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어빙, 돈치치와는 잘맞을까?
기사입력 2023.02.07. 오전 06:01 최종수정 2023.02.07. 오전 06:01
테크니션+테크니션! 예상치못한 ‘원투펀치’가 탄생했다. 브루클린 네츠에서 트레이드 요구로 물의를 일으킨 카이리 어빙(31‧188cm)의 행선지가 댈러스 매버릭스로 최종 결정됐다. 어빙의 전 소속팀 브루클린은 어빙과 마키프 모리스를 댈러스로 보내는 대신 스펜서 딘위디, 도리안 핀리 스미스에 더해 2029년 1라운드 지명권, 2027·2029년 2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어빙의 이름값, 기량 등을 감안했을 때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어차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이상 더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었던 상황이다. 올시즌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 어빙은 꼭 필요한 전력이었지만 거듭된 돌발행동으로 팀 분위기 전체를 망치는 그와 계속된 동행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시즌후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점까지 감안했을 때 빠른 이별이 최선이었다는 분석이다.
2011 NBA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받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빙은 재능에서만큼은 확실한 인정을 받고있다. 현시대를 넘어 역대급으로 인정받고있는 드리블 스킬에 내외곽을 오가며 다양한 스타일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전천후 테크니션이다. 기본적으로 볼핸들링에 있어서 최고 수준인지라 거기서 창출되는 옵션이 상당히 많다.
화려하면서도 낮고 빠른 드리블을 통해 입맛대로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데 거기에 다양한 페이크 동작까지 섞어쓰게 되면 그를 막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워진다. 유연하고 민첩하고 밸런스까지 좋아 '이 상황에서 저런 플레이가 가능해?'라는 탄성이 터져나올 정도로 창의적인 공격을 마구 쏟아낸다.
지척에서 대놓고 더블팀이 붙어도 전혀 흔들리지않고 빠른 드리블과 훼이크 동작만으로 이를 뚫어내는가하면 때로는 큰동작으로 드리블을 치며 시원시원하게 적진을 깊숙이 갈라버린다.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순간에도 볼핸들링은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드리블의 마법사같은 모습을 보이는지라 그를 막아서는 수비수 입장에서는 다음 수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때로는 뻔한 공격에 허무하게 실점을 허용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른 선수같으면 당하지 않을 공격도 어빙이기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쉬운 찬스도 헌납하고 만다. 들어갈 듯 말 듯 하다가 멈춰서서 쏘는 스톱 점프슛이나 패스를 줄 것처럼 하다가 그대로 올려놓는 슛은 그를 대표하는 장기중 하나다.
거기에 더해 3점 라인 밖에서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움찔하며 크게 반응하는지라 유유히 외곽슛을 적중시키기도 한다. 다소 늦었다싶은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림에 공을 올려놓을 정도로 손끝감각도 좋다. 주 포지션이 포인트가드이면서도 '동료들을 살려주기보다는 자신의 공격을 먼저본다', '드리블을 너무 오래가져간다'는 등의 혹평도 있지만 경기에 집중하는 어빙 앞에서는 크게 의미없는 평가일 수도 있다.
헤비 볼핸들러가 단점을 자주 지적받는 경우는 볼을 오래 소유하면서도 이른바 가성비가 나쁘게 나올 경우다. 반면 어빙같은 경우는 다르다. 아무리 강력한 상대 수비진의 압박도 볼키핑으로 버틸 수 있는지라 쉽게 더블팀을 유도하고 동료들에게 쉬운 찬스를 열어주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더블팀을 몰고다니고 그것을 깰 수 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아군 쪽에 잦은 노마크 찬스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상대팀에서 이를 의식하고 대비해도 순간적으로 제대로된 패스만 몇번 돌아도 수비진은 쉽게 흔들리고 만다. 정상급 볼핸들러를 가진 팀만이 누릴 수 있는 파생효과다. 사이즈를 타고나거나 미친 듯이 빠르지도 힘이 좋은 것도 아니지만 특급 드리블 스킬을 앞세워 원하는데로 공격을 펼칠 수 있는 선수는 리그 전체로 봐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능력을 앞세워 올시즌 40경기에서 평균 27.1득점, 5.3어시스트, 5.1리바운드, 1스틸로 활약중이다.
이렇듯 자유자재로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고 경기 흐름을 쥐락펴락하는 어빙이지만 정작 경기장 바깥에서는 이러한 영리한 플레이가 되지않는 듯 하다. 외려 각종 각종 말실수나 기행 등으로 말미암아 선수로서의 화려한 플레이마저 빛이 바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코트안에서는 테크니션, 코트밖에서는 사고뭉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가는 곳마다 구단과 좋지않게 이별하고 말았던 어빙이 댈러스와는 어떤 인연을 쌓을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댈러스는 물론 어빙 입장에서도 끝까지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게 최상이고 현재는 그런 마음이겠지만 그러기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어빙같은 경우 남은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트러블 메이커’이미지를 벗을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전성기 기량을 유지할 수는 없는지라 계속해서 팀, 동료들과 악연을 쌓아가다보면 기량이 예전같지않다고 판단될 경우 비참하게 버려질 수도 있다. 자신이 그동안 벌인 짓이 그대로 독이 되어 돌아올 공산이 크다.
어빙은 그간 여러팀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클리블랜드에는 르브론 제임스, 브루클린에는 제임스 하든, 케빈 듀란트가 있었으며 새로운 둥지인 댈러스에는 루카 돈치치(23‧201cm)가 버티고 있다. 올시즌 47경기에서 평균 33.4득점(공동 1위), 8.2어시스트, 8.9리바운드, 1.5스틸을 기록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리그 최고의 선수로 떠오르고있는 젊은 에이스다.
운동능력이 돋보이는 선수는 아니지만 특유의 BQ를 앞세운 다재다능함이 빛나는 특급 테크니션이다. 어빙처럼 기술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며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지만 주 포지션이 포인트가드라는 점도 비슷하다. 볼을 오래가지고 플레이하는 유형이라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는데 서로간 어떻게 합을 맞춰가느냐에 따라 원투펀치의 위력 역시 달라질 공산이 크다. 갈수록 주변의 신뢰를 잃고있는 어빙이 댈러스에서는 반전의 기회를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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