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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vs김주성, 다른 색깔 빅맨 레전드

농구

by 김종수(바람날개) 2023. 3. 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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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vs김주성, 다른 색깔 빅맨 레전드

기사입력 2023.03.06. 오후 02:52 최종수정 2023.03.06. 오후 02:52

바스켓볼 배틀②

NBA 역대 최고의 빅맨 라이벌하면 단연 ‘더 레코드 북(The Record Book)’ 윌트 체임벌린(1999년 사망‧216cm)과 '센터의 교과서' 빌 러셀(2022년 사망‧208cm)이 첫손에 꼽힌다. 팬들 사이에서 ‘고대 괴수’로 불리는 이들은 개인 기록의 체임벌린과 팀 성적의 러셀로 정리될 수 있는데 이제는 세상을 떠난 상태임에도 역대 센터를 거론할 때 빠지지않고 이름이 언급된다.

개인적으로도 대단한 명성을 자랑하지만 러셀하면 체임벌린, 체임벌린하면 러셀의 이름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그야말로 라이벌중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것처럼 개인기록은 체임벌린의 압도적 우세다. 신체조건, 운동능력, 화려한 플레이등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서는 러셀뿐 아니라 역대 어떤 선수를 가져다놓아도 체임벌린 앞에 놓기 힘들 정도다.

한 경기 100득점, 한 경기 55리바운드, 65경기 연속 30득점 이상, 50득점 이상 경기 118회, 한 시즌 최다 평균 출전시간(48.5분) 등 ‘아무리 예전이라지만 프로 농구에서 저게 가능할까?’싶은 기록을 무수하게 남겼다. 하지만 러셀은 체임벌린이 크게 부럽지않았다. 선수시절 내내 보스턴 셀틱스에서 뛰며 원클럽맨으로서 파이널 우승 11회를 만들어낸 점은 그를 전설중의 전설로 만들었다. ‘체임벌린이 대단하다면 러셀은 위대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시선을 국내로 돌려 KBL판 체임벌린과 러셀을 찾아보자면 ‘골리앗’ 서장훈(48‧ 207cm)과 ‘원주 산성 지킴이’ 김주성(43‧205cm)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완벽히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에이스형 센터인 서장훈은 체임벌린, 이타적인 빅맨 김주성은 러셀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서장훈은 자신이 중심이 되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선호한다. ‘센터라고 궂은 일만 한다는 편견을 버려라. 화려한 공격 위주로 에이스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소신을 수시로 밝힌바있을 정도로 공격부심이 강하다. 개인 기록에 대한 집착도 엄청나다. 경기를 하면서도 리바운드 개수를 세고있다가 경기후 자신이 알고있는바와 기록지가 다르면 적극적으로 확인 요청에 들어갈 정도다.

팀이 경기에서 이기고 있어도 그날 자신의 성적이 좋지않으면 불편한 표정이나 기색을 감추지않았다. ‘개인 기록이 안좋다고 벤치에서 팀 분위기를 망쳐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어왔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그만큼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의 개인 성적을 챙긴다는 점에서 왜 서장훈이 기록의 사나이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창때 서장훈의 기량은 준수한 외국인선수급이라고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1옵션을 자처할 정도로 공격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고 실제로 외국인선수에 버금가는 득점력을 뽐내기도 했다. 활동 범위가 넓은 편은 아니지만 슈팅 범위는 매우 넓었다. 미드레인지부터 3점슛까지 타이밍만 잡았다싶으면 자신있게 던졌는데 어지간한 슈터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만큼 좋은 손끝 감각을 자랑했다. ‘거인 슈터’라는 별칭까지 따라붙었을 정도다.

득점력이 좋은 외국인선수와 매치업되면 종종 쇼다운을 벌이기도 했다. 상대 외국인선수가 빠른 발과 유연한 스핀무브 동작 등으로 자신을 제치고 골밑슛을 성공시키면 다음 공격에서 득점으로 되갚아줬다. 포스트업을 치는 듯 하다가 뒤로 슬쩍 빠지면서 던지는 페이드 어웨이 슛은 서장훈을 대표하는 주무기중 하나였는데 완성도는 물론 타점까지 높았던지라 알고도 막기 어려운 기술로 꼽혔다.

