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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사' 셰브첸코, 플라이급 벨트 되찾아올까

격투기/UFC

by 김종수(바람날개) 2024. 8. 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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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사' 셰브첸코, 플라이급 벨트 되찾아올까

입력2024.08.14. 오후 3:05 기사원문

9월 15일 그라소와 운명의 3차전

발렌티나 셰브첸코(사진 오른쪽)와 알렉사 그라소는 현 여성부 최고의 라이벌 이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총알' 발렌티나 셰브첸코(36·키르키스탄/페루)가 빼앗긴 UFC 여성부 플라이급 벨트 탈환에 나선다. 그는 UFC 여성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이터 중 한명으로 언급된다. 단순한 강함만 따진다면 '라이어네스(Lioness)' 아만다 누네스(35·브라질)가 첫손에 꼽히겠지만 탈여성급 전투력의 소유자치고 인기는 높지 않았다.

반면 셰브첸코는 특유의 매력으로 인해 많은 열성 팬들을 끌고 다닌다. 아쉽게 패하기는 했지만 누구를 만나도 미스매치를 만들어버리던 괴물 누네스를 상대로 가장 잘 싸운 선수 중 한 명이다. 누네스가 없었다면 그의 최강 이미지는 셰브첸코가 가져갔을 공산도 크다.

지금 은퇴한다 해도 명예의 전당이 확실시 될 만큼 전설의 반열에 올라선 그녀이지만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확실히 해야할 일이 하나 있다. 여성부 플라이급(56.7kg) 챔피언 알렉사 그라소(30·멕시코)에게서 타이틀을 빼앗아오는 것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해당 체급 챔피언은 셰브첸코였다. 워낙 도전자 세력과 기량 차이가 컸던지라 10차 방어전 이상도 가능하다는 평가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라소에게 8차방어전에서 무너지며 고개를 떨궜다. 단순한 기량차로 패했다면 수긍하겠지만 셰브첸코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종일간 우세한 경기를 펼치다가 순간의 실수로 타이틀을 내줬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셰브첸코의 입장일 뿐이다. 격투기에서 단 한번의 빈틈을 공략해 승리를 가져가는 것은 대단한 플레이다. 그라소는 그것을 해냈다.

통한의 스피닝 백킥 실수, 여성부 플라이급 판도를 바꾸다

2차전에서도 무승부를 기록한 둘은 3차전에서 결착을 예약했다. 멕시코 독립기념일을 축하해 다음달 15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스피어서 있을 '리야드 시즌 노체 UFC: 오말리 vs 드발리쉬빌리' 대회가 그 무대로 이날 결과에 따라 두 선수의 우열이 결정나게 된다. 특히 셰브첸코 입장에서는 누네스를 제외하고는 2패를 기록한 파이터가 없는지라 '최강의 2인자'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3차전을 잡아낼 필요가 있다.

둘의 첫번째 경기는 지난해 3월 5일 UFC 285대회서 있었다. 당시 배당률에서 셰브첸코는 압도적인 탑독이었다. 그간 보여준 경기력에서 차이가 컸던지라 셰브첸코가 그라소를 어렵지 않게 꺾고 8차방어전을 승리로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경기 내용도 그랬다. 1라운드에서 그라소에게 빅 샷을 몇 차례 허용하며 타격전에서 살짝 밀렸으나 그뿐이었다.

2라운드부터 테이크다운을 섞어가며 흐름을 바꿨고 3라운드까지 그래플링으로 우위를 점했다. 4라운드에서도 잽을 살리며 타격전을 리드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큰 실수를 범하고 만다. 어설픈 스피닝 백킥을 차다가 실패하면서 백을 잡혔고 노련한 그라소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리어네이키드 초크를 성공시킨다.

여성부 격투기 역사상 손에 꼽힐 업셋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충분히 방어적으로 운영하며 승리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순간의 욕심으로 결국 8차 방어에 실패하고만 셰브첸코는 아쉬움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때문에 둘의 다음 경기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이를 입증하듯 9월 17일 UFC 첫 번째 멕시코 독립기념일 대회서 바로 2차전이 치러진다.

