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크의 파트너가 웨버였다면 어땠을까?
기사입력 2023.03.09. 오전 07:01 최종수정 2023.03.09. 오전 07:01
트윈 타워, 강팀 도약의 유리한 조건②
비록 제대로 결말을 보지못하고 끝나고 말았지만 휴스턴 로키츠의 더블포스트 시스템은 NBA 내 다른 팀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랄프 샘슨(62‧224cm), 하킴 올라주원(60‧213cm)만큼의 조합은 어렵겠지만 4, 5번의 높이를 최대한 끌어올려 포스트에서 경쟁력을 가져가고자하는 노력이 이어졌다. 지금의 시선으로보면 그다지 신선한 시도랄 것도 없지만 각 포지션별 선수 구성이 엄격하게 돌아갔던 당시에는 나름 파격적이었다.
대표적인 팀이 뉴욕 닉스였다. 휴스턴이 198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하킴 올라주원을 1순위로 지명하면서 강팀의 초석을 다진 것과 마찬가지로 1985년 뉴욕에게도 비슷한 기회가 찾아온다.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게된 것인데 당시 뉴욕의 선택은 볼것도 없이 ‘킹콩' 패트릭 유잉(60‧213cm)이었다.
조지타운대의 괴물로 명성이 높았던 유잉은 거기에 걸맞게 대학 무대를 평정하다시피하고 드래프트에 참여했다. 워낙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했던지라 '유잉 드래프트'라는 말까지 따라붙을 정도였다. 뉴욕이 아닌 어느 팀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열에 아홉은 유잉을 선택했을 것이다.
원하던 유잉을 품에 안으면서 뉴욕은 휴스턴 못지않은 트윈 타워를 꿈꿨다. 기동력과 다재다능함에서 앞서는 유잉을 파워포워드로 돌려 주전 센터였던 빌 카트라이트(65‧216cm)와 호흡을 맞추게 한 것이다. 사실 카트라이트가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유잉과 제대로 호흡을 맞췄다면 뉴욕의 트윈타워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샘슨, 올라주원, 유잉만큼은 아닐지라도 카트라이트 역시 197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뽑혔을만큼 가능성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았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충실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득점, 리바운드에서 꾸준하게 공헌하였으며 어떤 역할을 시켜도 어지간하면 불만을 드러내지않고 묵묵히 따르는 성향의 소유자였다. 이런저런 조합을 맞춰나가기에 좋은 유형이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루키 시즌 올스타에 뽑힌 것을 비롯 2년차때까지 2년연속 20점대 득점을 기록했고 이후에도 꾸준하게 활약해주던 카트라이트는 정작 최고의 지원군 유잉이 입단한 뒤 큰 부상을 당하며 기량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1988년 시카고 불스로 트레이드되고 만다.
1992년 당시 신생팀에 가까웠던 올랜도 매직은 신인드래프트에서 ’공룡 센터‘ 샤킬오닐(51‧216cm)을 1순위로 지명하며 돌풍을 예고한다. 오닐은 이제까지 활약했던 상당수 센터와는 또 다른 느낌의 빅맨이었다. 플레이 스타일 자체는 다소 투박했으나 체격과 힘에서 다른 빅맨들을 압도했던지라 리그에 새로운 혁명을 불러일으킬 것이다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때문에 많은 팬과 관계자들은 다음해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까지 가지고있던 올랜도가 오닐의 파트너로 누구를 선택할지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런 가운데 미시간 대학교 출신 전천후 테크니션 ’C-Webb‘ 크리스 웨버(50‧208cm)를 지명하자 ’샘슨과 올라주원을 이을 새로운 트윈타워가 탄생했다‘며 흥분에 들뜬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물론 이는 아주 잠깐에 불과했다. 웨버는 지명되기 무섭게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3순위로 뽑은 장신가드 앤퍼니 하더웨이(51‧201cm)와 곧바로 트레이드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당시 올랜도의 선택은 나쁘지않았다. 오닐과 하더웨이 조합은 최고의 센터-가드 콤비로서 짧은 시간에 올랜도를 강팀의 반열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더블팀 정도는 혼자서 몸싸움으로 박살내버리던 오닐임을 감안했을 때 구태여 강력한 골밑 파트너는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호레이스 그랜트(57‧208cm)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당시 올랜도의 골밑은 어떤 팀에도 뒤지지 않았다. 더불어 체구에 비해 느리지않다고는 하지만 오닐은 하킴 올라주원, 데이비드 로빈슨같은 선수들과 비교하면 기동성, 활동범위 등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잘맞는 파트너가 아니면 오히려 장점보다 단점만 부각될 우려도 컸다. 물론 함께하는 4번이 웨버였다면 달랐을 공산이 크다. 웨버는 정통파 4번보다는 센스와 기술을 앞세운 기교파 파워포워드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찰스 바클리를 앞에두고 인유어 페이스 덩크를 꽂을 정도로 힘과 패기를 갖췄으며 기본적으로 빅맨이 해야할 리바운드, 스크린플레이, 몸싸움에 두루 능했다.
하지만 웨버는 좀 더 자신이 다재다능하게 플레이하기를 원했고 실제로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가드처럼 빠르게 달리며 페이스업으로 상대 수비진을 찢어버렸고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한 패싱센스도 일품이었다. 크로스오버 드리블을 치면서 중장거리 슛을 던지다가도 림과 가까운 거리에서는 전투적인 골밑플레이로 상대 포스트를 뒤흔들었다. 하더웨이와 오닐이 오랫동안 함께 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으면서도 ’드래프트 결과대로 샤크와 웨버가 그대로 뛰었다면 어땠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곽현 기자, 김은기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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