SK시절 서장훈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합작했던 최인선 전감독은 ‘농구人터뷰’와의 인터뷰 당시 “플레이 스타일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으나 토종 선수가 외국인선수급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무엇보다 상대 장신 외국인선수와 매치업이 가능했던지라 외국인선수 선발시 좀더 유동적인 선택이 가능했던 기억이 난다”는 말로 서장훈을 보유했을시 얻게되는 특별한 효과를 설명했다.

당시 최인선 감독은 서장훈과 상당 부분 역할이 중첩되던 현주엽을 트레이드를 통해 슈터 조상현으로 바꿨으며 신인 황성인 만으로 아쉽던 앞선에 외국인가드 로데릭 하니발을 보강해 밸런스를 맞췄다. 나머지 한명의 외국인선수는 기동성, 외곽슛에 더해 패싱능력까지 고르게 갖춘 재키 존스를 택했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최고의 베스트5중 하나인데 이 모든게 서장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선수 개인의 플레이 스타일은 물론 팀 동료와의 궁합까지…, 사용법은 까다롭지만 거기에 맞게 세팅만 잘될 경우 어떤 팀도 두렵지않은 구성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서장훈은 ‘기록의 사나이’라는 표현답게 정규리그 통산 16시즌 688경기를 뛰면서 13,231득점(역대 1위), 5,235리바운드, 1,087어시스트, 356스틸, 463블록슛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반면 그와 함께 뛰면 동료들의 기록은 평균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도 많았다. 보통 공격력 강한 빅맨같은 경우 가드와 적극적으로 호흡을 맞추며 받아먹는 득점을 자주 올린다.

서장훈은 달랐다. 자신이 볼을 가지고 이리저리 드리블을 치다가 슈팅을 던져서 득점을 올리는 방식을 선호한다. 센터치고는 드물게 볼을 오래 가지고 플레이하는 타입이다. 때문에 서장훈이 공을 가지고있으면 가드는 역할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고 외곽슛을 즐기는 스타일상 외곽슈터 역시 마찬가지 상황에 놓이게 된다.

서장훈 효과를 제대로 보기위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그에 맞는 멤버 구성이 필요한 이유다. 이는 외국인선수 선발시에도 마찬가지다. 압도적인 실력을 가졌다고 평가받았음에도 선수생활동안 무려 6개팀을 오갔던데에는 어려운 사용법도 컸다는 분석이다. 우승 횟수는 2회지만 삼성 시절에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배제되다시피하며 조연 역할에 그쳤던 아픔도 있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서장훈이 에이스형이라면 김주성은 이타적인 성향을 바탕으로 함께하는 농구에 강점을 지닌 선수다. 서장훈을 보유한 팀이 그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맞춰야되는데 반해 김주성은 그냥 자신이 팀에 맞춘다. 볼소유를 간결하게 한채 수비 등 궂은 일을 통해 팀이 승리하는데만 집중하는 타입인지라 감독이나 동료들이 편안함을 느끼게하는 유형의 플레이어다.

김주성은 경기 전체의 흐름을 읽을줄 아는 선수다. 높은 체공력을 활용한 리바운드나 블록슛에도 능하지만 박스아웃 등에 적극적으로 가담함으로서 동료들이 리바운드를 잡기편하게 만들고 스크린 플레이에도 헌신적이다. 세로수비 능력으로 유명하지만 빠른 스피드와 활동량을 앞세운 가로수비에도 공헌도가 높다. 때문에 김주성이 코트에 서면 팀 전체의 수비력이 올라가는 시너지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데뷔부터 은퇴까지 원주 DB 한팀에서만 활약하며 정규리그 우승 5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를 이끈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현재는 감독대행을 맡고 있다. 그야말로 원주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기록에 대한 욕심은 딱히 없는 편이지만 워낙 오랜시간동안 꾸준하게 활약했기에 성적표 또한 나쁘지않다. 통산 16시즌 742경기에서 10,288득점, 4,425리바운드, 1,973어시스트, 654스틸, 1,037블록슛(역대 1위)을 기록했는데 특히 블록슛은 국내 선수 중에서 따를자가 없을만큼 독보적이었다.

중앙대 시절 김주성과 함께 트윈타워로 호흡을 맞췄던 송영진 KT 코치는 ‘농구人터뷰’와의 인터뷰 당시 “빅맨으로서 (김)주성이의 능력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지만 무엇보다 오직 팀승리에만 모든 것을 맞추는 마인드를 높이사고 싶다. 공격적 능력도 충분한 선수임에도 헌신적으로 뛰며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뛰고싶어하고 신뢰를 보내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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