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시즌 파이널 우승팀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는 조직력이 좋았던 팀을 언급할 때 빠지지않고 거론되고 있는 팀중 하나다. 당시 디트로이트는 ‘미스터 빅샷’ 천시 빌럽스(48‧191cm)를 필두로 '빅벤' 벤 월러스(50‧201cm), '쉬드'(Sheed)‘ 라쉬드 월러스(50‧211cm), '긴팔원숭이' 테이션 프린스(44‧206cm), ’런닝 저격수‘ 리처드 해밀턴(46‧201cm) 등으로 주축멤버가 구성됐다.
올해의 수비수 4회, 올 디펜시브 퍼스트팀 5회, 리바운드왕 2회, 블록슛왕 1회 등 빅벤은 역사상 최고의 수비수중 한명으로 불린다. 하지만 '1996 NBA 드래프트 언드래프티'에서도 알수있듯이 처음에는 그에 대한 기대치는 거의 없었다고 보는게 맞다. 가장 큰 문제는 사이즈였다.
플레이 유형은 전형적인 빅맨이었지만 신장은 어지간한 스윙맨 정도 밖에 되지못했다. 그렇다고 포지션 변경을 하기에는 공격 스킬이 전무하다시피했던지라 활용도에서 애매함이 컸다. 물론 이후 수비에서 보여준 존재감만으로도 '신장은 참고 자료에 불과할 뿐이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빅벤과 함께 월러스 브라더스로 트윈타워를 구축했던 라쉬드는 공수 밸런스가 좋았던 올스타빅맨이다. 골밑에서의 다양한 득점스킬에 더해 미드레인지 점퍼, 3점슛까지 고르게 좋았다. 포스트업과 페이스업, 픽앤롤, 픽앤팝 등에 모두 능했다. 수비에서는 빅벤과 시너지를 내고 공격시에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다.
긴팔을 활용한 빼어난 수비력에 더해 결정적인 순간 3점슛을 성공시키며 인상적인 장면을 종종 만들어냈던 탓에 테이션 프린스를 3&D 플레이어로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하지만 사실 프린스는 경기당 3점슛 성공이 0.5개 정도에 그칠 정도로 외곽슛을 많이 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강력한 수비력에 더해 아이솔레이션에 일가견이 있었다. 팀 플레이를 추구하는 디트로이트 시스템상 프린스의 이런 능력을 전면에서 활용하지는 않았으나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상당한 무기가 되기도 했다. 포스트업, 페이스업 등 여러가지 방식으로 득점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승 당시 주득점원으로 활약했던 해밀턴은 국내 팬들 사이에서 '동네 한바퀴'로 불렸다. 경기내내 반복적인 오프더볼 무브를 통해 상대팀을 폭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이유가 크다. 공을 가지지 않은 채 끊임없이 움직여 다른 팀메이트들이 걸어주는 스크린을 최대한 활용해 자신을 마크하는 수비수가 한 순간도 쉴 수 없도록 만들어버리는 스타일이었다.
잠깐이라도 방심하면 스크린으로 수비수를 따돌린 후 주특기인 미드레인지 점퍼를 꽂아넣었다. 더욱이 스크린을 걸어주는 선수 역시 빅벤과 라쉬드였다. 경기내내 전력으로 뛰어다녀도 쉽게 지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체력을 가지고 있었던지라 그와 매치업된 상대는 엄청난 피곤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빌럽스는 구태여 자신이 중심이 서지않아도 공만 잘돌면 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있는 철저한 팀플레이어였다. 좋은 체격 조건과 파워를 앞세워 포스트업, 페이스업을 자유롭게 구사했으며 파울 유도에도 능숙했다. 어시스트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 위주로 공이 잘 돌지않을 때는 어떤식으로든지 빡빡한 톱니바퀴를 다시 돌리려하기보다는 본인이 컷인플레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스팟업 슈터 역할도 서슴치않았다.
당시 우승멤버들은 한명한명이 좋은 선수들이기는 했으나 이른바 리그를 쥐락펴락할만큼의 높은 이름 값을 가진 슈퍼스타는 없었다. 그러나 하나같이 수비가 좋았고 팀 디트로이트라는 시스템 속에서 조합을 잘 맞춰갔던지라 원팀으로서의 완성도가 높았다. 2003~04시즌 그러한 스타일은 정점에 달했고 그결과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에 칼 말론, 게리 페이튼까지 합류한 초호화군단 LA 레이커스를 시리즈 전적 4-1로 누르고 대망의 파이널 우승까지 차지한다.
현재 동부컨퍼런스를 장악하고 파이널에 진출해있는 보스턴 셀틱스는 올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정규시즌 내내 순항을 거듭한 끝에 어렵지않게 전체 승률 1위를 차지했고 파이널까지 진출하는 과정 또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외려 지미 버틀러(마이애미 히트), 도노반 미첼(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타이리스 할리버튼(인디애나 페이서스) 등 상대팀 에이스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행운(보스턴 입장에서)까지 이어졌다.
파이널에서 댈러스 매버릭스 혹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우승을 놓고 승부를 벌일 예정인데 양팀은 아직 승패를 가리지못한채 치열하게 치고받고 있다. 서부 결승까지 온과정도 상당히 난전이었다. 우주의 기운이 온통 보스턴으로 몰려오고있다는 말이 팬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올시즌 보스턴을 당시 디트로이트와 비교하는 이들도 있다. 크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물샐틈없는 공수밸런스가 돋보이는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팀 자체의 힘이 돋보인다는 점이 그 이유다. 물론 현재 보스턴은 선수들의 면면에서도 상당한 이름값을 자랑한다.
보스턴의 최대 무기는 질과 양을 모두 만족시키는 선수층이다. 제이슨 테이텀(26‧203cm), 제일런 브라운(28‧196.2cm), 즈루 할러데이(34‧191cm), 데릭 화이트(29‧193cm), 샘 하우저(27‧201cm), 알 호포드(38‧206cm) 등 그야말로 물샐틈없는 라인업을 자랑한다. 일부 베테랑도 있지만 대부분이 20대이며 하나같이 공수겸장이다.
매경기 그날 경기의 히어로가 바뀔 정도이며 복귀 시기를 조율중인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29‧221cm)의 공백이 크게 눈에 띄지 않을 만큼 강팀으로서의 위용이 독보적이다. 지난시즌 우승팀 덴버 너게츠는 니콜라 요키치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컸으며 현재 서부 우승을 놓고 경합중인 댈러스(루카 돈치치, 카이리 어빙), 미네소타(앤서니 에드워즈) 또한 특정 선수들의 비중이 매우 높다.
오래 전부터 보스턴을 응원해왔다는 한팬은 “올시즌 보스턴은 정말 안정감이 넘친다. 구태여 따지자면 테이텀이 간판스타겠지만 누구 한두명 빠진다고 확 무너지지 않을 만큼 선수구성이 잘되었다고 생각된다. 개인보다는 팀으로서의 완성도가 높이 느껴진다. 현재의 기세를 이어나가 정규시즌만 강하다는 불명예를 떨쳐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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