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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기회 맞은 듀란트, 우승 청부사로 위치 격상?

농구/NBA

by 멍뭉큐라덕션 2023. 3. 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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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기회 맞은 듀란트, 우승 청부사로 위치 격상?

기사입력 2023.03.09. 오후 04:01 최종수정 2023.03.09. 오후 04:01

‘KD’ 케빈 듀란트(34‧208cm)는 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 등과 함께 현 NBA를 상징하는 간판 스타 중 한명이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NBA 무대를 밟은 이래 꾸준하고 기복없는 경기력을 통해 가장 믿을 수 있는 스윙맨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현시대는 물론이거니와 역대 최고의 스몰포워드를 거론해도 이름이 언급될만한 위치까지 올라섰다.

국내팬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별명으로 불리우며 상당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깡마른 몸으로 엄청난 득점력을 보여준다고해서 초창기에는 ‘난민 간지’로 통했으나 이후 활약상이 이어지자 ‘지구방위대 에이스’, ‘지구 1옵션’등으로 격상됐다. ‘듀랭이’라는 친근한 애칭도 자주 쓰인다.

리그 대표 스몰포워드답게 듀란트의 커리어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정규시즌 MVP(1회), 파이널MVP(2회), 올스타전 MVP(2회), 라이징 스타 챌린지 MVP, 득점왕(4회), 신인왕 등 굵고 다양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사이즈, 운동능력, 슈팅력, 수비력 등 3번 스윙맨이 갖춰야할 모든 것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접적으로 리그내 위상과 관련은 없을 수도 있겠지만 3회연속 올림픽 금메달, 2010년 세계 선수권 대회 MVP, FIBA 선정 올림픽 MVP 등도 그의 커리어를 한층 빛나게 해주는 요소중 하나다.

아쉬운 것은 실력 대비 주인공 이미지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포지션에서 리그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기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배자, 캡틴, 히어로 등을 논할 때 자주 거론되는 이름은 아니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탑 클래스급 밸런스를 자랑하며 꾸준함까지 이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대목이다.

여기에는 프랜차이즈 유무, 외모, 코트밖 언행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언급되고 있지만 동시대에 르브론과 커리라는 엄청난 거물이 존재했던 탓도 크다. 특히 커리같은 경우 비슷하게 커리어를 이어가나 했지만 숙원이었던 파이널 MVP까지 추가하며 듀란트보다 위에 올라섰다는게 중론이다. 르브론이야 무시무시한 누적기록을 쌓아나가며 역대 1위를 욕심내는 상황인지라 커리, 듀란트를 포함해 누가 와도 넘어서기 힘든 존재가 됐다.

거기에 더해 듀란트는 빼어난 기량에 비해 스토리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어차피 정상권에서 경쟁하며 역대급 선수로 이름이 남을 선수들의 실력 차이는 크지 않다. 일장일단이 있는지라 뚜렷하게 우열을 나누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후는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스토리가 중요한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다. 이미지까지 업그레이드시키며 선수에 대한 평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마이클 조던이 부동의 ‘농구 황제’로 평가받는 배경에는 실력과 성적 외에 직간접적으로 만들어진 영웅신화 또한 많은 영향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스토리적인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프랜차이즈 스타 혹은 특정팀에서 오랫동안 전성기를 보낸 선수가 유리한 점이 많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해도 사람들은 성장 스토리를 좋아한다. 동료들과 함께 어려움과 싸워나가며 정상을 향해 부딪혀가는 과정을 겪다보면 수없이 많은 이야깃거리가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조던을 비롯해 매직 존슨, 래리 버드 등은 그 정점에서 활약한 선수들이며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레지 밀러, 존 스탁턴 등은 해당팀의 심장이자 무관의 제왕으로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커리 또한 ‘현대 농구의 트랜드를 주도한 사나이’, ‘미스매치의 개념을 바꾼 플레이어’ 등으로 불리며 영원히 잊어지지 않을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그의 존재로 인해 소속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역시 신흥명문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고 팀 역사를 언급할 때마다 커리의 이름이 첫장에 나올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스토리다.

