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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로와 윌리엄스, 기록을 넘어서는 공헌도

농구

by 김종수(바람날개) 2023. 3. 1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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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로와 윌리엄스, 기록을 넘어서는 공헌도

기사입력 2023.03.10. 오후 02:01 최종수정 2023.03.10. 오후 02:01

최근 막을 내렸던 2023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는 국내 농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오랜만에 있었던 각나라 프로팀간 국제대항전이기도 하거니와 안양 KGC와 서울 SK가 나란히 결승에 올라 KBL의 위상을 제대로 떨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GC는 SK를 90-84로 꺾고 초대챔피언이라는 영광과 함께 우승상금 25만달러까지 챙기며 올시즌 가장 잘나가는 팀은 자신들이라는것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가장 국내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요소중 하나는 외국인 선수 2명이 동시에 코트에 나설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현재 KBL은 2명 보유 1명 출전제를 쓰고있는데 '두 선수가 함께 뛰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는 평가다. 외국인선수제도에 대한 변화 논의가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지만 2인 동반출전은 언급조차 되지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외국인선수 둘이 같이 나와서 뛰는 모습은 동아시아 슈퍼리그같은 국제대회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인 것이다.

KGC와 SK가 전력누수에도 불구하고 강팀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튼실한 외국인 조합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미 꾸준한 활약을 통해 검증이 끝나기는 했지만 오마리 스펠맨(25‧206cm)과 자밀 워니(29‧199cm)는 많은 팀들이 원하는 1옵션 외국인감이다. 듬직한 체구와 파워를 갖췄음에도 기동성, 운동능력에서 떨어지지않으며 내외곽을 오가며 득점을 생산할 수 있는 강력한 득점력을 갖췄다.

포스트에서의 활약이 첫번째인 KBL형 외국인선수의 기본조건을 평균 이상으로 충족시켜주는 것은 물론 공격에서의 에이스 역할까지 모두 가능한 전천후 플레이어들이다. 물론 스펠맨과 워니도 약점은 있다. 다혈질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라 상대 수비가 거칠어지거나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않으면 지나치게 흥분한 기색을 드러내거나 아님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시즌전 예상에서도 두팀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로 스펠맨과 워니의 멘탈을 언급하는 의견이 많았을 정도다. 그런점에서 이들과 호흡을 맞출 2옵션 외국인선수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KGC와 SK는 걱정이 없다. 누구보다도 믿음직하고 헌신적인 대릴 먼로(37‧197cm)와 리온 윌리엄스(36‧197cm)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선수는 출장시간, 기록 등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리그에 정착하는 것이 아닌 상황에 따라 여러나라를 돌며 경기를 가져야하는지라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를 알릴 수 있는 커리어가 필요한데 출장시간, 기록 등은 그러한 부분에서 증명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거기에 따라 계약조건까지 달라지기도 하는지라 더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

잘하는 선수끼리 조합을 맞췄음에도 출장시간에서 밀린 선수가 불만을 표시하며 분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여기에는 자존심, 성격 등도 영향이 있겠으나 저런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KGC와 SK가 먼로와 윌리엄스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각팀마다 1옵션의 출장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스펠맨, 워니같은 젊은 에이스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과정에서 행여나 자존심세고 출장시간에 욕심많은 선수가 2옵션으로 오게되면 마찰이 일어난 공산이 높아진다.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갈 때 마음이 다르다’는 말처럼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치더라도 대부분 경기가 1옵션 외국인선수 위주로 돌아가고 자신은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서 박수만치는 경우가 늘어나다보면 없었던 불화가 생겨나기도 한다.

KGC와 SK는 지난시즌에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현재 조합을 살폈고 올시즌에도 그대로 가는 것이 최상이다고 판단했다. 일단 1옵션 스펠맨과 워니는 멘탈이슈만 없다면 기량적인 부분에서는 리그 최상위 외국인선수들이다. 올시즌 워니는 46경기에서 평균 23.70득점(1위), 3.04어시스트, 11.07리바운드(3위), 1.15스틸, 1블록슛(3위)으로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스펠맨 또한 46경기 19.54득점(2위), 2.37어시스트, 9.78리바운드, 0.74스틸, 1.04블록슛(2위)으로 펄펄 날고있는 모습이다.

저런 유형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정반대 스타일의 선수가 2옵션으로 어울릴 수 있다고 두팀은 판단했다. 출장시간에 불만을 품지않고 잠깐 코트에 투입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어찌보면 모든 팀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2옵션 외국인선수의 모습인데 먼로와 윌리엄스가 딱 여기에 해당된다. 적지않은 나이를 감안했을때 스스로 내려놓은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성격 자체가 유순하고 팀에 맞추려는 성향이 강해 스펠맨과 워니의 파트너로 안성맞춤이다는 평가다.

둘은 팀이 자신들에게 원하는 바를 충실히 이행하는 한편 코트 밖에서도 선배로서 후배 에이스의 멘탈을 잡아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실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노장이기는하지만 꾸준한 관리를 통해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지라 긴 시간 동안 경기에 나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함께 코트에 나선 동아시아 슈퍼리그에서도 충분히 확인됐다.

SK는 B조 2차전 당시 TNT 트로팡 기가(필리핀)에 80-69로 완승을 거두었는데 특히 상대보다 13개가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골밑을 장악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여기에는 워니와 윌리엄스 콤비의 힘이 컸다. 워니는 21득점, 19리바운드로 에이스다운 위용을 뽐냈는데 윌리엄스 또한 20득점, 2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스펠맨과 먼로는 팬들 사이에서도 둘이 함께 할때의 시너지가 궁금했던 조합이다. 스펠맨이 내외곽을 오가며 에너지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는 유형이라면 먼로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한 패싱센스가 탁월한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아니라다를까 서로 함께하자 위력은 더욱 극대화 됐다. 동선이 겹치는 것 없이 서로간 장점이 제대로 살아났다. 2인출전제에서도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는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현재 선두 KGC와 3위에 위치하고 있는 SK는 6강진출의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우승을 다툴 강력한 후보들이다. 스펠맨, 워니의 에이스 모드와 더불어 윌리엄스, 먼로의 숨은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플레이오프를 즐기는 또다른 재미가 될 전망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윤민호 기자, 이청하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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