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 입원을 통해 느낀 식단의 중요성
'무엇을 먹여야할지 모르겠어요'
초등학교 입학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하소연 중 하나다. 과거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 시절에는 그저 하루 세끼 제대로 밥을 먹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영양실조로 고생하던 아이들도 숱했다고 한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양보다 질'이 강조되는 세상인지라 무엇을 먹느냐도 무척 중요해졌다.
이는 5살(49개월) 사내 아이를 키우는 우리집 역시 마찬가지다. 경험이 많지않은 엄마는 늘 아들의 식단을 고민한다. 어떤 것을 먹이는 것이 좋은지는 이제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문제는 '아이 몸에 좋은 음식과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의 차이가 크다는 부분이다. 이는 다른 집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먹거리가 풍부해지면서 아이들은 더더 맛있는 것을 찾게된다. 처음에는 그냥 밋밋한 쌀과자만 먹어도 너무 좋아하지만 점점 더 달고, 다 짜고, 더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을 경험하면 이전 것은 눈에 잘 들어오지않는다. 문제는 상당수가 인스턴트 식품에 집중되어있다는 사실이다.
정말이지 회사들은 대단하다. 아이들이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기가막히게 알아내서 만들어낸다. 포장지 또한 익숙한 만화 캐릭터로 만들어 눈에 잘띄는 입구쪽에 비치해 아이들을 유혹한다. 마트는 그렇다치더라도 약국만 가더라도 사달라는 아이들과 안된다는 엄마들의 실랑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극적이고 맛있는 맛을 경험하게되면 그보다 못한 것은 잘 찾지않게 되는게 사람이다. 어른들 같은 경우 영양이나 건강 등을 생각해 스스로 자제하기도 하지만 좀더 본능에 충실한 아이들은 다르다. 일단 입에 맛있는 것이 최고다. 매운 맛을 알기 어려운 나이인지라 달콤하거나 짭쪼름한 맛이 우선이고 인스턴트 음식의 상당수가 그런 제품이다.
아들 역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과자나 각종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한다. 더불어 식단같은 경우 고기나 각종 튀김, 소세지볶음 등 기름기많은 음식을 잘먹는다. 적게 먹어야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있지만 워낙 간절히 찾아대니까 어쩔 수 없이 먹일 때가 많았다. 특히 식단이 그랬다. 굶는 것보다는 그렇게라도 먹어야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일단 굶겨. 배고프면 먹게되어 있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막상 우리집 일이 되면 쉽지않아진다. 때문에 아이 엄마는 야채를 갈아서 소세지 등과 함께 섞어서 비빔밥을 만드는 등 어떻게든 식단에 변화를 주기위해 노력하고는 했다. 하지만 절대미각(?)을 지닌 아들은 싫어하는 야채맛은 기가막히게 체크해서 '싫어', '안먹어'를 반복하기 일쑤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어린이집에서는 편식이 덜하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또래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자리인지라 사회성이 좋은편인 아들은 이를 의식해 '나도 먹을줄 알아'라는 마인드로 집에서는 잘안먹던 음식도 곧잘 먹고는 했다. 더불어 부모와 함께 있을 때보다는 선생님들 앞에서 고집을 덜 부리게되는 영향도 있었다.
얼마 전의 일이다. 변기에서 아들이 대변을 보고있는데 '푸르륵'소리가 났다. 엄마와 함께 깜짝 놀라서 쳐다보았다. 완전한 설사는 아니었지만 상당히 묽은 변이었다. 걱정은 됐지만 간혹 묽게 변을 보다가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던지라 심각하게는 생각안했다. 저녁 무렵 유달리 아들이 힘이 없어보였다. 엄마가 열을 재보니 38도가 넘게나왔다.
