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커리가 KBL에 온다면 우승 가능? 불가능?
기사입력 2023.02.24. 오전 11:52 최종수정 2023.02.24. 오전 11:54
최근 농구 팬분들로부터 여러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최근 KBL팬들 사이에서 NBA스타 스테판 커리가 국내리그 하위권팀으로 온다면 우승을 시킬수 있을까?’라는 논쟁이 한창 뜨거운데 기사로 다뤄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다수의 농구관련 커뮤니티를 살펴보니 예상보다도 더 핫한 분위기였다.
스포츠에서 ‘만약에 ㅇㅇ했다면?’등의 주제는 팬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라면 어디서든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관심을 키우는 것이 커뮤니티의 매력이기도 하다. 모 해설위원의 발언에서부터 불씨가 붙은 것으로 알려진 커리 논쟁은 KBL의 특성을 관통하는 화두라는 점에서 곱씹어볼만한 주제다.
국내리그에서 각팀 전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외국인선수다. ‘해당 시즌 성적 여부는 외국인선수 농사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을만큼 비중이 높다. 실제로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KBL 역대 우승팀을 보면 외국인선수가 약했던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일단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변하지않는 팩트가 하나 있다. ‘외국인선수는 무조건 골밑사수가 먼저다’는 사실이다.
어찌보면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외국인선수 제도가 생겨난 부분도 있다. 외국인선수 없이 경기를 치를 경우 서장훈, 김주성 급 빅맨을 보유한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전력 차이는 변수를 기대하기 힘들만큼 확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선수가 골밑에서 중심 역할을 해주었기에 어느 정도 비슷한 입장에서 경쟁이 가능했다.
물론 그간 KBL을 호령한 외국인선수들이 모두 빅맨이었던 것은 아니다. 화려한 플레이가 돋보였던 테크니션 야전사령관도 여럿 있었고 전문슈터에 더해 수비 등 궂은 일이 돋보이던 살림꾼형 가드도 존재했다. 신장은 좋았지만 골밑보다는 외곽을 돌며 슈팅을 즐기던 이른바 빅윙 스타일도 적지않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러한 선수는 대부분 2인 출전시에 자주 보였다는 사실이다. 1인 출전제가 되면서 대부분 포스트형 외국인선수 위주로 돌아갔다. 팀내에 즉시 전력감 토종 장신 자원이 여럿 있지않는한 내외곽을 오가는 포워드 스타일도 조심스럽기만 했다. 그러한 포워드형 외국인선수 조차 어느 정도의 높이와 골밑에서 버틸 수 있는 이른바 몸빵은 필수다.
스테판 커리(34‧188cm)가 논쟁의 요소로 언급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단 커리의 기량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NBA에서도 현역 최고를 넘어 역대급 선수로 평가받고있는 슈퍼스타에 대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문제는 그는 전형적인 가드라는 점이다. KBL특성상 첫 번째로 원하는 외국인선수 유형은 빅맨이라는 점에서 환영받지못하는 포지션이기는 하다.
물론 갈수록 포지션별로 대형화가 이뤄지는 추세에서 어지간한 포워드 못지 않은 사이즈를 갖춘 가드도 있다. 아쉽게도 커리는 그러한 과는 아니다. 신장도 190cm가 되지못하거니와 키는 작지만 덩치와 힘으로 장신자들과 맞서는 타입과도 거리가 멀다. 순발력, 센스, 슈팅능력 등을 통해 게임을 지휘하고 득점을 주도하는 공격형 포인트가드다.
공격력은 무조건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외국인선수가 골밑득점 위주로 활약해주는게 최상이지만 대상이 NBA 득점왕 출신의 커리라면 별반 의미가 없다. 수비 괴물들이 가득한 리그에서 최상급 공격수로 명성을 떨친바 있는지라 아무리 외곽 위주의 슈터 타입이라고 해도 KBL의 수비가 묶어놓을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리그차이를 감안했을 때 무시무시한 돌파와 미들라인에서의 다양한 플레이도 기대된다. 적어도 공격력과 어시스트, 공간창출 등 그로인해 파생되는 효과는 엄청날 것이 분명하다. 일대일로 그를 막아설 수 있는 선수가 아무도 그려지지 않는다. 매경기 더블팀을 달고 다니면서도 고득점을 쏟아내는 광경이 연상된다. 어떤 포지션의 선수건, 상대 사이즈가 얼마나 되건 고득점을 올리는데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않을 것이다.
