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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리아 토푸리아의 공격이 맥스 할러웨이에게 적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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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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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활약했던 UFC 페더급(65.8kg)은 인재가 마르지않는 체급으로 유명하다. '폭군' 조제 알도(38·브라질)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을때만 해도 그 정도의 거물은 좀처럼 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신장은 크지 않지만 야생동물같은 반사신경에 노련함까지 갖추고있던 알도는 동체급 선수들에게 넘지 못할 벽이었다.
상위체급 라이트급 챔피언 출신 프랭키 에드가조차 알도에 가로막혀 2체급 석권에 끝내 실패했을 정도다. 하지만 수년 후 하와이산 싸움꾼 '블레시드' 맥스 할러웨이(32·미국)가 급부상했고 전성기 끝자락에 놓여있던 알도의 시대를 끝내버렸다. 이때만해도 알도의 뒤를 이어 할러웨이가 페더급을 장기집권하는 듯 했다.
할러웨이는 운이 없었다. 그의 기량은 이전까지 체급을 쥐락펴락했던 알도는 물론 흥행 메이커 코너 맥그리거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조금만 일찍 기회를 받았어도 알도, 맥그리거와 함께 3강 구도를 이뤘을 것이 분명하다. 할러웨이가 정상권에서 경쟁할 때 하필이면 새로운 괴물 '더 그레이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5·호주)가 치고 올라왔다.
'격투 프로그램이 내장된 로봇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볼카노프스키의 경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알도보다도 작은 167.64cm의 단신임에도 자신보다 큰 선수들에게 전혀 약점을 보이지 않았다. 할러웨이 조차 맞대결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무적의 볼카노프스키 역시 '엘 마타도르' 일리아 토푸리아(27·스페인/조지아)에게 일격을 당하고 벨트를 빼앗겼다.
그것을 지켜만보고 있을 할러웨이가 아니었다. 바로 토푸리아와 싸우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상위 랭커가 되기 전부터도 그는 배짱과 투지가 남달랐다. 상위 체급 빅매치에서 결원이 생기자 자신이 구멍난 자리를 메우겠다고 나섰을 정도다. 토푸리아는 절대 질 것 같지않은 볼카노프스키를 격파한 새로운 괴물이다.
그런 상황에서 할러웨이의 투쟁심은 제대로 불이 붙였다. 그는 상대가 강할수록 더더욱 몸이 뜨거워지는 승부사다. 결국 2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에티하드 아레나에서 있었던 'UFC 308: 토푸리아 Vs. 할러웨이'대회에서 진검승부를 치르기로 결정이 났다. 챔피언 토푸리아의 첫 방어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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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자 맥스 할러웨이(사진 왼쪽)가 챔피언 일리아 토푸리아에게 펀치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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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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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싸움꾼, 경기 전부터 팽팽
토푸리아는 지난 2월 UFC 298에서 볼카노프스키를 2라운드 만에 펀치 KO로 격침시키고 왕좌에 올랐다. 할러웨이는 지난 4월 UFC 300서 UFC 상남자(BMF) 챔피언 저스틴 게이치(35·미국)를 5라운드 막판 버저비터 펀치로 KO시켜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화끈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들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대진이 성사되기 무섭게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토푸리아는 완벽한 세대 교체를 노렸다. 할러웨이는 UFC 페더급 14연승을 기록하며 타이틀 3차 방어에 성공한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하나다. 토푸리아가 볼카노프스키에 이어 할러웨이까지 넘는다면 단 두 경기 만에 역사상 최고의 선수 둘을 모두 정리하고 새 시대의 시작을 알릴 수 있었다.
둘은 타격가 그중에서도 복서 유형으로 명성이 높다. 토푸리아는 강력한 훅 연타가 특기인 헤비 히터다. 강력한 압박으로 케이지 구석으로 상대를 몬 후 순식간에 연타로 의식을 끊는다.
반면 할러웨이는 가랑비에 옷 젖 듯 많은 타격을 내 상대를 무너뜨리는 볼륨 펀처다. UFC 역사상 최다 유효타 적중(3378)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정찬성과 게이치를 연달아 KO시키며 한방 파워도 보여줬다.