감기다 싶었다. 병원에 가서 감기약과 더불어 설사약까지 처방받았다. 아이가 열이나면 엄마가 고생이다. 열 패치를 붙이고 해열제도 먹이지만 그래도 안떨어진다 싶으면 물수건으로 밤늦게까지 이마, 목 등을 눌러준다. 보통은 그정도하면 가라앉고는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열이 내려갔다싶다가도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 병원에서 무료해할까봐 온갖 장난감을 동원했지만, 그래도 아들의 지루함을 달래주기에는 부족했다. ⓒ 김종수
다음날 다시 병원에 가서 해열주사를 맞아도 마찬가지였다. 내린줄 알고 안심하고있다가 밤에 자다가 다시 열이 끓고는 했다. 더불어 계속해서 설사가 이어지자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제대로 진단을 받아보니 장염이었다. 감기에 걸려서 열이난 것이 아닌 장염 때문에 열이 났던 것이다.
사람은 경험이 필요하다. 자신이 겪지않은 것은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아내나 나나 장염으로 크게 고생한적이 한번도 없다. 때문에 주변에서 장염으로 입원까지 했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는했지만 크게 공감하지는 못했다. '장염이 그 정도로 심각한가?' 의문점이 든적도 있다.
고열이 반복되고 기운이 없는데다 음식까지 조절해야되는 상황에서 난생 처음으로 입원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겠지만 검사나 치료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괴로웠다. 주사, 링겔 등을 맞아야되서 혈관도 잘 잡히지않는 얇은 팔에 수시로 주사바늘이 들어갔다. 몸도 아픈 상태에서 아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상당했을 것이다.
"고기가 먹고싶어. 00도 먹고싶고 000도 먹고싶어" 사람은 뭔가를 강제로 금지당했을 때 거기에 대한 욕구가 더 커진다. 흰죽 등 가벼운 식사 밖에 할 수 없게되자 아들은 뭔가 먹고싶은게 부쩍 많아진 듯 싶었다. 평소같으면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식사를 하고 과자까지 먹는데 며칠을 그렇게 먹지못하자 달라진 환경에 더욱 축축 처지는 모습이었다. '적당히 조절해서 줬어야했나?'라는 뒤늦은 후회가 몰려왔다.
며칠이 지나 퇴원을 했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꼬박 일주일을 고생했던지라 음식하나 잘못먹였다가 재발하는 상황은 피해야 했다. 더불어 완치되더라도 식단의 변화는 꼭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당분간은 흰죽이나 스프 등으로 가볍게 먹어야했지만 아들이 이를 너무 싫어했다. 그동안 먹었던 것들과 맛차이가 심했던 이유가 크다.
최소한의 맛은 느끼면서 먹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것저것 검색하다보니 누룽지가 나왔다. 다행히 누룽지는 잘 먹었다. 문제는 단맛이었다. 단맛에 대한 갈증이 심했던지라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찾았는데 당분간은 자제해야 했다. 순간 아내와 나는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과자 자체가 귀해서 특별한 날이 아니면 엄두도 못내고 살았는데 그때 단 것을 먹고싶은 욕망을 채워줬던 것중 하나가 고구마였다. 거기에 짭잘한 것이 당기면 감자를 쪄서 소금에 찍어먹고는 했다.
다행히 아들은 고구마는 잘먹었다. 감자튀김은 잘먹으면서 왜 다른 감자요리는 안먹는지 잘 모르겠지만 고구마를 잘 먹는 것만으로도 우선은 다행이다 싶었다. 더불어 하나만 먹으면 물릴 수 있으니 바나나도 같이 준비했다. 지금은 장염이 거의 나았지만 여전히 조심하고 있다. 아이들의 장은 어른들보다 훨씬 예민하고 약하기 때문에 식단조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느꼈다.
빵보다 떡, 너무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바꿔나가고있는데 고맙게도 아들 또한 잘 따라주고 있다. 덕분에 집안 가득하던 과자도 예전에 비해 반의 반이상으로 줄었다. 그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아들은 식성이 왕성하다. 배가 고플때면 항상 엄마를 부른다. 예전같으면 각종 과자 이름이 나왔을 것이지만 최근에는 주문사항이 많이 달라졌다. "엄마! 고구마랑 떡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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