그런 점에서 듀란트는 많이 불리하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미래로 불리며 2011~12시즌 팀을 파이널로 이끌 때까지만 해도 르브론을 이어 리그를 지배할 준비된 슈퍼스타로 불렸지만 이후 골든스테이트, 브루클린 네츠 등 우승하기 편한 팀만 찾아서 옮겨다닌다는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골든스테이트에서 2번의 우승을 차지하고 파이널 MVP까지 거머쥐었으나 그를 왕조의 1인자로 평가하는 이들은 많지않았다. 외려 기존 멤버들과의 불화설만 나돌며 흡사 용병같은 느낌까지 노출했다. 어느팀을 가도 자신이 1인자가 되어 팀을 휘어잡는 르브론과는 여러가지로 차이를 보였다.

때문에 듀란트에게는 '농구만 잘할뿐 에이스로서의 포스나 캡틴 기질 등이 부족하다'는 혹평도 적지않게 쏟아졌는데 그런 면에서 브루클린 시절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제임스 하든, 카이리 어빙 등과 함께 역대급 빅3를 구축했던지라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었을 뿐더러 골든스테이트처럼 터줏대감들이 버티고있는 팀도 아니여서 코트 안팎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자신을 둘러싼 혹평을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했다.

아쉽게도 듀란트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브루클린은 어빙의 돌출 행동에 시즌내내 골치를 썩혀야했고 그 과정에서 하든 마저 떠나버렸다. 어빙은 새로운 시즌에 들어와서도 악동 짓을 멈추지않았는데 듀란트는 이를 제지하기는 커녕 동조하는듯한 모습까지 보여주며 팬들을 실망시켰다.

어빙까지 팀을 떠난 이후 듀란트의 행보에 대해서 뜨거운 시선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간 높은 몸값에 비해 제대로 공헌도를 못가져갔던지라 떠날 때 떠나더라도 브루클린을 우승으로 이끌며 아름다운 이별을 할 것인가. 혹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더 강한 팀을 찾아 떠날 것인가를 두고 온갖 루머와 예측이 난무했다.

만약 전자를 현실로 이루어냈다면 듀란트의 이미지나 커리어는 엄청나게 달라졌겠지만 역시나그의 선택은 흔들리는 배를 떠나 다른 튼튼한 배로 옮겨타는 것이었다. 새로이 옮긴 팀은 본인이 가기 전부터 이미 강팀이었던 피닉스 선즈였다. 과거 골든스테이트가 그랬듯 듀란트가 가세함으로서 선즈는 더더욱 두텁고 강한 전력을 보유하게 됐다. 우승확률도 자연스레 올라갔다.

선수로서 듀란트의 최대 장점은 어떤 조합에 들어가도 무던하게 녹아들며 금세 주포로 자리매김한다는 사실이다. 동포지션 최고 수준의 사이즈에 운동능력, 기동성 등 여러부분에서 평균이상이고 매우 안정적인 슈팅력을 갖추고있는 이유가 크다. 거기에 볼을 오래가지고 플레이하기보다는 간결하게 공격을 가져가는지라 동료들과의 합이 좋을 수밖에 없다.

나이를 먹어서 신체능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꾸준히 제몫을 하며 롱런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거기에 수비 또한 상위 클래스인지라 선수로서의 효율성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팀 피닉스에서도 이러한 ‘듀란트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 모습이다. 구태여 공격 시도를 많이 가져가지 않으면서도 이러저리 돌아다니는 것 만으로도 상대 수비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으며 자신에 대한 수비가 거세진다 싶으면 무리하지않고 바로바로 볼을 빼준다. 본래부터 피닉스에 있던 선수마냥 잘 녹아들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피닉스는 오랜 세월 동안 단 한번도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팀이다. 그런 팀에서 듀란트가 제대로 활약해서 우승을 이끌 수 있다면 여러가지로 얻는게 많아진다. 피닉스에서 얼마나 오래 활약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다른 팀에서 세운 업적보다 더 큰 평가를 받고 구단 역사에 제대로 이름을 올릴 기회다. 실력에 비해 캐릭터가 아쉬운 듀란트가 기회의 땅 피닉스에서 우승청부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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