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뭐지?’ 우연히 지인을 만나러 간 광주 시내에서 눈길을 확 끄는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건물들 사이에 걸린 현수막에는 ‘우주최초 김치파티’라고 적혀있었다. 우주와 김치라는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단어 조합에 순간 실소가 터져 나왔다. 호기심을 멈출 수 없어 한쪽에 차를 정차하고 천천히 읽어보았다. 이런저런 축제는 많이 들어봤는데 김치 축제도 있었구나 싶었다.
해당 문구는 이번 축제 타이틀이고 본래는 '광주 김치 축제'인데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 날짜도 딱이었다. 11월 3일부터 6일까지 한다고 적혀있었는데 현수막을 본 날이 바로 3일이었다. 한때는 이런저런 행사를 참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관심이 확 줄어들었다.
생업에 바빠서도 그렇지만 막상 가보면 딱히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 혹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던 이유가 크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치였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싫어할 수 없는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음식 김치인지라 다양한 메뉴를 구경하고 시식까지 한다면 손해볼 것은 없다고 판단했다.
점심을 안 먹었던 탓일까. 상무시민공원 앞에 떡하니 펼쳐진 타이틀 간판을 보는 순간 밥 한 공기에 김치 한접시가 간절히 생각났다. 마침 같은 장소에서 광주 푸드페스타도 함께 개최되었던지라 더욱 그랬다. 일단 눈으로부터 먹어보자라는 생각을 품고 안으로 들어갔다. 현장의 분위기는 갓 담은 매운 김장김치처럼 뜨거웠다.
다양한 이벤트도 기대됐지만 곳곳에 빡빡하게 위치해있는 다양한 체험 부스가 인상적이었다. 하나하나 본인들만의 색깔이 담겨져 있었던지라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았다. 지나는 중간중간 눈도 바빴지만 귀도 덩달아 바빠졌다. 무대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 것을 비롯 곳곳에서 버스킹 공연도 많았던지라 흥겹고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아들이 아직 5살인 관계로 당장은 아니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 김치맛을 알게 되면 함께 데리고 오고 싶어졌다. 김치의 역사와 효능, 김치 전시관, 김치마켓, 다양한 김치 활용 요리 등 이곳을 경험하면 김치에 대한 인식이 더욱 좋게 바뀌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치순살닭강정, 김치수제비, 김치돈까스, 묵은지떡갈비, 김치비빔밥, 김치김밥, 김치체육볶음, 김치떡볶이, 김치치즈핫도그 등 김치로 이런 것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메뉴 등이 참 많았다.
다행히 시간이 맞아 시식 체험 행사에 참여하는 호사도 누렸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김치 과자였다. 누가 김치 과자 아니랄까봐 이름도 ‘김칩스’였다. 토속적인 시골 입맛과 초딩 입맛이 공존하는 나에게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제품이 아닐까 싶었다.
어떻게 이곳에 오게됐으며 반응은 어땠냐는 질문에 김칩스 제조회사 더다믐 이호택 실장은 “광주김치축제 주최측에서 김치로 만든 다양한 먹거리를 소개하고자 김칩스를 초청해 줘서 유서깊은 축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냥 조금이라도 알리고자 참여했던 자리인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처음 맛보는 분들은 김치전 가장자리의 바삭한 식감과 맛을 구현해 냈다는 점에 우선 놀랐고,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스낵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원래 3일간 판매 예정이었는데 준비한 물량이 만 하루만에 완판되어서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는 분들이 많았다. 김치의 세계화를 목표로 전통 부각 조리 방식을 활용해 순수 국내산 김치와 우리 쌀로 만든 건강한 K 스낵이라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착한 가격에 맛있는 김치를 살 수 있는 김치마켓은 그야말로 문전성시였다. 포기김치, 갓김치, 나박김치, 파김치, 고들빼기김치, 묵은지, 열무김치 등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이 돌 정도였다. 거기에 각종 젓갈류까지 맛있는 자태를 뽐내고 있었던지라 대부분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었다. 나 역시 적지 않은 양을 구입했다.
주차하기가 힘들어 차가 멀리 있지 않았다면 훨씬 더 많은 양을 샀을 듯 싶다. 어느 축제나 마찬가지겠지만 가장 아쉬운게 주차문제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김치를 많이 좋아하는 편이지만 살면서 이렇게 많은 김치와 관련 제품을 본적은 없다. 우연히 들렸으나 의미가 컸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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