셰브첸코는 1차전 패배가 '사고'였다고 생각했다. 4라운드 스피닝 백킥 실패 이후 리어네이키드 초크에 걸리기 전까지 레슬링으로 그라소를 압도하고 있었던 것이 그 이유다. 2차전을 앞두고는 이를 갈며 벨트 탈환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셰브첸코는 "한 번의 패배로 바뀌는 것은 없다. 난 여전히 챔피언의 영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자비란 없다. 완전히 다른 경기가 될 것이다. 난 그라소가 어떤 선수인지 잘 알고 있지만, 그는 아직 진짜 내가 어떤지 못 느껴봤다. 그는 도망갈 수도 있고, 숨을 수도 있다. 결국엔 내가 그를 무너뜨리고 벨트를 되찾아 옥타곤을 나오겠다"고 큰소리쳤다.

이에 그라소는 "사고란 없다고 생각한다. 경험 많고, 높은 수준에서 싸운 선수라면 사고 같은 건 없단 걸 알기에 셰브첸코의 반응이 놀랍다. 난 그 순간을 노리고 훈련했다. 그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훈련한 결과였다"며 서브미션 승리가 우연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어 "중요한 건 계속해서 동기부여를 얻고, 굶주림을 유지하며 최선을 다해 발전하는 것이다. 팀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했기에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말로 순순히 타이틀을 내줄 생각이 없음을 드러냈다.


역대급 명승부 끝에 무승부로 마무리 지어진 2차전. 하지만 둘 모두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3차전도 엄청난 명승부 기대

양선수의 결의 만큼이나 2차전은 치열했다. 결과적으로 스플릿 무승부(48-47, 47-47, 47-48)가 나왔고 이에 그라소가 타이틀을 방어했다. 채점 결과가 보여주듯이 용호상박의 명승부였다. 도전자 셰브첸코는 잽과 테이크다운을 활용해 점수를 땄고, 챔피언 그라소는 녹다운을 비롯한 임팩트 있는 공격으로 라운드를 가져가려 했다.

절치부심한 도전자가 먼저 앞서 나갔다. 셰브첸코는 1라운드 원거리 잽싸움에서 앞서며 그라소를 공략했다. 그라소가 거리를 좁혀 타격 교환을 하려는 순간에는 더블레그 테이크다운으로 그라운드로 데려갔다. 2라운드에는 그라소가 녹다운을 기록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라소는 타격 교환 과정에서 오른손 스트레이트 펀치를 맞히며 셰브첸코를 쓰러뜨렸다.

셰브첸코는 곧바로 일어났으나 그라소는 니킥을 쏟아내며 피니시를 노렸다. 셰브첸코는 레슬링으로 그라소를 넘어뜨린 후 컨트롤하며 겨우 한숨 돌렸다. 3라운드는 셰브첸코가 테이크다운 후 그라운드 컨트롤로 가져갔다.

4라운드에서는 그라소의 반격이 거셌다. 셰브첸코의 테이크다운 실패를 이용해 파상 공격을 퍼붓고, 역으로 테이크다운까지 성공했다.

운명의 5라운드에서는 도전자가 승기를 잡는 듯했다. 셰브첸코는 잽으로 그라소의 얼굴을 계속 때렸고, 그라소의 얼굴은 피로 물들었다. 하지만 셰브첸코가 언더훅을 파고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다 넘어지자 그라소가 전광석화같이 백포지션을 장악했다. 그라소는 강력한 그라운드 앤 파운드 공격을 퍼붓고, 리어네이키드 초크 서브미션을 시도하며 큰 임팩트를 남겼다.

결국 저지들은 경기를 무승부로 판정했다. 타이틀을 지킨 그라소는 "나는 많은 대미지를 줬고, 내 펀치가 더 강했다. 내가 이겼다"며 판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3차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코치, 매니저와 얘기해봐야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셰브첸코 역시 판정에 반대했다. 그는 "당연히 내 승리라고 생각했다. 멕시코 독립기념일 대회이기 때문에 저지들이 살짝 압박을 느낀 거 같다. 그라소는 멕시코 파이터기 때문이다. 나는 충분히 이길 만한 경기를 했다. 공정한 대회였다면 내가 이겼을 것이다"는 말로 불만을 표시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 역시 멕시코 독립기념일 축하 대회다. 판정까지 간다면 셰브첸코 입장에서 유리할게 전혀 없다. 그럼에도 받아들였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방심은 금물이다. 셰브첸코는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전성기가 지나가고 있다. 반면 그라소는 한창 전성기에 들어선 상태다. 노장에게는 한해 한해가 다른 만큼 지난 2경기와는 다른 양상의 경기 내용이 펼쳐질 수도 있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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