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농구 뚜껑 열자마자 코트 점령하는 이정현
입력2024.11.03. 오후 7:24 수정2024.11.03. 오후 7:26 기사원문
'전성기 허재' 연상, 압도적 실력 과시…소노 초반 연승가도 이변 이끌어
3강 꼽혔던 KCC·KT·DB, 용병 공백으로 동반 부진
겨울 스포츠의 꽃 프로농구가 개막했다. 팀당 6~8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즌 초반이지만 그럼에도 순위표가 낯선 것은 사실이다. 10월30일까지 선두를 달린 팀은 고양 소노다. 4승 무패로 파죽의 상승세를 탔다. 비록 이후 2경기에서 패해 11월3일 현재 4승2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예상 밖의 선전이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역시 3일 현재 단독 선두로 선전 중이다. 시즌 전만 해도 하위권으로 예상되던 두 팀이 바짝 기세를 올리고 있다.
10월23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25 프로농구 부산 KCC와 고양 소노 경기. 소노 이정현이 슛 찬스를 노리고 있다 ⓒ연합뉴스
DB 로슨·KT 배스·KCC 라건아 빈자리 커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지난 시즌 3강으로 꼽혔던 부산 KCC, 수원 KT, 원주 DB의 동반 부진이다. KT와 KCC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다툰 팀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겨우 반타작 승률에 걸치며 공동 6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DB는 더 심각하다. 컵대회 우승 당시만 해도 올 시즌에 더 강해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원주 팬들의 기대감도 컸다. 아쉽게도 시즌에 들어서자 연패가 이어지고 있고 1승 4패(9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DB보다 순위가 낮은 팀은 최약체 후보였던 삼성(10위)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전문가 사이에서 올 시즌 3강으로 예측된 팀은 DB·KT·KCC다. 3팀이 주춤한 상황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바뀐 외국인 선수의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DB는 전통적으로 높이가 강한 팀이다. 지난 시즌 역시 이 부분을 앞세워 정규시즌을 제패했다. 이상범 전 감독 시절부터 DB의 고민은 김종규·강상재의 활용이었다. 주전급 토종 빅맨을 둘이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타 팀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한 조건이지만 조합이라는 부분에서 고민이 컸다.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빅맨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겠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포지션별 밸런스이기 때문이다.
김종규·강상재에 외국인 빅맨까지 함께 나서게 되면 코트가 빡빡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해결한 선수가 지난 시즌 함께했던 외국인 빅맨 디드릭 로슨이다. 신장이 크면서도 빠르며 슛이 좋고 거기에 패싱 센스까지 남달랐던지라 컨트롤타워 역할이 가능했다. DB는 로슨의 존재로 인해 난제가 해결되면서 탄탄한 조직력을 선보였고 정규시즌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현재 DB에는 로슨이 없다.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치나누 오누아쿠가 새로 영입됐지만 개인 기량을 떠나 로슨이 있을 때만큼 원활한 동선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모범생 타입이었던 로슨과 달리 오누아쿠는 예전 다른 팀에서 뛸 때와 같이 악동 행보를 반복 중이며 김주성 감독과 선수단의 소통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KT 또한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패리스 배스의 빈자리가 크다. 지난 시즌 배스는 내외곽을 오가며 전천후로 고득점을 올리던 선수였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허훈과 함께 쌍포로 활약했다. 배스가 개인 능력으로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내면서 풀어나가는 방식이 KT의 주공격 옵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배스가 없다. 허훈·하윤기 등 팀내 주축 선수들도 부상으로 신음 중이다. 워낙 선수층이 두터운 팀이기는 하지만 에이스가 빠져나간 구멍은 메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KCC는 복합적이다. DB·KT만큼 특정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라건아가 떠난 공백은 뚜렷하게 남아있다. DB 시절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불렸던 디온테 버튼은 KCC에서도 여전히 잘해 주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빅맨이 아니다. 토종 빅맨 이승현이 골밑 수비에서 분투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당초 2옵션 외국인 선수로 합류했던 타일러 데이비스가 좋지 못한 몸 상태로 퇴출당한 부분이 뼈아프다. 거기에 최준용·송교창·허웅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빠져 있다. 사실상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주역들을 전혀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정현, 토종 유일 평균 20득점대 맹활약
시즌 초반 가장 크게 웃고 있는 팀은 단연 소노다. 대회 초반 치른 4경기를 모두 잡아내며 단독 선두를 달렸고, 3일 현재 4승2패로 공동2위를 기록 중이다.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난 시즌보다 팀 전력이 훨씬 탄탄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시즌 소노는 토종 에이스 이정현이 MVP급 활약을 펼쳤지만 최종 성적 8위에 그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이정현만 잘했기 때문인데, 올 시즌은 다르다. 이정현도 잘하고 다른 선수들도 함께 잘하면서 팀이 잘나가고 있다. 이정현은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초반 4경기에서 평균 22.75(2위)득점, 4.50어시스트, 2.75리바운드, 2스틸로 전방위 활약을 펼쳤다. 토종 유일 평균 20득점대 페이스를 달리고 있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상만 없다면 올 시즌 또한 강력한 MVP 후보다.
지난 시즌 개인 성적은 MVP로 손색이 없었지만 부진한 팀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올 시즌은 팀 성적까지 따라올 공산이 크다. 각 포지션별로 든든한 지원군이 즐비하고 팀 구성 또한 이정현이 활개치기 좋게 세팅된 상태다. 지난 시즌 소노는 이정현이 막히면 경기력이 급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전성현과의 트레이드로 새로 합류한 이재도가 토종 2옵션으로서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다. 이정현에게 수비가 몰린 틈을 누구보다도 잘 이용하는 한편 이정현이 부진하거나 코트에 없을 경우 주득점원, 해결사 역할도 잘해 주고 있는 모습이다.
거기에 김진유 혼자 고군분투하던 궂은일 부문에서 새로이 영입된 정희재·최승욱 등이 함께하며 시너지 효과를 잘 내주고 있다. 새 외국인 선수 앨런 윌리엄스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공수에 걸쳐 건실한 플레이를 펼치며 팀이 원하던 부분을 제대로 채워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상윤 IB스포츠 해설위원은 "이정현은 이미 기량적으로 국내 톱클래스 수준에 올라있는 만큼 팀 성적까지 함께한다면 최고의 시즌을 보낼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국가대표 경력까지 쌓으면서 기량이 더욱 성장 중인 문정현·오재현·유기상 등도 주목할 만한 젊은 피들이다"고 말했다.
김종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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