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 유기견 드림이, 미국 뉴저지에 입양되다
입력2022.10.02. 오후 2:46 기사원문
김제에서의 아쉬운 기억, 그곳에서는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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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이는 밝고 활달한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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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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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와 드림이의 우연 같은 만남
미국 뉴저지에서 살고 있는 친구가 한 명 있다. 이름은 니키로 어린시절 알게 되어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연락이 끊어지지 않은 몇 안 되는 지인 중 한 명이다. 태생은 부산이지만 미국 문화에 익숙한 지인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서로의 나이가 다름에도(니키가 연상) 처음부터 이름을 부르면서 친구가 됐다. 내 인생에서 나이를 무시한 유일한 친구이기도 하다.
다만 서로간 거리가 워낙 멀어서 얼굴을 안 본 지도 상당히 오래됐다. 전화, SNS 등을 통해서 꾸준히 안부를 주고받았을 뿐이다. '더 나이 먹기 전에 언제 한번 봐야지' 하던 게 벌써 20년이훌쩍 지났다. 그러던 어느날 니키에게서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얼마 전 유기견 임시보호처에서 유기견 한 마리를 입양했는데 한국에서 온 개라고 했다.
"거기 미국도 유기견이 많을 텐데 한국에서 거기까지 갔어?"
처음에는 그런 일이 있구나 싶은 정도였다. 하지만 다음 이야기를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 유기견이 전북 김제에서 왔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전북 김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연이 있나 싶었다. 니키 역시 마찬가지 심정을 느꼈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못 보고 있지만 그래도 고향 출신 강아지가 거기까지 날아갔네" 일단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유기견 이름은 드림이다. 보호소는 물론 임시보호처에서도 드림이라고 불렸기에 구태여 따로 이름을 짓지 않았단다. 이달 1일부로 태어난 지 딱 1년이 되었다고 한다. 강아지를 좋아하던 니키는 새로운 가족이 될 애완견을 찾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지인을 통해 한국에 있는 유기견들을 보호하고 보살피고 입양까지 돕는 봉사단체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본인도 한국 출신인지라 이왕이면 한국에서 온 유기견을 키우고 싶었고 그렇게 드림이를 입양했다. 니키 눈에 가장 예쁘고 정감이 가서 선택했는데 전북 김제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니키에게 김제는 별로 중요한 지역은 아니지만 친구가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계속 기억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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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이는 전북 김제에서 미국 뉴저지로 입양된 유기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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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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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이라는 이름을 따로 바꾸지 않은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강아지가 사람 말을 디테일하게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모든 게 낯설 텐데 자신을 부르던 익숙한 이름까지 바뀌면 더 그럴까 봐. 더불어 비록 한국 김제에서는 버림받고 말았지만 이곳에서는 행복하게 꿈을 이루라고…"
니키가 정이 많은 친구라는 것은 알았지만 유기견을 입양하면서 그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을 줄은 미처 몰랐다. 더불어 가끔은 누룽지라는 애칭도 쓴다고 한다. 니키 혼자만 부르는 애칭인데 본인이 누룽지를 너무 좋아해서 그만큼 드림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녹아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니키는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에게도 무척 화가 나 있는 모습이었다.
"정말 화가 나.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칭하면서 자신만 바라보고 따르는 반려견, 반려묘를 함부로 대하고 버릴 수 있는지! 마음 같아서는 본인들도 한번쯤은 똑같이 당해봤으면 해. 물론 모든 사람들이 동물을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나도 알아. 하지만 적어도 비인간적인 짓은 하지 않아야 인간 취급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정말 안타까워."
니키와 가족들은 드림이를 무척 아끼고 사랑해주고 있다. 그러한 보살핌 덕분인지 성격도 더욱 쾌활해졌고 새로운 가정에도 금세 적응했다고 한다. 니키가 자고 있으면 놀아달라고 옷깃을 물고 끌어당기는 것을 비롯해, 수시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가족들에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흡사 사슴 같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다만 발톱깎는 것을 워낙 싫어해서 발톱 한번 깎으려 할 때마다 전쟁을 치르는데 그 점 딱 하나만 아쉽다고 말했다.
난 동물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딱히 애견인, 애묘인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아들이 태어나기 1년 전부터 키우던 고양이가 한 마리가 있는데 그 녀석을 통해서 여러 가지를 많이 배우고 있다. 무엇보다 나와 내 가족만 바라보고 함께하는 존재인지라 그런 녀석을 버린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안 간다. 때문에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니키의 분노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것 같다.
김제에서 행복하지 못했던 드림이가 뉴저지에서는 꼭 사랑받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래본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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