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닉스는 NBA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팀중 하나다. 2000년대 초반 잠깐 반짝하다가 이후 부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티켓 파워 만큼은 여전히 리그 최상위권이기 때문이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숨에 팀의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명문으로 인정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성적이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성장할 수 밖에 없는 프로의 특성상 일단 성적이 나야 관심을 받고 응원도 따라온다. 농구뿐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이 다 그렇다. 하지만 닉스는 조금 다르다. 아쉬운 성적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티켓파워만큼은 여전히 핫하다.
2017년 포브스에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50개 스포츠팀을 선정한바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NBA 1위는 당시 플레이오프 조차 진출하지 못했던 닉스였다. 물론 2위인 LA 레이커스 역시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으나 침체기보다는 부흥기가 더 많은 팀이었고 성적 또한 보스턴 셀틱스와 함께 역대 최고인 팀이다.
반면 닉스같은 경우 그 외 컨퍼런스 우승 8회, 디비전 우승 8회의 성적을 올렸으나 역사에 비하면 여전히 초라하기만하다. 닉스 팬들을 더욱 슬프게하는 것은 2000년대 들어 올린 성적은 2013년 디비전 우승 정도가 전부라는 사실이다. 비슷한 시기 암흑기를 거쳤던 팀들이 전성기에 들어서거나 혹은 훌쩍 나아진 모습을 보일 때에도 닉스는 변하지 않았다.
잠깐 희망을 보여주며 ‘혹시나’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다가 금세 추락하며 원점으로 회귀하며 ‘역시나’의 공식만 되풀이했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구단가치는 우승팀 골든스테이트보다도 7억달러나 많았다. 여기에는 미국 최고의 도시중 하나인 뉴욕을 연고지로 하고있다는 이유가 컸다.
성적과는 별개로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이 끊임없이 경기장을 찾고있고 구단에서는 코트 바로옆 바닥에 놓인 의자에 앉아 선수들을 코앞에서 관람하게 해주는 것을 비롯 VIP 클럽하우스, 최고급 뷔페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대접해주고 있다. 매디슨 스퀘어가든은 그야말로 유명인사들의 럭셔리한 놀이문화공간이 된지 오래다.
‘닉스 경기는 브로드웨이 연극 관람, 타임스퀘어,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방문 등과 더불어 뉴욕관광의 코스다’말까지 나오고있을 정도다. 하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전혀 만족스럽지않았다. 특히 같은 뉴욕을 연고지로하면서도 인기와 성적을 모두 잡고있는 메이저리그팀 양키즈와 비교하면 더욱 그랬다.
물론 닉스가 성적에 대한 미련을 버린 팀이냐면 그것은 또 아니다. 그들 또한 성적에 대한 욕심은 많다. 그렇지않아도 엄청난 구단가치를 인정받고있는 상황에서 성적만 조금 받쳐준다면 NBA 흥행 전선 자체를 뒤흔들어놓을 만큼의 파급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다. 하지만 선수들 사이에서 닉스는 선호하는 팀은 아니다.
자신이 잘해도 성적을 끌어올리기 힘들 것 같은 팀에서 자칫 언론과 팬들의 집중포화까지 맞을 공산이 큰지라 우선 순위대상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돈은 있어도 좋은 선수들이 잘잡히지않고 외려 조금 성장했다싶은 유망주들은 빠져나가기 바쁘니 성적이 나오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시즌을 기점으로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소위 슈퍼스타급 선수들은 데려오기 쉽지않더라도 가성비좋은 실속파 플레이어 영입에 신경을 쓰며 팀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잘렌 브런슨(28‧185cm) 영입은 뉴욕의 화력을 한층 끌어올리게된 신의 한수가 되었다. 영입당시만해도 다소 비싼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돌격대장으로 거듭나며 올시즌 닉스 돌풍의 선봉에서 활약하는 모습에 혹평 여론은 쏙들어가 버렸다.
결국 닉스는 지난 시즌 카멜로 앤서니 시대이던 2012~13 시즌 이후 10년만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이라는 쾌거까지 올리게된다. 올시즌 역시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33승 22패(승률 0.600)로 동부컨퍼런스 4위에 위치해있다. 더 높은 순위까지 노려볼만 했지만 줄리어스 랜들(30‧203cm)을 비롯 OG 아누노비 등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못하며 4연패로 전반기를 마친것이 뼈아팠다.
닉스는 올시즌 트레이드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1라운드 드래프트 픽을 소모하지 않고도 팀에 필요한 알짜 선수들을 영입했다. 현지 언론들이 일제히 트레이드 데드라인의 승자로 닉스를 꼽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꾸준한 보강을 통해 팀 뎁스가 두터워지고있다는 점은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를 위해서도 긍정적이다.
시즌초 다소 헤메던 닉스는 선수들의 손발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하자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지난달 치렀던 16경기에서 무려 14승 2패를 기록하며 단숨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비록 뜻하지않은 부상으로 전반기 막판 휘청했지만 그들이 복귀하는 후반기에는 다시금 돌풍모드로 돌아갈 가능성도 높다. 닉스가 성적을 통해 '인기만 높은 팀이다'는 오명을 벗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이미지참조_연합뉴스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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