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지왕' 최동훈(25·9승)과 '유짓수' 유수영(28·14승 3패 2무효)이 제23·24호 코리안 UFC 파이터로 등극했다. 두 선수는 지난 23일(한국시간) 중국 마카오 특별행정구 갤럭시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얀 vs. 피게레도' 대회에 출격했다. 그리고 언더카드에서 진행된 UFC 아시아 등용문 'ROAD TO UFC 시즌 3'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UFC와 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최동훈은 플라이급(56.7kg) 결승에서 키루 싱 사호타(29·잉글랜드/인도)를 상대로 1라운드 2분 36초 만에 오른손 오버핸드 훅을 적중시키며 KO승을 거뒀다. 최동훈의 좋은 스텝과 카프킥에 사호타는 긴 신체조건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사호타의 파이팅 스타일은 체급에서 우월한 신장, 리치를 앞세워 유효타 싸움에서 앞서가는 방식이었다.
그럴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해진 상대는 무리할 수 밖에 없고 그틈을 타서 카운터를 치거나 더 심하게 운영형으로 흐름을 이끌어가는 게 주된 방식이었다. 최동훈 역시 경기 전부터 '신장과 리치 차이가 심해서 어떻게 파고들어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결과적으로 그런 상황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거리를 허용한 사호타는 부득이하게 근거리 타격교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최동훈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첫 오른손 오버핸드 훅은 정확히 맞지 않았지만, 두 번째 왼손 훅에 이은 오른손 오버핸드 훅이 사호타의 의식을 끊어버렸다. 파괴지왕다운 결정력이었다.
난적을 상대로 초반에 승리를 거둔 최동훈은 흥겨운 춤사위를 벌이며 승리를 자축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승리 소감을 묻자 "결승에 진출해서 이겼는데 이거 꿈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며 감격스러운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KO를 노렸다. 이렇게 큰 공격을 맞힐지는 몰랐는데 '따봉'"이라며 익살스러운 표정과 함께 엄지 손을 치켜들었다.
▲ 유수영(사진 왼쪽)은 바얼겅 제러이스를 상대로 노련한 경기운영을 보여줬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유수영은 밴텀급(61.2kg) 결승에서 바얼겅 제러이스(29·중국)에게 한 수 위의 기량을 보여주며 만장일치 판정승(30-27, 30-27, 29-28)을 거뒀다. 유수영은 1라운드 바얼겅 제러이스의 펀치 거리 바깥에 위치하며 카프킥을 차거나 펀치를 치고 빠졌다. 마음이 급해진 상대가 들어오자 카운터 싱글레그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제러이스가 간신히 일어났지만 바로 허리를 싸잡아 다시 그라운드로 끌고 가며 기선을 잡았다. 2라운드에는 굳이 무리해서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지 않고, 테이크다운 위협을 주며 타격으로 상대를 요리했다. 마지막 3라운드 패색이 짙어진 바얼겅 제러이스가 적극적으로 압박하며 테이크다운까지 성공시켰지만 경기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승리 후 유수영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내가 UFC에 왔다"고 소리쳤다. 이어 "UFC에서 활동하면서 더 성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한 명씩 이기고 올라가겠다"고 했다. 안정적인 경기 스타일상 '제2의 김동현'으로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이로써 한국은 시즌 3까지 5명의 ROAD TO UFC 우승자를 배출해내며 역대 1위 자리를 지켰다. 중국이 3명, 일본이 2명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시즌 1'에선 플라이급 박현성(29·9승), 페더급 이정영(29·11승 2패)이, '시즌 2'에선 밴텀급 이창호(30·10승 1패)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데이나 화이트의 컨텐더 시리즈(DWCS)' 계약자 고석현(31·11승 2패)까지 더해 지난 2년간 총 6명의 한국 파이터가 UFC에 입성했다.
올해 한국 UFC 계약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데이나 화이트(55·미국) UFC 최고경영자(CEO)가 다음달 14일 열릴 예정인 ZFN 대회에서 UFC 스카우트 프로그램 '루킹 포 어 파이트'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화이트 CEO의 마음을 사로 잡은 파이터가 UFC에 직행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 2체급 석권을 노리던 데이비슨 피게이레도(사진 오른쪽)의 야망은 표트르 얀에게 무너지고 말았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밴텀급은 달랐다... 피게이레도 2체급 야망 좌절시킨 얀
한편 이날 메인 이벤트에서 펼쳐진 전 UFC 챔피언들간 대결에서는 표트르 얀(31·러시아)이 승리했다. 전 UFC 밴텀급 챔피언 얀(18승 5패)은 타격과 그라운드 모든 부분에서 전 UFC 플라이급 챔피언 데이비슨 피게이레도(36·브라질)에게 한 발 앞서며 만장일치 판정승을 가져갔다.
승부를 결정지은 무기는 어퍼컷이었다. 얀은 매 라운드 간결한 어퍼컷으로 피게이레도를 두들겼다. 피게이레도 또한 대단했다. 다른 선수였다면 진작에 쓰러졌을 펀치를 계속 맞고도 초월적인 내구도로 버텨냈다. 그러나 챔피언 수준의 레벨에서 맷집과 근성만으로는 경기를 뒤집기 힘들다.
얀은 마지막까지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피게이레도가 4라운드 오른손 스트레이트 펀치로 얀을 녹다운시킨 후, 강력한 보디숏까지 맞히며 피니시를 노렸다. 하지만 얀은 노련하게 위기를 넘기고 승리를 지켜냈다. 이로써 얀은 지난 3월 송야동(26·중국)전에 이어 2연승을 기록했다.
이제 노리는 건 잃어버렸던 왕좌 탈환이다. 현재 밴텀급 챔피언 메랍 드발리쉬빌리(33·조지아)는 랭킹 2위 우마르 누르마고메도프(28·러시아)와의 타이틀 방어전을 미루고 있다. 여기에 대해 얀은 "드발리쉬빌리는 피게이레도가 타이틀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내가 밴텀급 1순위 타이틀 도전자를 이겼는데 이제 뭐라고 말할 것인가? 드발리쉬빌리와의 리매치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얀은 지난해 3월 드발리쉬빌리에게 판정패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드발리쉬빌리 역시 방법이 없게 됐다. 전 챔피언이 확실한 성적까지 가지고 붙자고하니 명분이라는 측면에서 너무 확실했다. 결국 드발리쉬빌리는 SNS를 통해 "얀, 네 도전이 마음에 든다. 내년 3월, 2년 만에 UFC 313에서 다시 붙어보자"고 답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 고배를 마신 피게이레도는 아쉽게 됐다. 두 체급 정복 도전을 앞둔 마지막 관문에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피게이레도는 체급을 올린 뒤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밴텀급 3연승을 달리며 두 번째 체급 정복에 바짝 다가섰다. 그는 지난해 브랜든 모레노(30·멕시코)와 플라이급(56.7kg) 타이틀전 4연전을 치른 끝에 챔피언 벨트를 잃고 밴텀급으로 올라왔다.
당시엔 이제 정상급 파이터로선 완전히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밴텀급에서 감량 부담이 줄어들자 다시 한번 전성기 경기력이 나왔다. 피게레도는 "장기간의 플라이급 활동은 내 몸에 커다란 부담이 됐다. 이제 새 체급에선 컨디션이 정말 좋다.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하고, 육체적으로 정말 강력하게 느껴진다"고 밴텀급 성공을 설명했다. 전 챔피언인 얀까지 이긴다면 타이틀 도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았으나 중요한 길목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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