문제는 수비다. 논쟁이 일어나는것도 바로 이부분 때문이다. 순수하게 기량적인 부분에서야 대적할 상대가 없겠지만 농구에는 포지션이라는게 존재한다. 아무리 커리라해도 자신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2m대 빅맨들이 몸으로 부딪혀가면서 플레이하게되면 고전할 수밖에 없다. 높은 타점에서 던지는 슛을 건드리는 것 조차 힘들거니와 잠깐의 몸싸움에도 적지않은 데미지가 들어갈수 있다.
‘그래도 NBA에서 엄청난 선수들을 수비해본 경험이 있는데…’라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겠으나 NBA시절 나쁘지않은 수비력을 지녔다고 평가되던 론데 홀리스 제퍼슨(28‧198cm)이 하드웨어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전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부분도 절대적인 기준은 되지 못한다. 때문에 이러한 가정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감독으로서 SK 전성기를 이끌었던 문경은 KBL 기술위원장은 “농구라는 종목 자체가 워낙 변수가 많은지라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내가 감독이라면 커리를 택하지 않겠다. 좋은 선수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있지만 KBL에서 골밑싸움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맞지않다. 골밑싸움이라하면 단순히 득점만을 말하지 않는다. 리바운드, 블록슛, 몸싸움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경기의 흐름 자체가 바뀔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더불어 “헤인즈 얘기를 꺼내는 분들도 있겠으나 다들 아시다시피 헤인즈는 몸은 좀 얇아도 나름 장신이었다. 더불어 팀내 토종 장신 선수가 많이 준비되어있는 상황에서 호흡을 맞춘 부분도 크다. 전제를 하위권팀으로하면 수비에 능한 장신자도 많지 않을 듯 싶은데 그러면 더더욱 힘들어진다. 하지만 대상이 르브론 제임스라면 당장 데려오고싶다”며 위트있게 멘트를 마무리지었다.
다른 의견도 있었다. 신기성 SPOTV 해설위원은 “아무리 NBA 스타라고해도 180cm대 가드가 팀을 우승으로 이끌만큼 KBL이 만만한 리그는 아니다. 하지만 상대가 전포지션을 통틀어 역대 10위권을 넘볼만한 커리라면 상황이 조금 다를 수도 있을 듯 싶다. 골밑 싸움에서 어려움은 있겠지만 다른 부분에서 미스매치를 만들어내 화력전으로 상대팀을 압살하는 그림도 그려진다. 어떻게 팀 구성과 전략을 가져가느냐의 문제인데 커리라면 충분히 승부수를 던질만하다고 생각한다”며 우승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이같은 논쟁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팬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열기가 식지않고 있다. 그간 상당수 NBA출신 외국인선수들이 KBL을 오갔고 성공한 선수도 있었지만 실패한 케이스도 적지않다. 때문에 NBA출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경도 사라졌으며 KBL이 결코 만만치않은 리그다는 것도 어느 정도 증명됐다. 다만 그럼에도 논쟁이 가열되는데는 커리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도 크다는 분석이다.
농구팬 이호택(47‧서울)씨는 “논쟁이 끝없이 이어지다보니 지겹다는 분들도 계시고 KBL을 비하하지말라며 정색하는 의견도 보인다. 개인적으로 인신공격만 오가지 않는다면 이런 식의 의견교환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NBA같은 경우 수십년전 이야기를 가지고도 불이 붙지않는가. 이런 주제가 자주 나와서 팬들끼리 건전하고 즐거운 소통을 이어가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싶다”고 말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최서진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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