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네일, KIA 명품 외인투수 계보 이어나갈까
입력2024.11.29. 오전 9:43 기사원문
27일 180만 달러에 재계약... 2연패 도전 핵심 플레이어, 효자 외국인투수로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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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네일은 다음 시즌도 KIA 타이거즈와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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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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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내년에도 에이스 제임스 네일(31·우투우타)과 동행한다. KIA는 27일 네일과 총액 180만 달러(계약금 40만 달러·연봉 120만 달러·옵션 20만 달러)에 재계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올시즌 네일은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149⅓이닝 12승 5패, 138탈삼진, 평균자책점 2.53(1위)으로 맹활약했다.
당초 3선발급이었으나 시즌초부터 치고나가며 짠물투구를 펼치더니 어느덧 팀내 1선발로 입지를 끌어올렸다. 특히 주무기 스위퍼는 첫 등판 때부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공의 무브먼트가 정말 뛰어나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알고도 못치는 수준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스위퍼는 변종 슬라이더로 집계되는데 네일의 공은 커브의 성격까지 짙다. 본인만의 노하우로 만들어낸 마구라고 할 수 있다.
네일은 지난 8월 24일 NC 다이노스전에서 타구에 얼굴을 맞아 턱관절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하며 수술을 받았다. 어지간한 선수 같았으면 시즌 아웃도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네일은 굉장한 투지를 보여주었다. 팬들에게 반드시 돌아온다고 약속을 한 후 이를 악물고 재활에 집중했다.
2주 뒤 홈 구장을 방문해 시구자로 나서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이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복귀를 알린 네일은 2경기에서 10⅔이닝을 던져 1승, 13탈삼진,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KIA가 네일에게 파격적으로 오른 금액에 재계약을 완료한 이유에는 이러한 부분도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져 있다. 실력에 더해 멘탈적인 부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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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경기에서 유독 존재감이 돋보였던 아킬리노 로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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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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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외인 원투펀치 2002년 리오스-키퍼, 2009년 로페즈-구톰슨
KIA는 그간 리그를 호령한 빼어난 외국인 투수를 여럿 배출했다. 시작은 2002년 다니엘 리오스, 마크 키퍼였다. 해태 시절 포함 한동안은 외국인투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1998~2000년에걸쳐 야수만 계속해서 데려왔다. 성적도 시원치 않았다. '모 아니면 도'식의 이른바 공갈포 유형 트레이시 샌더스 외에 숀 헤어, 스토니 브릭스, 에디 피어슨, 제이슨 배스, 키스 미첼, 호세 말라베, 아르키메데스 포조 등 줄줄이 실패를 거듭했다.
2001년 마티 젠슨을 시작으로 리치 루이스, 루이스 안두하 등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기 시작했지만 하나같이 시원치 않았다. 하지만 대체외인으로 데려온 좌완투수 게리 레스가 좋은 모습으로 보여주며 감을 잡았다. 처음으로 제 몫을 해준 외국인 투수였다. 결과적으로 레스는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맹위를 떨쳤다. 그를 처음 영입했던 KIA가 아닌 두산에서 터졌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KIA도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2002년 외국인투수가 그야말로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다니엘 리오스와 마크 키퍼가 그 주인공들이다. 리오스는 빠른 볼이 돋보이는 구위형 투수였으며 키퍼는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운 수싸움이 일품이었다. 토종 선발진에 김진우-최상덕까지 버티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릴만한 시즌이었지만 외국인타자 문제, 마무리 부재 등으로 인해 아쉽게도 잘 풀리지 않았다.
이후에도 홀리오 마뇽, 세스 그레이싱어 등이 뒤를 이으며 꾸준히 외국인투수 농사에서 평타 이상을 쳤다. 정점은 2009년이었다. 리오스-키퍼 이후 그만한 조합이 나오지 않았는데 아킬리노 로페즈-릭 구톰슨이라는 그 이상 가는 외인 원투펀치가 해당 시즌에 완성됐다. 로페즈는 리오스, 구톰슨은 키퍼와 비슷했다.
