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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기가 한참 지난 불혹의 노장이지만 크리스 와이드먼(사진 오른쪽)은 여전히 옥타곤에서 경쟁하기를 멈추지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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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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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잘나갔던 선수. UFC 미들급 파이터 '더 올 아메리칸' 크리스 와이드먼(40·미국)의 현 입지다. UFC 6대 미들급 챔피언도 지내면서 승승장구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현재는 정상권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와이드먼은 오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시 매디슨스퀘어가든(MSG)에서 있을 'UFC 309: 존스 vs 미오치치'대회에서 올해 두번째 경기를 가진다.
아쉽게도 메인카드안에 들지도 못했다. 언더카드로 전직 NFL소속 미식축구선수 출신 에릭 앤더스(37·미국)과 붙는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승부의 세계는 실력지상주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팬들은 그를 잊지않고 있다. 이는 국내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짧지만 강렬했던 임팩트 때문이다. 그의 커리어는 2015년을 중심으로 크게 갈린다. UFC 187대회까지는 그야말로 잘 나갔다. 무려 13승 무패로 무적 행진을 달렸다. 특히 2013년 UFC 162대회서부터 치른 4경기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무엇보다 의미깊은 것은 미들급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투신' 앤더슨 실바의 시대를 종결시켰다는 점이다. 상대가 없을 것 같았던 실바를 녹아웃으로 잡아내고 챔피언에 오른 후 이어진 연전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는 당시 최강자 라인을 형성하고있던 료토 마치다, 비토 벨포트까지 정리했다. 그야말로 천하통일을 이룩한 것이다.
팬과 관계자들은 와이드먼의 독주체제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와이드먼 왕국은 오래가지 못했다. 루크 락홀드와의 타이틀전에서 잘 싸우다가 이해할 수 없는 뒤돌려차기 시도 후 역전패를 허용했고 이후 요엘 로메로에게는 엄청난 플라잉 니킥까지 허용하며 하이라이트 필름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락홀드에게 커리어 첫 패를 당한 이후 지금까지 치른 10경기에서 3승 7패로 추락했다. 커리어의 전반과 후반이 이렇게까지 급격하게 차이나는 선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부상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와이드먼의 무시무시했던 전성기 포스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와이드먼은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 텀은 길지만 계속해서 옥타곤에 오르고 있다. 직전 경기에서는 4년 만에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그가 얼마나 종합 격투기를 사랑하고 승부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곧 경기를 앞두고 있는 와이드먼의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4일 영상으로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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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 와이드먼은 국내에 '인자강(인간 자체가 강하다)'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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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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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 만에 고향 뉴욕에서 싸우는 기분은 어떤가?
"솔직한 심정으로 많이 흥분된다. 오랫동안 뉴욕에선 MMA가 합법이 아니었기 때문에 싸우고 싶어도 싸울 수가 없었다. 미국에서 가장 늦게 MMA가 합법화된 지역이 뉴욕이다. 마침내 뉴욕에서 MMA가 합법화돼 가족과 친구들, 팬들 앞에서 싸울 수 있게 된 건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 정말 기대된다."
- 한국에선 당신을 '인자강(인간 자체가 강하다)'이라고 부른다. 한국 UFC 해설자가 료토 마치다전을 해설하며 당신은 그냥 인간 자체가 강하다고 했다.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정말인가? 파이터로서 그렇게 불린다는 것은 굉장히 멋진 일이다. 고맙다. 난 옥타곤에서 터프하게 모든 걸 뚫고 나가고 싶어 한다. 때론 상대에게 손을 안으로 끄덕이면서 어서 들어오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기분이 좋다. 그 명칭이 마음에 든다."
- 마치다 전에서 막판 마치다의 펀치 러쉬를 맞고 오히려 들어와보라고 손을 안으로 끄덕였다. 당시 어떤 생각을 했는가?
"난 3라운드 이후 마치다를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치다는 날 놀래켰다. 왜냐하면 솔직히 그 시점에서 난 마치다가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미치광이처럼 내게 달려들면서 투지를 보여줬다. 그래서 나는 재정비를 해야했다."
"앤더슨 실바를 스탠딩에서 이길지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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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 와이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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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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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 앤더스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준비는 잘 되었는가?