토푸리아는 할러웨이의 시그니처가 된 옥타곤 중앙 난타전을 요구했다. 이에 할러웨이는 어림없다고 반응했다. 그에게 토푸리아는 전 UFC 페더급-라이트급 챔피언 맥그리거와 자신을 따라하는 '카피캣'일 뿐이다. 할러웨이는 토푸리아가 "문신, 아우라, 경기에 접근하는 방식까지 전부 카피캣 수준이다"며 자격이 없다고 난타전을 거절했다.
토푸리아는 할러웨이가 "벌써 뒤로 빠지고 있다. 그가 나와 중앙에서 난타전을 하길 원하든 그렇지 않든 난 1라운드 시작하자마자 옥타곤 바닥을 손가락으로 가리킬 것이다"고 선전포고 했다. 더불어 "할러웨이가 스스로 UFC 최고의 복서를 자칭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는 말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공격의 다양성에서는 토푸리아 쪽에 무게가 쏠렸다. 복싱 싸움에서 밀린다 해도 토푸리아에겐 레슬링이란 무기가 있다. 토푸리아는 7살 때부터 그레코로만 레슬링을 수련했다. UFC에서도 테이크다운에 이은 그라운드 앤 파운드와 서브미션을 주무기 중 하나로 활용 중이다. 이를 입증하듯 토푸리아는 "타격을 제외하면 할러웨이는 발전이 없다"고 꼬집었다.
할러웨이는 토푸리아의 체력이 문제가 될 거라 내다봤다. 그는 "토푸리아가 지금까지 체력에서 상대를 앞설 수 있었던 건 경기 초반에 상대에게 대미지를 입혔기 때문이다"며 강철 내구력을 자랑하는 자신을 상대로는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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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개월만에 2명의 레전드를 정리한 일리아 토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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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만에 레전드 둘 격파, 새로운 왕국 건설할까?
기대를 모았던 승부는 떠오르는 괴물 토푸리아의 승리로 끝이 났다. 팽팽한 경기는 펀치 한방에 기울었다. 토푸리아는 카프킥과 훅으로 도전자를 공략했고, 할러웨이는 프론트 킥과 잽으로 챔피언에 대등하게 맞섰다. 하지만 3라운드 토푸리아의 길게 뻗은 오른손 펀치 한 방에 할러웨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 토푸리아는 보디와 안면에 연타를 날렸다. 그리곤 옆으로 빠지는 할러웨이를 따라 들어가 왼손 훅으로 쓰러뜨렸다. 할러웨이 커리어 최초 녹다운이었다. 이어진 토푸리아의 해머피스트에 할러웨이는 결국 의식까지 잃고 말았다. 토푸리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위대한 전 챔피언에게 경의를 표했다.
토푸리아는 "맥스 할러웨이 같은 레전드를 이기는 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일이다. 그는 내 커리어에 커다란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난 항상 내가 새로운 세대를 대표한다고 말했다. 할러웨이가 내게 보여준 모범의 작은 부분만큼이라도 새로운 세대를 위한 모범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했다. 지난 2월 토푸리아에게 챔피언 벨트를 뺏긴 볼카노프스키가 옥타곤 안으로 들어와 마주했다. 토푸리아는 "볼카노프스키와는 다시 붙게 될 것이다. 누군가 자격이 있다면 바로 그다"는 말로 도전을 받아들였다.
데이나 화이트 UFC 최고경영자(CEO) 또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볼카노프스키는 우리가 그를 필요로 할 때 언제나 응답했다. (그가 원한다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고 전 챔피언의 도전자 자격을 인정했다.
할러웨이전 승리로 인해 토푸리아는 명실상부한 페더급 최강자가 됐다. 지난 2월 볼카노프스키에 이어 이번에 할러웨이까지 10개월 만에 전설 둘을 쓰러뜨렸다. 둘 다 UFC 페더급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후보로 꼽히는 전설이다. 페더급 타이틀을 볼카노프스키는 5회, 할러웨이는 3회 방어했다. 토푸리아는 2연속 KO승으로 단숨에 역대급 라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페더급 정상대전에서 토푸리아가 새로운 왕국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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