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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 김택연, KBO 마무리 레전드 계보 이어갈까?

야구

by 멍뭉큐라덕션 2024. 11. 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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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 김택연, KBO 마무리 레전드 계보 이어갈까?

입력2024.11.30. 오후 8:55 기사원문

강력한 구위형 클로저, 오승환을 연상시키는 빅 유망주

김택연은 첫시즌부터 두산의 클로저 자리를 꿰찼다.
ⓒ 두산 베어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팀의 전력을 가늠함에 있어서 좋은 투수의 존재는 너무나도 절대적이다. 아무리 타선이 강해도 최대한 실점을 적게 허용해야 이길 수 있는 것이 야구경기다. 그런 점에서 확실한 마무리 투수는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다. 경기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투수이기 때문이다. 마무리 투수가 무너지면 경기도 무너진다. 스토퍼, 수호신, 소방수라는 애칭이 따라붙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올해로 출범 42년을 맞았던 KBO리그에서는 그간 쟁쟁한 소방수들이 팀의 뒷문을 지켰다. 1980년대 권영호(삼성), 김용수(MBC), 1990년대 선동열(해태), 조규제(쌍방울), 구대성(한화),이상훈(LG), 임창용(해태/삼성), 2000년대 진필중(두산), 조용준(현대/히어로즈), 정대현(SK), 오승환(삼성), 손승락(넥센), 2010년대 정우람(한화), 정재훈(두산), 이용찬(두산) 등이 대표적이다.

2020년대 들어서는 서진용(SSG), 정해영(KIA), 김원중(롯데), 박영현(KT)등이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빠져서는 안될 이름이 하나 있으니 다름아닌 이번에 신인왕을 수상한 '아기곰' 김택연(19·우투우타)이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번으로 지명받은 그는 높은 순번에 걸맞게 금세 두각을 드러내며 두산의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60경기에서 65이닝을 소화한 가운데 3승 2패 19세이브(8위) 4홀드 78탈삼진으로 맹활약했다. 평균자책점 2.08은 세이브 10위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시즌 내내 위력적인 모습을 보인 끝에 신인상을 수상했는데 유효표 101표 중 93표(득표율 92.08%)를 받아 신인상 최다 득표수 기록을 세우며 한화 이글스 황영묵(3표)을 여유 있게 제쳤다. 더불어 2006년 나승현의 17세이브를 뛰어넘어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까지 세웠다. 화수분 두산의 미래를 책임질 특급 소방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선동열, 임창용, 구대성, 오승환…, 리그를 뒤흔들었던 특급 마무리들

KBO 마무리 투수 역사를 얘기함에 있어서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61·우투우타)이라는 이름은 일종의 '대명사'로 통한다. '선동열이 불펜에서 몸만 풀어도 상대팀이 경기를 포기했다'는 말이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존재 자체만으로 두려움을 주는 투수였다. 선발투수로 뛸 때나, 마무리로 뛸 때나 이정도 포스를 보여준 선수는 전무후무하다는 평가다.

그가 한창 활약하던 시기에는 140km중반만 던져도 강속구 투수로 분류됐다. 그런 상황에서 150km를 넘어가는 패스트 볼과 130km대 슬라이더를 던져 그야말로 언터처블이었다. 특히 그의 슬라이더는 KBO 역대 최고의 변화구로 꼽힌다. 밖으로 많이 휘어지며 멀어지는 슬라이더, 타자 앞에서 횡으로 빠르게 변하는 슬라이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듯이 낙차가 큰 슬라이더 이 세가지를 섞어 던졌다.

다수의 0점대 평균자책점 시즌에, 통산 평균자책점이 1.20이다는 점이 선동열의 위엄을 말해준다. 역대 최고 선발투수이자 마무리투수였다. 선동열이 일본으로 떠난 후에도 해태는 뒷문 걱정이 없었다. 특급 사이드암 투수 '창드래곤' 임창용(48·우사우타)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빠른 공을 앞세워 탈삼진을 양산해내는 옆구리 파이어볼러로,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패스트볼을 던진 선수 중 한 명이다. 특유의 무브먼트가 돋보였던 그의 직구는 빠르면서도 변화가 심했다. 150km중후반대를 넘나들면서도 흔들리면서 들어갔던지라 정타를 맞추기가 까다로웠다.