"컨디션은 좋다. 몸 상태도 건강하다. 앤더스은 굉장히 힘이 좋고, 운동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타격 파워도 강하다. 하지만 내가 MMA의 모든 영역에서 더 기술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두고 보자. 난 계속 그를 압박할 것이고 클래스의 차이를 보여주며 승부를 지배할 거다. 수준 차이가 있단 걸 제대로 보여주겠다."
- 앤더스는 완력이 좋고 한방 파워가 있다. 어떤 식으로 맞설 계획인지.
"난 항상 테이크다운 기회가 보이면 망설이지 않고 테이크다운을 들어간다. 경기 중에 그가 등을 대고 눕지 않는다면 굉장히 놀랄 거다. 하지만 언제나 경기는 스탠딩으로 시작한다. 그런 것 때문에 우선 난 그를 타격에서 두들겨야 한다. 그냥 무조건 테이크다운하려고 달려들 수는 없는 법이다."
- 직전 브루노 실바전에서 정말 오랜만에 승리를 맛봤다. 연승을 기대 할 수 있을까?
"다리가 부러진 후 복귀한 첫 경기에서 난 레그킥(기자주-타자가 타격 시 앞발을 움직이는 기술)을 찰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타바레스가 레그킥을 찰 때 다시 레그킥으로 돌려줄 수가 없었다. 힘든 경험이었다. 난 그가 경기 내내 내 다리를 노릴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건 좋은 학습 경험이었다."
그래서 수술 후 두 번째 시합인 브루누 실바전에 들어가면서는 상대가 부상당했던 다리를 집중적으로 노릴 거란 걸 알고 대비하고 들어갔다. 그래서 난 킥으로 킥을 되갚아줄 수 있었다. 보통 이게 레그킥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안이기 때문이다. 실바와의 경기에서는 바로 킥을 찰 수 있었다. 마침내 등에 매달린 원숭이를 떼어낸 기분이었고, 덕분에 정말 좋았다.(웃음)"
- 조금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겠다. 이기기는 했지만 실바전에서 '눈 찌르기'가 여러번 나와 논란이 좀 있었다.
"최악이다.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지 않다. 질문 내용처럼 나에 대해 좋지 않은 편견까지 생겨났다. 솔직히 좀 억울하다. 나는 그 전까지 아이 포크를 한 적이 없었다. 남의 눈을 찔러본 적이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브루누와의 경기에선 무려 네 번을 찔렀다. 오소독스(기자주-왼손과 왼발을 앞으로 내미는 오른손잡이 복서의 일반적 자세
)와 사우스포(기자주- 오른손과 오른발이 앞으로 나오는 스탠스, 왼손잡이가 주로 취하는 자세)가 싸웠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 오소독스와 사우스포의 차이 때문이라는 말인가?
"맞다. 반대 자세로 서면 앞손을 뻗고 몸이 그 뒤에 위치하는데 그 상태에서 손가락을 펼친다. 팔이 더 긴 파이터는 원거리를 유지하며 상대가 달려들게 해 반격하길 원한다. 그럴 때 손가락이 앞으로 나와 있어서 눈이 찔리는 거다. 난 파이터들이 이런 사태가 생기는 걸 걱정하지 않게 됐으면 좋겠다. UFC가 우리가 훈련에서 쓰는 손가락이 말려들어가게 하는 글러브를 썼으면 좋겠다. 이런 글러브를 쓰면 아이포크를 걱정하지 않으면서, 그래플링도 하고, 펀치도 날릴 수 있다. 이번 경기에 임할 때는 당연히 손가락이 펴지지 않도록 좀 더 주의를 기울일 거다."
-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그만둘 때 어떤 후회도 남기고 싶지 않다. 그런 면에서 다리 골절을 비롯한 부상들이 어쩌면 내 커리어를 연장시켜 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많이 쉬고, 경기에 나가지 않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했기 때문이다. 난 아주 오래 싸우진 못할 거다. 이제 분명 커리어의 막바지에 와 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이 일이 좋다. 아직까지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느낀다.
몸 상태도 괜찮다. 그래서 계속 하는 거다. 이제 한 번에 한 경기만 생각한다. 최고의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 UFC에서 싸우는 건 대단한 일이다. 케이지로 걸어들어가는 것 자체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영적인 측면에서 큰 도전이다. 훈련 캠프도 포함해서 말이다. 난 이 도전을 즐긴다. 은퇴하고 나면 정말 그리울 거다. 그래서 내가 여전히 할 수 있다고 느낄 때까지는 계속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와이드먼과의 인터뷰는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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