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저하고 지금 알바노하고 누가 낫냐고요? 알바노가 더 좋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원주 DB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레전드 포인트가드 신기성(49‧180cm) SPOTV 해설위원에게 현 야전사령관 이선 알바노(28‧185cm)와 본인중 누가 역대 원주 역사상 최고의 1번이냐고 묻자 손사레를 치며 알바노라고 답했다. 신위원이 일단 주목한 부분은 알바노의 신체조건이었다.
“알바노는 필리핀 혈통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선수입니다. 탄탄한 웨이트와 거기서 뿜어져나오는 폭발력, 강한 몸 싸움을 견딜 수 있는 밸런스까지, 기본적으로 하드웨어가 잘 갖춰져있습니다. 반면 저희 때는 지금선수들처럼 체계적 몸관리? 이런 것과는 거리가 먼 시절이었죠. 각자 알아서 잘하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쿼터가 KBL에 도입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그 영향력은 적지않다. 아직 역사가 짧은 관계로 양적으로는 쌓이지 않았으나 일부 빼어난 선수들이 속속 존재감을 드러내며 리그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스타트는 가장 먼저 걸었음에도 일본파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나카무라 타이치(27‧191cm), 모리구치 히사시(25‧177cm) 등은 해당팀에 거의 도움이 되지못했다.
하지만 필리핀파들은 다르다. 아시아쿼터의 다수를 차지하고있는 세력답게 핵심 전력으로 거듭난 선수들이 여럿있다. '울산의 손오공', '춘삼이'등의 애칭으로 불리며 첫시즌 신인왕까지 차지한 론제이 아바리엔토스(24‧178cm)가 시동을 제대로 걸더니 한국가스공사의 앞선을 책임질 주역으로 거듭난 샘조세프 벨란겔(25‧175cm), LG의 에너자이저로 불리는 저스틴 구탕(27‧188cm) 등이 뒤를 이었다.
렌즈 아반도(26‧186cm)는 단순히 운동능력이 뛰어난 수준을 넘어 NBA급 탄력을 보여주며 시선을 끌었다. 가드 포지션임에도 윈드밀 덩크, 리버스 덩크 등 고난이도 덩크슛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을 비롯 점프와 체공력을 활용해 블록슛, 리바운드에서도 탈가드급 위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뛰었던 아시아쿼터중 최고의 선수는 누구냐는 질문에는 어느 정도 답은 정해진 듯 하다. 알바노가 있기 때문이다. 첫시즌 팀에 합류하기 무섭게 주전자리를 꿰차더니 올시즌에는 정규리그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15.94득점, 6.59어시스트, 2.96리바운드, 1.46스틸로 펄펄 날았다.
포인트가드 역할을 소화하면서도 경기당 1.69개의 3점슛을 40.63%의 성공률로 적중시킬만큼 공격력도 좋았다. DB의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끌며 MVP까지 등극했다. 빼어난 기량에 더해 어떤 상황에서도 좀처럼 흥분하지않고 팀을 지휘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선수들에게서는 좀처럼 보기힘든 경쾌한 리듬으로 크로스오버 드리블 등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고 반박자 빠르게 공격하고 패스하는 모습이 수비수들을 더욱 힘들게하는 듯 싶습니다. 제가 나이대가 비슷하다 가정하고 붙어본다고 가정할 경우 열심히 따라는 붙겠지만 힘싸움이나 타이밍을 읽는 부분에서 적지않게 힘들지않을까 싶어요”
연신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알바노를 높이는 신위원이었지만 그의 커리어 역시 만만치않다. 첫시즌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신인왕을 수상한 것을 비롯 스틸왕, 3점슛 성공률 1위 등 다양한 부분에서 고르게 활약했다. 2004~05 시즌에는 정규시즌 MVP와 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바 있다.
신기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주 빠르고 슛이 좋다는 부분이다. 그가 활약하던 시기에는 발빠른 가드가 넘쳐났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가장 빠르다고 입을 모은 선수가 신기성이었다. ‘총알탄 사나이’라는 별명이 이를 입증해준다. 한창때 그의 특기중 하나가 리바운드를 잡고 그대로 본인이 볼을 치고나가 성공시키는 원맨속공이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부분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원체 빨라서 상대 수비진이 제대로 대응하지못한 부분이 컸다. 드리블을 치며 앞으로 달려나감에도 맨손으로 달리는 수비수가 따라붙기 버거워했을 정도다. 거기에 특유의 낮은 포물선으로 던지는 이른바 무회전슛은 어지간한 특급슈터 부럽지않은 정확도를 자랑했다.
통산 3점슛 성공률 42.8%에 더해 170클럽을 네 번이나 달성했다. 여기에 대해 신위원은 “워낙 많이 뛰는 스타일인데다 사이즈도 좋은 편이 아닌지라 여러 가지로 맞춤형 플레이가 필요했다. 점프슛은 체력, 블록슛에 약점이 있다고 판단해 스스로의 스타일을 만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신기성은 공격형 가드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지만 듀얼가드 일색인 지금 기준으로보면 그렇지도 않다. 강동희, 이상민, 김승현 등 퓨어포인트가드 전성시대에서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더 돋보였을뿐 리딩, 패싱플레이에도 능했다. 본인 스스로도 코트에 나서면 동료들의 컨디션부터 체크해보면서 게임플랜을 만들어나갔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팀플레이를 우선시했던 포인트가드였다.
“아무래도 토종 선수들을 살려주는 플레이는 제가 조금 더 낫지않았을까 싶습니다. 아, 물론 알바노가 그런 부분을 못한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잘하죠. 다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부분에서는 그래도 해볼만하지않았을까 싶다는 뜻일 뿐입니다. 흥미진진했던 지난 4강 플레이오프를 보면서 저 자리에서 제가 뛰었으면 어떻게 플레이했을까 상상해봤던 기억도 납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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