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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유나스, UFC 여성부 간판 계보 이어나간다

격투기/UFC

by 김종수(바람날개) 2024. 7. 2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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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유나스, UFC 여성부 간판 계보 이어나간다

입력2024.07.28. 오전 9:06 기사원문

빼어난 실력 등 겸비한 여성부 흥행의 주역

로즈 나마유나스(사진 오른쪽)가 트레이시 코르테즈를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UFC 여성부 역사상 최강의 파이터는?'

'찐 격투기 팬'이라면 위와 같은 질문에 열에 아홉은 형님 혹은 격투 기계로 통하던 크리스 '사이보그' 산토스(39·브라질) 혹은 옥타곤 맹수로 위명을 떨친 '라이어네스(Lioness)' 아만다 누네스(35·브라질)를 첫손에 꼽을 것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였지만 '거대 주짓수 마녀' 가브리엘 '가비' 가르시아(38·브라질)에게 뜨거운 시선이 쏟아지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고의 파이터', '가장 인기있던 파이터'로 질문을 살짝 바꿔보면 답이 달라질 수도 있다. 최고와 최강은 비슷하면서도 살짝 의미가 다르고 인기는 실력과는 무관한 경우도 많다. 파이터로서 가장 우선시될 요소는 단연 실력임은 맞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 화제성 등이 함께 해줘야 프로로서 가치가 더 높다 할 수 있겠다. 아쉽게도 산토스, 누네스 등은 팬들을 끌어모으고 열광시키는 능력은 조금 부족했다.

UFC 여성부를 뜨겁게 달궜던 파이터로는 '암바 여제' 론다 로우지(37·미국)가 빠질 수 없다. 다소 막무가내로 우당탕탕 밀고들어가 부둥켜안고 넘겨뜨려 그래플링 싸움을 유발하는 등 파이팅 스타일은 다소 투박했지만 대부분 경기를 1라운드에 마무리지을 만큼 화끈하기 그지없었다. 거기에 캐릭터 자체가 워낙 매력적이었던지라 어지간한 남성부 슈퍼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지금은 말도 안되는 논쟁이 된 지 오래지만 한때 팬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역대 최고 복서 중 한명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7·미국)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주제가 핫하기도 했다. 여성과 남성의 싸움, 타격과 그래플링의 대결 등이 고르게 엮여 궁금증을 자아냈다고 할 수 있다.

그 외 로우지에게 첫패를 안겨주면서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은 '여자 크로캅' 홀리 홈(42·미국), 근성의 레슬링을 보여줬던 미샤 테이트(37·미국), '폴란드 공주' 카롤리나 코발키에비츠(38·폴란드), 주짓수 파이터 맥켄지 던(31·브라질), 전성기 누네스에 이어 체급 넘버2로 불린 발렌티나 셰브첸코(36·키르키스탄) 등이 있다.

이제는 액션배우로 유명한 지나 카라노(42·미국)같은 경우 활동시기 등의 이유로 UFC에서 뛰지는 않았지만 로우지 이전 최고 스타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로우지 이후 여성부 흥행을 이끌어갈 만한 선수로는 누가 있을까. 현시 점에서 가장 확실한 카드는 단연 '터그(Thug)' 로즈 나마유나스(32·미국)다.

 

스트로급의 전설, 플라이급에서도 대형사고?

 

나마유나스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된 것은 2017년 11월 UFC 217대회서 있었던 요안나 옌드레이첵(37·폴란드)과의 스트로급 타이틀매치부터다. 당시 옌드레이첵은 체급 내에서 적수가 없는 무적의 파이터였다. 엄청난 활동량과 체력을 앞세워 경기내내 상대와 타격전을 벌였는데 한 대 맞을 때 2~3대를 때리는 스타일로 매경기 압승을 거두곤 했다.

당시 나마유나스에게 타이틀 도전권이 온 것은 어찌 보면 행운도 따랐다. 클라우디아 가델라, 제시카 안드라데 등 체급내 강자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사실상 옌드레이첵의 대항마가 없었다. 더이상 내세울 카드가 없었던 주최측에서는 4승 1패의 성적을 거두고있던 유망주 나마유나스를 6차방어전 상대로 옥타곤에 세운다.