그만큼 한창때 임창용의 가치는 높았다. 삼성이 해태로부터 그를 데려오기 위해 양준혁, 황두성, 곽채진에다가 거액의 현금까지 쏟아부었을 정도다. 임창용의 최고 메리트 중 하나는 잘 던지면서도 오래 많이 투구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오죽하면 삼성 시절 별명이 '애니콜'이었겠는가. 그렇게 던져댔음에도 큰 부상없이 선수로서 롱런했다.

거기에 버금가는 내구성을 가진 또 다른 마무리 레전드가 있으니 다름 아닌 '대성불패' 구대성(55·좌투좌타)이다. 현역 시절 이글스 역사상 유일한 우승인 1999년 한국시리즈에서 MVP를 수상한 것을 비롯 KBO 역사상 단 두 명만이 해낸 투수 4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최초로 세운 인물이다. 임창용이 그랬듯 단순한 1이닝이 아닌 2~3이닝도 수시로 책임졌다. 전형적인 '중무리'였다.

상대 타자에게 등을 보인 채로 와인드업해 공을 던지는 기묘한 폼이 트레이드마크였다. '디셉션(Deception)'이 좋은 선수로 공 릴리즈까지 걸리는 시간도 매우 짧아서 구종 파악에도 힘이 들며, 공을 치는 타자 역시 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아서 치기 어려운 폼으로 정평났다.

사실 마무리 한정으로 본다면 '끝판 대장' 오승환(42·우투우타)을 최고의 클로저로 꼽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커리어 내내 마무리 투수로 뛰며 한국, 일본, 미국에서 모두 가치를 증명했다. 선동열 감독에 의해서 발굴되어 키워진 후 삼성의 5번의 우승에 기여한 것을 비롯 국내 투수 중 유일하게 리그 400세이브와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를 달성한 레전드다.

'돌직구'라는 평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이 워낙 무거워 데뷔 초 140km중후반대 직구만으로도 리그를 평정한바 있으며 이후 150km중반까지 구속이 올라가며 해외 무대까지 호령했다. 패스트볼의 회전수가 매우 많아 정타를 때렸다 싶은 순간에도 공이 먹히거나 빗맞는 경우가 허다해 상대 타자들을 한숨 짓게 만들었다.

제2의 오승환으로 불리는 김택연
ⓒ 두산 베어스

김택연에게서 오승환의 향기가 난다

김택연은 프로 지명 전부터 적지 않은 야구인들 사이에서 '범상치 않은 재능'으로 주목받았다. 최강야구 김성근 감독이 전력분석을 위해 인천고와 경북고의 고교 야구 경기를 보러왔다가 "공의 회전도 좋고, 구력도 좋아 보인다. 변화구도 괜찮다. 공 스피드 역시 훌륭하다. 폼도 안정된 편이다. 고등학교 수준의 선수치고는 아주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메이저리거 출신 김선우 해설위원 또한 프로 데뷔 후 그의 피칭을 보고는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키워야 할 대형 자원이다. 기본적으로 완성형 투수, 즉시 전력감이다. 공을 찍어 누르는 게 타고 났다"고 말했다. 이는 현실이 됐다. 앞서 언급한 대로 데뷔시즌 팀의 마무리투수를 꿰찼고 고졸 신인 최다세이브 기록을 세우며 최다득표기록으로 신인왕까지 수상했다.

김택연은 평균 구속 148km, 최고 구속 155km에 달하는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로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유형의 파워피처다. 거기에 130km대 초중반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120km대 초반의 커브, 130km대 후반의 포크볼까지 구사한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제외한 구종들은 아직 구사율이 높은 편은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투피치에 가깝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패스트볼 구사율이 70%를 넘어갈 정도로 압도적인 패스트볼 위주의 투수다.

이제 첫 시즌을 보냈음에도 적지 않은 이들이 김택연을 '제2의 오승환'으로 주목하고 있다. 묵직한 구위로 타자들을 힘으로 압도하는 모습이 닮아있는 이유가 크다. 비슷한 구속으로 던져도 다른 투수과 무게감이 다르다. 레전드 포수이자 팀 선배 양의지는 "갓 고교를 졸업한 선수 같지 않다. 자기 공을 오승환 형처럼 그냥 자신 있게 꽂아넣는 게 보인다. 최근 본 신인 중 최고 투수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더 큰 무대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로 김택연을 설명했다.

이승엽 감독 또한 "체력, 템포, 제구력 모두 좋아서 선발과 구원 어느 위치에서나 잘할 수 있는 투수다. 오승환 못지않은 선수로 성장할 것 같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 1군 투수코치,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 등도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다'며 호평을 한 바 있다. 김택연이 국내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마무리투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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