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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유키, 스포츠 상식 깨는 일본 선수의 행보

야구/메이저리그

by 멍뭉큐라덕션 2024. 9. 3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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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유키, 스포츠 상식 깨는 일본 선수의 행보

입력2024.09.30. 오후 5:19 기사원문

[분석] 투타겸업에 50-50클럽 달성 오타니·172cm 키로 NBA 노리는 유키

아시아 최고의 스포츠 강국을 꼽으라면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전통의 거인 중국도 있겠지만 인구수 대비, 프로 스포츠 포함 등으로 따지면 사실상 뛰어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파리올림픽에서 종합 3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야구, 축구, 배구 등 구기종목에서 발전이 눈부시다. 럭비, 테니스, 배드민턴, 미식축구, 복싱, 레슬링, 육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렇듯 21세기 들어 일본 스포츠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종목별로 장기적인 시선과 세분화된 계획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결실을 맺어가며 국민들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일본은 한 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걸 목표로 하기보다 10년, 20년을 바라보고 계획을 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축구협회는 '100년 계획'까지 추진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이러한 일본 스포츠의 위상은 여러 종목에서 세계적인 스타를 탄생시키며 더 높아지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30·193cm), 일본 프로농구 B.리그 요코하마 B-콜세어즈에서 뛰다가 얼마 전 본격적인 미국무대 도전에 나선 카와무라 유키(23·172cm)가 대표적이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는 야구 역사를 새로 쓰고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림=김종수)
ⓒ 김종수
 

투타겸업에 50-50클럽까지

불과 7~8년 전까지만해도 '당분간 아시아 타자 중에서는 이치로를 뛰어넘을 선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 스즈키 이치로(51·180cm)는 정말 야구를 잘하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치로는 짧게 치고 잘 달리는 이른바 '똑딱이형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까지 통할까에 대한 의구심을 보기 좋게 지운 선수였다. 9년간 일본 리그를 점령했던 공을 맞히는 재능은 미국에서도 여전했고 20년 가까이 메이저리그에서 롱런하며 한 시즌 최다 안타, 역사상 최초 3000안타-500도루-골드 글러브 10회 수상 등 위대한 기록을 남겼다.

아시아 출신 최초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입성, 아시아 최초 영구결번(시애틀 매리너스)이 유력시된다. 그런데 일본산 아시아 타자가 또다시 나왔다. 앞서 언급한 오타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치로가 노력과 자기 관리의 화신이라면 오타니는 마치 만화에서나 볼듯한 유니크한 플레이를 통해 야구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는 동양인으로서 메이저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는 것을 넘어 각종 대기록을 수립 혹은 경신하고 있다. '이도류(二刀流)'라는 애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를 상징하는 캐릭터는 투타 겸업이다. 이는 난이도가 높아 현대 야구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방식인데 오타니는 다른 곳도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이를 구사하고 있다. 올스타전에서 투수, 타자로 동시에 선발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쪽 영역서 모두 탑급이다. 마운드에선 16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고, 타석에선 홈런을 쏘아 올린다.

오타니의 활약은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19세기 이후 131년 만의 트리플100(100이닝-100K-100안타), 15승-30홈런 및 규정 이닝·규정 타석 동시 달성, 10승-40홈런 및 아시아 출신 최초의 홈런왕 달성 등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던 장타자 마쓰이 히데키마저 중장거리 타자로 변신한 무대가 메이저리그인데, 그곳에서 최고 수준의 거포로 활약한다. 또 1~2선발급 파워피처로 위용을 뽐낸다.

올 시즌은 부상 회복 차원에서 투수는 쉬고 타자로만 경기에 나섰는데, 남는 에너지를 발에 쏟아부어 야구 역사상 최초 50-50클럽까지 달성했다. 올 시즌 그의 최종성적(내셔널리그)은 타율 3할 1푼(2위), 54홈런(1위), 197안타(2위), 130타점(1위), 134득점(1위), 59도루(2위), OPS(출루율+장타율) 1.036이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등극 또한 유력하다. 야구만화에서 소재로 사용해도 '과장이다'고 할 정도의 활약을 실제로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혀를 내두르게 한다.

카와무라 유키(사진 왼쪽)는 빼어난 기량을 앞세워 신장, 인종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다.
ⓒ FIBA 공식 홈페이지

172cm키로 NBA를 노린다?

오타니만 상식을 깨고있는 게 아니다. 일본의 단신 가드 카와무라 유키 또한 전 세계 농구 팬들의 남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걸어 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 '린세니티' 열풍을 몰고 온 제레미 린 이후 가장 뜨거운 아시아계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다. NBA에서 유의미한 업적을 남긴 야오밍, 린과 아직은 B.리그 소속인 카와무라의 커리어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하지만 한창 어린 나이와 성장 가능성 그리고 아시아 농구계에 남기고있는 특별한 임팩트 등을 감안 했을 때 충분히 기대해볼만한 선수인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유키는 170cm초반대 키로 높은 경쟁력을 보인다. 농구에서 신장은 절대적이다. 아무리 빼어난 기량을 갖춰도 키에서 아쉬움이 있으면 선택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유키의 경기를 본 이들이라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유키의 진가는 지난 파리올림픽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세계 4강 안에 드는 강호 프랑스를 상대로 29득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 모든 것을 진두지휘한 선수가 카와무라다. 172cm의 사이즈로 장대군단 프랑스의 내외곽을 거침없이 헤집고 다녔다.

신세대 괴물로 주목받고있는 빅터 웸반야마(223.5cm)와 '올해의 수비수'에 빛나는 NBA 최고의 수비형 빅맨 '에펠탑' 루디 고베어(32·216cm) 앞에서 슛을 던지고 돌파를 성공시켰다. 카와무라의 플레이에 전 세계 농구팬들은 깊은 인상을 받았다.

카와무라는 얼마전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Exhibit 10 계약에 합의한 상태로 10월부터 미국에서 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할 예정이다. 만약 NBA진출까지 성공할 수 있다면 국적, 인종을 떠나 농구 역사에 아주 특별한 의미로 기록될 듯 싶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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