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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야구에서 부진을 거듭하는 애런 저지에 대해 '클레이튼 커쇼의 타자버전'이다는 혹평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그림=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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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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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이저리그는 오타니 쇼헤이(30·193cm) 천하다. 단순히 잘하는 아시아 선수를 넘어서 메이저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잘하고, 거기에 더해 매우 유니크하기 때문이다. 일단 투타겸업이라는, 현대야구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플레이를 성공시켰다. 그것도 세계 최고 무대 메이저리그에서 말이다.
마운드에선 16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고, 타석에선 홈런을 펑펑 쏘아 올린다. 올해는 부상 회복 차원에서 투수는 쉬고 타자로만 경기에 나섰는지라 특유의 유니크함은 쉬어갈 듯 보였다.
그렇지 않았다. 남는 에너지를 발에 쏟아부어 야구 역사상 최초 50-50클럽까지 달성했다. 그야말로 만화같은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도 사실상 예약한 상태다.
그렇다면 현재 한창 진행중인 포스트시즌에서는 어떨까? 놀랍게도 오타니는 올해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게 됐다. LA 에인절스에서 뛰던 지난해까지는 팀 전력이 따라주지 못해 포스트시즌에 나서질 못했다. 올해 LA로 둥지를 옮기고 나서야 드디어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게 됐다.
일본 시절까지 포함하면 닛폰햄 파이터즈 소속으로 경험한 2016년 일본시리즈 우승 이후 무려 8년 만의 포스트시즌이다. 오나티의 이름값과는 어울리지 않는 가을무대 커리어라고 할 수 있다. 스타트는 순탄한 편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1차전 홈경기에서 동점 쓰리런 홈런을 포함해 5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역시 오타니'라는 찬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2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크게 부진했고 3차전에서도 4타수 1안타 1득점 2삼진으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4차전에서 어떤 성적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만 놓고봤을 때는 아주 잘하지도 그렇다고 못하지도 않고 있다는 평가다.
가을에 약한 저지, 타자판 커쇼에 비교되기도
그렇다면 오타니의 라이벌로 꼽히는 애런 저지(32·201cm)의 포스트시즌은 어떨까? 오타니와 서로 리그는 다르지만 저지는 올시즌 최고 타자로 꼽히고 있다. 설사 오타니와 같은 리그에서 경쟁했다 해도 MVP는 저지가 가져갔을 것이다라는 의견이 적지않을 정도다. 오타니가 50-50클럽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기는 했으나 타자로서의 각종 성적 지표에서는 저지가 앞서기 때문이다.
저지는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 브롱스에 위치한 양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3번 타자 및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 1볼넷 1삼진을 기록했다. 1차전 4타수 무안타 3삼진에 이어 저지는 이날도 힘을 쓰지 못했다.
소속팀 뉴욕 양키스는 캔자스시티에 2-4로 역전패, 1승 1패로 시리즈 동률을 이루게 됐다. 저지는 첫 타석부터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1회말 양키스는 글레이버 토레스와 후안 소토가 연속 볼넷으로 출루하며 무사 1, 2루 찬스를 맞았다. 하지만 저지는 캔자스시티 선발 콜 라간스의에게 3구 연속 공을 맞히지 못한 채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때 한방이 터졌다면 분위기는 양키즈 쪽으로 넘어갔을 공산이 크다. 이는 2017년부터 포스트시즌에 참가했던 저지의 70번째 삼진이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저지는 이 삼진으로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최소 200타석에서 들어선 선수 중 가장 높은 삼진율인 34.3%를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저지의 포스트시즌 통산 기록은 타율 0.208(178타수 37안타) 13홈런 25타점 70삼진, 출루율 0.311 장타율 0.449 OPS 0.760이 됐다. 지난 7년간 13번의 시리즈에 참가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큰 무대에서 계속해서 약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이름값만으로 상대 투수를 얼어붙게 만드는 정규시즌에서의 존재감은 전혀 없다.
저지의 부진에 양키스도 고민이 깊다. 정규시즌에서 양키스가 아메리칸리그 최고 승률을 올릴 수 있었던 데는 58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왕에 올랐던 저지의 지분이 컸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가을 잔치에서는 부진을 넘어 아예 다른 선수가 돼버리는 모습이다. 불방망이까지는 아니더라도 평균 수준의 활약조차 못하고 있다.
두 경기에서 7타수 1안타 타율 0.143에 그쳤다. 2개의 볼넷을 얻어냈지만, 4번이나 삼진으로 돌아섰다. 출루율 0.333 장타율 0.143으로 OPS 0.476에 머물렀다. 이는 양키스의 고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메리칸리그 포스트시즌 1번 시드를 받고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했으나, 5번 시드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1승 1패 타이를 이뤘다.
저지의 부진 속에 홈 1, 2차전을 1승 1패로 마감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물론 남은 경기에도 저지가 고개를 숙일 것이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저지 정도의 특급타자들은 부진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 몰아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정규시즌에서 적지 않은 경기 동안 주춤하다가도 어느 시점에서 무섭게 폭발하며 괴물 본색을 드러내기도했다.
문제는 저지의 부진이 하루이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꾸준하게(?) 가을야구에서 힘을 쓰지 못했던지라 '클레이튼 커쇼의 타자버전'으로 평가절하되는 분위기다. 커쇼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2006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7번으로 지명된 이후 지금까지 다저스 한팀에서만 뛰며 꾸준히 1~2선발급으로 활약해 온 것을 비롯 트리플 크라운, 노히트 노런 등 굵직한 기록을 작성해왔다.
MVP(1회), 사이영상(3회), 워렌 스판 상(4회), 평균자책점 1위(5회) 등 수상기록도 화려하다. 은퇴 후 명예의 전당 입성 역시 확실시 되고있다. 그런 커쇼의 이미지에 적지않게 마이너스가 된 부분이 있으니 다름 아닌 포스트시즌 성적이다. 커쇼는 포스트시즌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약했다.
2020년 월드시리즈에서의 호투로 팀의 우승을 이끌면서 잔혹사를 마무리하나 싶었으나 이후 또다시 부상과 부진이 이어졌다. 지난해 내셔널 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평균자책점 162.00이라는 초라한 기록만을 남긴 채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소속팀 다저스 또한 3-0 스윕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물론 이제는 노장이 돼 기량이 뚝 떨어져버린 커쇼와 달리 저지에게는 기회가 남아 있다. 현재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지라 특유의 몰아치기가 발동되거나 결정적인 상황에서 클러치능력을 보여준다면 얼마든지 명예회복이 가능하다. 과연 저지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가을에 약하다는 이미지를 떨쳐낼 수 있을까?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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