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않는 ‘봄데’, KCC가 부산팬들 갈증 풀어줄까?
기사입력 2024.04.02. 오후 04:31 최종수정 2024.04.02. 오후 04:31
부산 스포츠 팬들은 힘들다. 그 어떤 지역보다도 스포츠에 대한 열기가 뜨거움에도 불구하고 야구, 축구, 농구 등 다수의 프로팀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팀 규모도 크고 투자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이상하리만치 부진한 경우가 많다. 이에 NBA 뉴욕 닉스팬들과 부산팬들을 비교하는 말까지 나온다.
부산팬들이 가장 열광하는 팀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스포츠를 떠나 부산의 상징중 하나라고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다. 프로야구 첫시즌부터 KBO 리그에서 뛰어왔으며 대구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원년부터 연고지, 구단명, 모기업 전부 변하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져 온 유이한 구단이다.
실업야구 시절까지 포함하면 10개팀중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고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지금은 희미해졌지만 타구단에 없던 신문지 응원, 봉다리 응원 등 독특한 응원 문화가 많으며 파울볼을 누군가가 잡으면 옆에서 한목소리로 '아주라'고 외치는 문화도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고 최동원, 이대호를 비롯 손민한, 윤학길, 박정태, 염종석, 강민호 등이 높은 인기를 누렸다. 앞에서 언급했던 닉스가 그렇듯 롯데는 어느정도 성적만 따라준다면 남부러울게 없는 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한번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것을 비롯 승률 6할을 넘긴 시즌도 없다. 반면 유일하게 2년 연속 2할대 승률을 기록하는 등 좋지않은 쪽의 기록은 다수 가지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2번에 불과하며 21세기 들어서는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에 나가본 적이 없다. 그런 가운데 부산팬들을 더욱 아프게하는 것은 올시즌에는 ‘봄데’라는 반짝 기쁨마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롯데같은 경우 기세를 많이 타는 편인데 장기레이스에서 꾸준히 유지를 못해서 그렇지 특정 시기에 치고나가는 힘은 상당하다.
특히 시즌초인 봄에 강한 모습이 많아 봄데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잠깐일 뿐이지만 봄데에서 오는 파급력은 적지 않은 편이다. 지난 시즌만해도 관중 수익은 물론 부산지역 경기 자체가 달라질 정도로 효과를 톡톡히봤다는 평가다. 봄데만해도 이정도인데 우승까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라는 말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적어도 부산 전체가 들썩 거릴것임은 자명해보인다.
사실 봄의 기쁨을 누리기에는 야구보다는 농구가 제격이다. 야구는 봄에 시작해서 가을에 결실을 맺지만 농구는 가을에 스타트를 걸어 봄에 마무리를 짓기 때문이다. 농구로 봄에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것은 우승을 차지하거나 그에 준하는 결과를 냈다는 증거다. 부산을 연고지로하는 농구팀은 KCC인데 현재 플레이오프에 올라있다.
정규시즌을 5위로 마쳤으며 서울 SK와 4강행을 놓고 진검승부를 예약해놓았다. 아직은 부산보다 전주가 더 익숙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20여년의 시간동안 전주에서 뿌리를 잡고 활동해온 이유가 크다. 하지만 올시즌부터 연고지를 이전해 새로운 출발을 감행했으며 이제는 부산의 겨울을 대표하는 팀이 됐다.
부산행을 발표할 당시부터 팬들의 관심은 적지않았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인기팀인데다 객관적 전력상 강력한 우승후보로 통했다. 이승현(32‧197cm), 최준용(30‧200.2cm), 송교창(28‧201.3cm) 등 국내 정상급 포워드 라인에 정창영(36‧193cm), 허웅(31‧185cm), 이호현(31‧182cm) 등 수준급 선수들이 한팀에 몰려있었기 때문이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 에너지 레벨이 조금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라건아(35‧200.5cm)는 여전히 견적이 서는 빅맨이며 알리제 존슨(28·201cm) 또한 다재다능한 능력치를 갖춘 전천후 외국인선수다. 전준범(33‧195cm), 이근휘(25‧187cm)를 필두로 김동현, 송동훈, 서정현, 곽정훈 등 선수층이 차고 넘쳤다.
아시아 쿼터로 영입한 캐나다 필리핀 이중국적의 포인트가드 제프리 에피스톨라(27‧180cm)도 더 나은 활약이 기대됐다. ‘2개의 우승후보를 만들수있는 KBL판 레알마드리드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않은 이유였다. 당장이라도 첫시즌부터 정규시즌 우승 및 챔피언결정전을 접수할것만 같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우승은 커녕 4강 직행에도 실패했다. 6강전부터 치러서 4강,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이겨야만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기더니 롯데화됐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조직력, 부상자 등이 예상밖 부진의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어쨌든 플레이오프는 진출했고 최악의 결과는 면했다.
아쉬운 정규시즌을 치르기는했으나 KCC는 여전히 플레이오프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팀이다. 선수들의 이름값이나 뎁스에서 어느팀과 비교해도 꿀리지않는다. 풀전력으로 상승세만탈 수 있다면 최대 복병이 될 것이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우승에 목마른 부산팬들에게 KCC가 봄의 행복을 안겨줄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Copyright ⓒ 점프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SK vs. KCC, 반전드라마의 승자는? (1) | 2024.04.07 |
---|---|
SK, PO에서 미라클 돌격대 가동될까? (0) | 2024.04.07 |
DB 로슨에게서 재키 존스의 향기가 난다 (0) | 2024.03.31 |
LG 양홍석, 소리없이 강한 알짜포워드 (0) | 2024.03.30 |
MVP 후보 알바노, 선두 DB 이끄는 전천후 마법사 (1) | 2024.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