물론 반전에 대한 기대감은 거의 없는 분위기였다. 과거 옌드레이칙한테 압살당했던 카를라 에스파르자에게 참패하고, 입지상으로도 문지기급으로 불리던 나마유나스였기에 미스매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나마유나스는 기량도 기량이었지만 '옌드레이첵의 천적이 아닐까?'싶을 정도로 무서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경쾌한 풋워크로 옌드레이첵의 강력한 원투와 앞차기를 무력화시킨 것을 비롯 쉴 새 없이 페인팅을 섞어주며 묵직한 타격을 꽂아넣었다. 타격 횟수나 적중률 자체에서는 옌드레이첵도 만만치 않았으나 한 방의 위력이 달랐다. 당연히 들어가는 데미지도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무적을 자랑하던 옌드레이첵은 넉아웃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3대 스트로급 챔피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나마유나스는 이후 리벤지 성격으로 치러진 1차방어전에서마저 승리를 거두며 옌드레이첵의 시대를 사실상 종식시켜버렸다. 스트로급에서 전설을 쓴 나마유나스는 지난해 6월 월장을 선언했고 현재는 플라이급에서 뛰고 있다. 마농 피오로와의 대결에서 판정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이후 2연승을 기록하며 2체급 정복을 위한 순항에 들어간 상태다.

 

 
플라이급에서도 나마유나스의 펀치력은 통하고 있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지난 14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볼 아레나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나마유나스 vs. 코르테즈' 대회 메인 이벤트 5라운드 경기는 플라이급에 나마유나스 경계령을 내리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랭킹 6위 나마유나스는 이날 경기에서 11위 트레이시 코르테즈(30·미국)에게 만장일치 판정승(49-46, 49-46, 48-47)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아만다 히바스(30·브라질)전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며 플라이급에서 확실하게 입지를 다졌다. 코르테즈(11승 2패)는 7년 만에 패배하며 11연승 행진이 끊겼다. 뚜껑을 열어보니 타격, 그래플링 모두 이겼다. 경기 전 아래 체급에서 올라온 나마유나스가 레슬러 코르테즈에게 그래플링에서 밀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나마유나스는 타격에서 우위를 점한 뒤 만회하기 위해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코르테즈를 역으로 테이크다운하며 그래플링에서도 우세를 이끌어냈다. 잽 싸움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니 경기가 술술 풀렸다. 나마유나스는 좌우로 활발히 움직이며 잽을 맞혔다. 코르테즈가 압박하면 바로 카운터 펀치가 꽂혔다.

결국 1라운드 중반 왼손 훅이 적중해 코르테즈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때 후속타로 던진 오른손 펀치에 맞아 코르테즈의 속눈썹이 날아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코르테즈는 바닥에 누워 공격을 버텨냈지만 경기의 주도권을 내줬다. 2라운드부터는 카운터 태클이 먹혔다. 녹다운을 뺏긴 코르테즈는 경기를 뒤집기 위해 전진했지만 의표를 찔려 카운터 테이크다운에 바닥으로 끌려 내려갔다.

4라운드까지 경기 양상은 비슷하게 진행됐다. 피니시가 필요해진 5라운드에 코르테즈가 펀치 연타를 날리며 분전해 라운드를 가져왔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나마유나스는 경기 후 "코르테즈가 정말 터프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1라운드 녹다운을 버텨낸 상대를 칭찬했다. 이어 "코르테즈의 레슬링이 정말 뛰어났기에 레슬링을 쓰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계속 성공하자 용기를 내서 밀어붙였다"며 승리를 가져온 또다른 변수 그래플링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이제 그녀가 원하는 것은 두 번째 벨트다. 나마유나스는 "내게 벨트를 달라. 그걸 원한다"고 말했다. 현 여성 플라이급 챔피언 알렉사 그라소(31·멕시코)는 전 챔피언 셰브첸코를 상대로 2차 방어전을 치를 게 유력하다. 그라소는 지난해 3월 셰브첸코를 페이스 크랭크 서브미션으로 꺾고 챔피언에 오른 뒤 9월 2차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1차 방어에 성공했다.

두 선수는 현재 디 얼티밋 파이터(TUF) 시즌 32 코치 대결을 벌이고 있는데 시즌 종료 후 코치 대결을 벌이는 게 관례다. 이에 따라 나마유나스는 두 번째 옵션으로 상여자(BMF) 타이틀전을 제안했다. BMF타이틀은 UFC에서 가장 터프한 파이터에게 부여하는 상징적 챔피언 타이틀이다. 아직 여성부에서 치러진 적은 없다.

기자회견에선 플라이급 랭킹 5위 제시카 안드라지(32·브라질)와의 3차전 성사 가능성도 거론됐다. 나마유나스와 1승 1패를 주고받은 안드라지 또한 최초의 여성 BMF가 되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마유나스는 자신의 챔피언 벨트를 뺏어갔던 라이벌과의 여성 BMF 초대 타이틀전 가능성에 대해 "난 진짜 벨트를 원한다"면서도 "흥미로운 얘기다"고 답했다. 스트로급의 전설이 플라이급에서도 대형사고를 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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