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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로슨에게서 재키 존스의 향기가 난다

농구

by 멍뭉큐라덕션 2024. 3. 3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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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로슨에게서 재키 존스의 향기가 난다

기사입력 2024.03.28. 오후 02:52 최종수정 2024.03.28. 오후 02:52

 

 

올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것이 알 수 있듯 원주 DB는 결과는 물론 경기력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격, 수비 등 각 부분 상위권에 위치하며 잘나가는 팀의 정석을 증명하고있다는 평가다. 그런 만큼 현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친 최고의 수훈선수를 뽑으라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먼저 돋보이는 것은 높이다. 트리플타워가 드디어 제대로 작동한다. 내외곽 공격력에 더해 패싱능력까지 겸비한 컨트롤타워 디드릭 로슨(27‧201cm), 성실하고 듬직한 김종규(33‧206.3cm)가 안정감있는 포스트 지배력을 보여주는 가운데 슈팅력이 좋은 강상재(30‧200cm)까지 우산효과를 받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외곽에서는 3점슛 성공률 5위를 기록중인 박인웅(24·190cm)을 필두로 최승욱(31·193cm), 김영현(33·186cm) 등이 3&D자원으로서 확실하게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들을 이끄는 야전사령관은 아시아쿼터 히트작 이선 알바노(28‧185cm)다. 강팀의 조건인 높이, 외곽, 확실한 1번의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다.

어렵겠지만 그중에서도 공헌도 1위를 꼽으라면 1옵션 외국인선수 로슨이 가장 가까울 것이다. 지난시즌 캐롯(현 소노) 돌풍의 주역이었던 그는 일찌감치 자신을 눈여겨본 DB의 선택을 받았고 맹활약으로 윈윈효과를 내고 있다. 빅맨이면서도 기동성과 슈팅이 안정되었는지라 내외곽에 걸쳐 득점이 가능하고 빼어난 BQ를 바탕으로 팀 동료들을 봐주고 살려주는 역할도 잘해줬다.

앞서 언급한데로 로슨이 컨트롤타워로서 중심을 잡아주지않았다면 김종규, 강상재와 함께하는 트리플타워는 쉽지않았을 공산이 크다. 현재까지 52경기에서 평균 21.85득점, 4.50어시스트, 9.73리바운드, 1.23스틸, 0.98블록슛으로 전방위 공헌도를 과시중이다. 득점의 패리스 배스와 자밀 워니, 리바운드의 아셈 마레이와 치나누 오누아쿠 등 특정 부분에서 선두를 다투는 외국인선수들과 비교해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팀 공헌도만 따진다면 밀릴 것도 없다. 전영역에 끼치는 영향력을 감안했을때 저평가되는 부분도 많다. 로슨은 화려하거나 성적표가 돋보이는 유형은 아니지만 올시즌을 기점으로 각팀 지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인선수가 됐다. 눈에 보이는 기록을 떠나 팀을 이기게하는 플레이어로서 제대로 각인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런 로슨을 보며 프로 초창기 승리청부사로 불리던 재키 존스(57‧202cm)가 떠오른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전 현대 시절 신선우 감독의 외국인선수 운은 정말 좋았다. 아무도 주목하지않았던 언더사이즈 빅맨 조니 맥도웰로 대박을 친게 대표적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본래 신감독은 1997년 여름 KBL 트라이아웃 당시 단신 테크니션 버나드 블런트를 욕심냈다. 하지만 LG 이충희 감독이 앞서서 블런트를 채갔고 멘붕상태에 빠지게된다.

드래프트 특성상 본인이 원하는 순번에 맞게 선수를 뽑으면 되기는했으나 각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인 룰이라는게 있었다. 신감독이 블런트를 뽑고싶어하는 것은 지명전부터 대부분이 알고있었고 그럴 경우 보통 조용히 양보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분위기였다. 신감독은 분노했고 그런 상황에서 덩치크고 힘좋아보이는 맥도웰이 눈에 띄자 즉흥적으로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박이 났다.

신감독의 지도자 인생을 바꿔놓은 결정적 순간이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이 웹과 맥도웰의 외국인 트윈타워를 앞세워 챔피언우승을 거둔 직후 신감독은 여기에 변화를 주기로 결심한다. 사실 어지간한 감독같았으면 그런 시도는 하지않았을 것이다. 웹이 못하던 선수도 아니고 우승팀 주전 센터로 손색이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우승까지 차지한 베스트5에 변화를 줄 이유가 구태여 없었다. 하지만 신감독은 좀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외국인센터를 원했다. 웹은 폭발적이지는 않았지만 공수에서 안정적인 빅맨이었다. 기동력, 짧은 슛거리 등에서 아쉬움을 지적받기는 했으나 당시 대부분 팀의 주전 센터는 거의 그랬다.

지금이야 좋은 사이즈에 잘 뛰고 잘달리는 선수가 흔해졌지만 그때만해도 큰 선수가 느리고 슛이 평범한 것은 당연했다. 거기에 속하지않은 플레이어가 유니크했을 뿐이다. 우승 센터 웹을 포기하고 신감독이 선택한 선수는 재키 존스였다. 묵직하게 포스트를 지켜주기보다는 풍부한 활동량을 앞세워 골밑은 물론 외곽까지 오가는 전천후 빅맨자원이었다.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3점슛이다'고 답한게 이를 입증한다. 센터로 뛰어야할 선수가 외곽슛을 특기다고 대답한 것은 당시 기준에서 매우 신선하고 파격적이었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가지각색이었다. 상위순번 출신으로 우승에 일조했던 검증된 정통파 빅맨을 포기한 것은 너무 무모했다는 지적부터 기동성, 외곽이 좋은 새로운 유형의 빅맨이 KBL에서 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존스 또한 맥도웰처럼 성공적으로 국내 무대에 안착했다. 포스트뿐 아니라 3점슛도 상당히 좋은지라 상대 외국인센터는 어쩔 수 없이 외곽 인근까지 딸려나가는 경우가 잦았다. 비어버린 골밑은 맥도웰이 폭격했다. 그렇다고 골밑에서 약한 것도 아니었다. 호리호리한 체구지만 몸싸움을 피하지않는 성향상 적극적으로 리바운드 경합을 했고 블록슛을 시도했다.

어디 그뿐인가. 수비리바운드를 잡기무섭게 상대 골밑으로 뛰는 동료를 향해 빠르고 정확하게 뿌려주는 아웃렛패스는 삽시간에 수비진을 무너뜨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첫시즌 현대의 우승을 이끈 직후 신감독은 좀더 무게감있는 외국인센터를 욕심내 로렌조 홀과 그를 트레이드했다.

결과적으로 큰 패착이었다. 존스는 새로운 팀 SK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서장훈과 함께 트윈타워를 구축했으며 챔피언결정전에서 친정팀 현대를 만나 엄청난 부메랑을 돌려주고 우승까지 차지한다. 로슨을 보면 상당 부분에서 존스와 비슷하다. 한부분에서 압도적인 포스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나 두루두루 잘하며 동료들과의 시너지효과까지 좋다. 존스가 그랬듯 로슨 또한 우승청부사로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이미지참조​_유용우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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