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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들을 모두 2인자로, 1인자 요키치의 위엄

농구/NBA

by 김종수(바람날개) 2024. 3. 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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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들을 모두 2인자로, 1인자 요키치의 위엄

기사입력 2024.03.18. 오후 12:31 최종수정 2024.03.18. 오후 12:31

 
 

1인자 혹은 2인자라는 말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NBA 역대 1인자하면 보통 마이클 조던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디테일하게 들어가서 각 포지션별 1인자를 살펴보면 또다른 이름이 언급될 수도 있다. 3점슛 1인자하면 스테판 커리가, 포인트가드 누적 1인자하면 존 스탁턴이 거론될 것이고 1인자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먼 데니스 로드맨 조차 리바운드에 한해서는 1인자라고 표현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NBA 역사가 길어지고 스타를 넘어 레전드가 된 이들도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디테일은 더욱 깊어지고 다양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순수하게 1인자라하면 역대 혹은 동시대에서 자신과 정상을 다툴 경쟁자들을 모두 2, 3인자로 만들어버리는 인물이 가장 어울릴 듯 싶다. 그들이 자신을 못넘을수록 1인자의 위상은 더욱 빛나고 견고해지기 때문이다.

조던이 ‘농구황제’로 불리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동시대에서 경쟁했던 이들은 모두 2인자 이미지로 만들어버린 부분도 크다. 조던과 시카고 볼스가 없었다면 비슷한 시기 동부컨퍼런스 최강팀은 레지 밀러의 인디애나 페이서스나 패트릭 유잉의 뉴욕 닉스가 차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유잉은 파이널에서도 휴스턴 로키츠의 하킴 올라주원과 대등한 기량을 선보였다. 존 스탁스의 지독한 부진만 없었다면 유잉이 우승을 가져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번번이 중요한 문턱에서 끝점을 찍지못한 관계로 후대에서는 4대센터 중 가장 아래급으로 그를 평가한다. 만약 한두번의 우승만 추가됐더라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유잉과 닉스는 동부패권을 놓고 끊임없이 불스와 격돌했지만 잘싸워놓고도 아쉽게 분패하기 일쑤였다. 대부분 작은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이후의 페이서스도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 스타 밀러는 조던이라는 이름값에 기죽지않고 항상 대차게 맞섰지만 아슬아슬하게 패배의 쓴잔을 마시며 무관에 그치고말았다.

서부컨퍼런스도 마찬가지다. 클라이드 드렉슬러는 ‘글라이더’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우아하고 화려한 공중전이 특기였다. 거기에 슈팅, 돌파 등 다양한 공격옵션을 갖추고있어 ‘닥터J‘ 줄리어스 어빙을 이을 최고의 하이라이트 스윙맨으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비슷하면도 좀더 파워풀한 조던의 존재에 가려 슈팅가드, 스윙맨쪽 1인자라는 이미지는 가져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파이널에서의 패배가 뼈아팠다.

드렉슬러와 밀러는 조던이 없었다면 슈팅가드 1인자를 다툴만한 선수들이다. 커리어만봐도 둘중 누가 더 나은 슈팅가드냐하면 선택하기 쉽지않을만큼 팽팽하다. 하지만 조던이 있었기에 별 의미는 없다. 어차피 동시대 2인자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슈퍼스타였던 찰스 바클리도 마찬가지다.

피닉스 선즈를 이끌고 파이널에 올라갔던 시리즈는 바클리의 위상을 최고조로 높힐 기회였다. 경기력이 정점에 올라있던지라 우승만 추가한다면 동시대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이름을 떨칠 수 있었다. 하지만 조던 못지않은 대활약을 당시 펼쳤음에도 팀 선즈는 팀 불스에게 패하고 말았다. 결국 누적에서 앞서는 칼 말론에게 파워포워드 1인자 이미지를 넘겨주고 만다.(현재는 팀 던컨이 1인자로 꼽히지만)

조던으로 인해 분루를 삼킨 선수중 유타 재즈 존 스탁턴-칼 말론 콤비를 빼놓을 수 없다. 알고도 못막는 픽앤롤 플레이는 둘을 한꺼번에 빛나게해주는 상징과도 같다. 2시즌 연속으로 파이널에 진출하며 최고를 꿈꿨으나 두 번다 조던에게 막혔다. 스탁턴, 말론 둘다 엄청난 누적기록을 자랑하는 레전드들이지만 커리어에 우승이 추가됐더라면 역대랭킹은 지금보다 높았을것이 분명하다.

아직 조던만큼은 아니지만 현시대에도 여러 가지 부분에서 경쟁자들을 2인자로 만들어버리는 선수가 있다. 다름아닌 덴버 너기츠의 주전 센터 니콜라 요키치(29‧211cm)다. 정규시즌 MVP 2회, 우승 1회, 파이널 MVP 1회 등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가고있는데 성적, 경기지배력 등 여러 가지면에서 현존 원탑 플레이어로 꼽히고 있다.

최고의 센터이자 최고의 선수인 요키치는 현시대의 지배자로서 전성기를 맞고있는데 조던이 그랬듯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그로인해 2인자가 되는 선수도 여럿이다. 최근 NBA에서는 유럽파의 기세가 거세다. 유럽파로 베스트5를 만들어도 미국파에 전혀 밀리지않거나 외려 우세를 점할 정도다.

세르비아 출신 요키치가 유럽파 1인자인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만약 요키치가 없었다면 유럽파 1인자는 슬로베니아 출신 루카 돈치치(25‧201cm)가 되었을 것이다. 경기력은 물론 나이대비 누적기록을 무섭게 쌓아올리고있는데 일각에서는 백인 르브론으로 불리고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대단하다.

요키치가 올라운드 패싱센터로 워낙 정점에 서서 그렇지 리투아니아의 아들 도만타스 사보니스(28‧211cm)도 그러한 플레이의 최고수중 한명이다. 그간 날고 기었던 무수한 백인 센터들도 운동능력좋은 흑인 센터들과 맞붙으면 패퇴하기 일쑤였다. 사보니스는 다르다. 힘과 기술을 앞세워 잘나가는 흑인 센터들을 제압해버리고 있다. 요키치가 아니라면 유럽파 최고 센터는 물론 훗날 역대 백인 센터 넘버1도 가능한 선수다.

조엘 엠비드(30‧213cm)도 아쉽다. ’제2의 올라주원‘이라는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1990대 4대 센터와 비견될 정도로 잘나가는 최고 빅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복이 없는 편이다. 동 포지션의 요키치 때문이다. 2021~22년까지 그는 정규시즌 MVP가 되기에 손색이 없는 성적을 올렸지만 2년 연속으로 요키치에게 수상을 내줬다.

엠비드가 MVP급으로 활약한 것은 맞지만 요키치가 잘해도 너무 잘했다. 박빙의 경쟁 끝에 지난시즌 MVP에 올랐으나 요키치는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하며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파이널 파이널 MVP까지 차지했다. 절치부심한 엠비드는 올시즌 MVP에 가까이 다가가며 숙적 요키치와 2개로 동률을 이루는가싶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고 그가 낙마한 MVP 레이스는 요키치가 최후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이미지참조, 사진​_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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