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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썬의 하이라이트 필름은 현재 진행형

농구

by 김종수(바람날개) 2023. 3. 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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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썬의 하이라이트 필름은 현재 진행형

기사입력 2023.03.09. 오후 12:13 최종수정 2023.03.09. 오후 12:13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한 돌격대장 김선형

적지않은 나이까지 클래스를 유지하며 롱런하는 선수들을 보면 대부분 높은 BQ를 바탕으로 흡사 능구렁이처럼 플레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활동량을 많이 가져가기보다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한 패싱능력, 템포조절 등을 통해 경기 흐름을 지배한다. 설사 젊은 시절에는 그렇지않았다해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스타일에 변화를 준다. '금강불괴' 이정현(36‧190.3cm), '돼브론' 김동욱(41‧193.5cm), '함던컨' 함지훈(38‧197.4cm)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스피드, 운동능력, 에너지 레벨 등을 주무기로 삼는 선수들같은 경우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경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이로 인한 신체능력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한창 육체적으로 물이 올라있는 젊은 후배들을 당해내기 쉽지않기 때문이다. 슬프지만 냉정한 스포츠계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30대 중반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여전히 SK의 돌격대장으로 활약중인 '플래시 썬' 김선형(34‧187cm)은 KBL내에서 매우 특별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인때의 플레이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정상급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파를 주무기로 하는 선수는 전성기가 짧다’는 말은 그에게만큼은 통하지 않는다.

익히 잘 알려져 있다시피 김선형은 과감한 돌파, 끊임없는 속공참여 등을 앞세운 림어택을 특기로 하는 선수다. 앞서 언급한 스피드, 운동능력, 에너지 레벨 등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선수인데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지명받은 이래 한결같은 모습으로 SK를 이끌어가고 있다.

돌파는 야구에서 ‘도루’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기동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단순히 빠르기만하면 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먼저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읽어야하고 거기에 맞춰 타이밍을 빼앗어야만 성공 확률을 높힐 수 있다. 스피드, 드리블, 운동능력에 타이밍을 읽는 능력까지…, 김선형은 돌파에 필요한 조건을 충만하게 가지고 있다.

현란한 스텝에 간결하고 안정적인 드리블을 바탕으로 빠르고 저돌적으로 수비를 뚫어버린다. 충돌상황에서도 끝까지 밸런스와 집중력을 잃지않으며 탁월한 손끝 감각을 바탕으로 마무리까지 제대로 짓는다. 초창기에는 속공시에만 주로 위력을 발휘했으나 연차가 쌓이고 기술적인 완성도가 더해지면서 상황에 관계없이 속도를 끓어올리고 늦추는 조절 능력까지 갖추게 됐다.

NBA역대 최고의 테크니션 센터로 불리는 하킴 올라주원은 한창때 골밑에서 수비수를 농락하는 플레이로 악명높았다. 자신을 막으려고 더블팀, 트리플팀까지 붙어도 결코 서두르지않고 이러저리 휘젓고다니다가 예상치못한 타이밍에서 득점을 성공시키고는 했다. 오랜시간 그를 경험해본 상대팀에서는 매경기 거기에 맞춰 수비책을 들고 나왔지만 번번히 당하기 일쑤였다.

여기에는 장인의 경지에 오른 올라주원의 기술적 능숙도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다양한 레퍼토리 역시 큰 이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수십가지의 기술을 상황에 맞게 응용까지 해가며 구사하니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타이밍을 잡기기 힘들었다. 알고도 막기 힘든 상대를 맞아 머릿속까지 복잡해지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김선형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빈틈이 보이면 빠르게 치고 달리는 듯 하지만 그렇게만 할 것 같으면 김선형 못지않게 잘뛰는 선수도 많다. 하지만 누구도 김선형만큼 많은 돌파를 성공시키지는 못했다. 올라주원이 그랬듯 김선형 또한 레퍼토리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부지런할뿐 아니라 변칙적인 리듬으로 드리블을 칠줄알며 돌파 과정에서의 동선 또한 매번 바뀐다. 거기에 속도 조절과 다양한 훼이크 동작 또한 자주 들어간다.

물론 아무리 돌파를 잘해도 공격 성공률이 낮으면 의미가 없다. 김선형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일단 뚫어내면 높은 확률로 득점을 마무리 짓는다는 사실이다. 핑거롤, 플로터, 스쿱샷, 더블클러치 등 레퍼토리가 다양한데 도저히 각도가 안나올 것 같은 위치나 중심을 잃은 듯한 자세에서도 어떻게든 공격을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감탄이 나올 정도다. 김선형의 돌파가 시작되면 상대 입장에서 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김선형의 위력은 KBL을 넘어 이번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에서도 제대로 드러났다. 최준용이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뛸 수 없게되자 잠시 봉인해놓았던 공격 본능을 제대로 쏟아내며 SK 돌격대장으로서의 위용을 제대로 뽐냈다. 비록 우승은 안양 KGC에게 넘겨줬지만 김선형이 만들어낸 무수한 하이라이트필름은 국내는 물론 해외 농구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는 후문이다.

패스가 오가는 동선을 잘 읽어내는 선수답게 적극적인 수비로 상대 실책을 유발하고 스틸을 가져왔는데, 공을 가로채기 무섭게 뛰기 시작하면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들마저 제대로 따라오지 못할만큼 빨랐다. 천천히 하프라인을 넘어오다가 느닷없이 기어를 끌어올리며 상대수비진 사이를 가르고 득점을 성공시키는가하면 수비수가 겹겹히 둘러싼 상황에서도 당황하지않고 빈틈을 뚫고 슛을 던지는 장면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한두번 더 움직임이 필요할것 같은 상황에서 예상치못한 간결함으로 허를 찌르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많은 속임수에 상대는 물론 동료들까지 움찔하며 속을 정도였다. 거기에 장기인 언더슛의 비거리가 예전보다 한결 길어지며 그 위력을 더하고 있다는 평가다. 때론 반박자 빠르게 때론 반박자 느리게 상대 타이밍을 빼앗는 플레이를 너무 쉽게 펼치고 있으며 수비 움직임을 보면서 엇박자로 속이는 기술까지…, 나이를 잊은 듯한 맹활약에 ‘농구에 다시 한번 눈을 뜬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크로스오버 드리블도 물이 올랐다. 드리블이 다소 높다는 이전의 지적은 이제 의미가 없다는듯 낮고 빠르게 좌우로 드리블을 치며 상대 수비를 찢어버리는가하면 탑, 45도, 사이드를 오가며 수비 진용을 통째로 흔들어버린다. 더욱 무서운 것은 나이가 먹어가면서 기술적 완성도는 물론 동료들과 함께하는 농구 역시 더 노련해졌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개인기량으로 더블팀을 어렵지않게 무너뜨리는 그이지만 동료 쪽에 더 좋은 찬스가 나면 무리하지않고 패스를 넣어준다. 거기에 외곽슛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지라 한창 젊은 시절보다 현재가 더 까다롭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선형의 여전한 경기력은 성적으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올시즌 46경기에서 평균 15.96득점(9위), 6.37어시스트(1위), 2.57리바운드, 1.30스틸(7위)로 소속팀 상위권 경쟁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활약중이다. 토종 선수중에서 캐롯 전성현과 함께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를 잊은 플래시 썬의 거침없는 돌파가 올시즌 SK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유용우 기자, 박상혁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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