부를 치러야 한다. 카이리 어빙(31‧188cm)이 있다고는 하지만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인해 결장이 많으며 시너지효과도 서로간 이름값만큼 높지는 않다.
팀 하더웨이 주니어(31‧198cm), 단테 엑섬(28‧196cm) 등 중견급 선수에 더에 더해 데릭 라이블리 2세(19‧216cm)같은 젊은 피가 성장해줄 필요가 있다. 팀의 기조 또한 지나친 돈치치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돈치치가 부상으로 결장하자 댈러스는 연패는 물론 경기력까지 바닥을 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돈치치와 댈러스의 공통된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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