그간 적지 않은 외인투수 교체로 골머리를 앓던 KIA는 이때만큼은 그런 걱정없이 안정감 있는 시즌을 보낼 수 있었고 서재응, 양현종, 윤석민 등 토종 선발들과 함께 상승세를 이어간 끝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특히 로페즈의 활약은 눈부셨다. 정규시즌 29경기에서 190⅓이닝(1위)를 소화하면서 14승(공동 1위) 5패 평균자책점 3.12로 맹위를 떨쳤다.
묵직한 페스트 볼에 더해 빠르게 가라앉는 91마일짜리 싱커를 앞세워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무엇보다 이닝을 길게 가져가 주고 대부분 경기에서 5회 이상을 채운다는 점에서 안정감이 높았다. 지도자들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선발 투수감이었다. 1차전, 5차전을 선발로 등판해 모두 승리, 2승을 거뒀으며 특히 2연승 후 2연패로 팀이 벼랑 끝에 몰린 5차전에서는 완봉승을 거두었다.
압권은 7차전이었다. 이틀 전 완봉을 거뒀음에도 필요하면 등판하겠다고 자진해서 요청, 5대5 동점 상황이던 8회 초에 등판해서 1사 2루 위기상황을 막아내고 9회초를 마무리 투수 유동훈에게 넘겼다.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캐스터의 "로페즈가 나오는데요. 로페즈가 나옵니다!"라는 멘트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이 아니었다면 한국시리즈 MVP는 로페즈가 됐을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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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네일은 올시즌 KIA 타이거즈의 실질적 1선발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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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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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즈-헥터 그리고 네일, 우승 때마다 외인 에이스가 있었다
로페즈 이후 한동안 그에 근접하는 외국인 투수는 없었다. 리카르도 로드리게스, 매트 라이트, 호라시오 라미레즈, 데니스 션 홀튼, 필립 험버 등 상당수 선수가 중간에 방출되기를 반복했다. 잔혹사는 2016년 끊어졌다. 로페즈를 연상케하는 또 다른 투수 헥터 노에시가 등장했다. 로페즈와 같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에 빠른 공을 무기로 많은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유형이었다.
포심 구속이 빠르며 수평 무브먼트가 뛰어났다. 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섞어서 카운트를 잡거나 타자의 시선을 교란시키며, 결정구로 바깥쪽 포심과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졌다. 똑같은 속구를 던져도 차이를 크게 만들어낼 만큼 완급조절 능력도 뛰어났다. 전형적인 선발투수의 색채를 띈 선수라고 할 수 있었다.
사실 헥터를 영입하는 데는 로페즈의 역할도 컸다고 한다. 헥터는 KIA가 영입을 위해 수년 전부터 노력하던 선수다. 메이저리그 5시즌 동안 107경기서 12승 31패, 평균자책점 5.30의 준수한 성적을 남긴 것을 비롯 영입 당시 20대의 젊은 나이였기 때문이다. 로페즈는 중간에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을 비롯 가교역할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결과적으로 헥터 영입은 대성공이었다. 로페즈가 그렇듯 1~2선발의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해주었기 때문이다.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다소 아쉬웠다. 1차전 선발로 등판했지만 김재환, 오재일에게 연속타자 홈런을 맞는 등 6이닝 5실점(4자책)을 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5차전에서도 6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6회까지는 무실점으로 잘 잡았다. 여기까지 했으면 좋았겠지만 이후 욕심을 부리다 7회 타자를 쌓아두고 강판 된 이후 자책점이 확 올라갔다. 나름대로 이닝을 책임지며 역할을 해주었지만 실질적인 에이스였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팀은 우승했고 당시 부진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전에 잘한 것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감기몸살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헥터 시대 이후 다시금 외국인 투수는 팀내 고민거리가 됐다. 제이콥 터너, 조 윌랜드, 애런 브룩스, 드류 가뇽, 다니엘 멩덴, 로니 윌리엄스, 숀 앤더슨, 아도니스 메디나 등 누구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올 시즌 네일이 등장했고 당분간 외인 에이스 걱정은 덜게 됐다. 실력에 더해 인성까지 좋다는 평가가 많아 팀과 팬들의 신뢰가 높다. 과연 네일은 로페즈-헥터의 뒤를 이어 자신의 시대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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