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몰빵’ 문성곤, ‘공격 카드’도 레벨업?
기사입력 2022.10.16. 오전 07:31 최종수정 2022.10.16. 오전 07:31
안양 KGC인삼공사 주전 스몰포워드 문성곤(29‧195.6cm)은 자타공인 KBL 최고의 수비수다. 3번으로서는 물론이거니와 전포지션으로 영역을 넓혀봐도 수비에서만큼은 넘버1이라는 평가가 많다. 신명호, 양희종의 뒤를 이어 현시대를 대표하는 특급 디펜더다. 단순히 잘하는 수준을 넘어 수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됐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이야 수비력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될 당시만해도 3&D 타입의 준수한 스몰포워드가 그에 대한 평가였다. 대학시절 그랬듯 공수에서 안정적인 밸런스를 갖춘 3번으로 인정받고 있었으며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공격에서는 조성민, 수비에서는 양희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다소 무리한(?) 목소리까지 나오기도했다. 물론 그렇게 클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국가대표 포워드의 수준을 넘어 허재의 영역에까지 도전이 가능해진다.
공수겸장이라는 기대치와 달리 문성곤은 늘 한쪽의 밸런스가 맞지않아 고생했던 행보를 보여왔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뛰어난 3점슈터이나 수비에서 아쉬움이 많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고려대 진학 이후에는 수비는 몰라보게 좋아진 반면 외곽슛의 기복이 심해졌다. 슛폼 교정 등이 이유로 지적됐다.
특히 KGC입단후 3시즌 동안은 아마시절 슈터라는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오픈찬스에서 버려도 되는 선수로 인식되는 등 외곽슛 부진이 심각했다. 거기에 장점인 수비에서도 악착같고 근성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상대팀에서 골머리를 썩힐 정도는 아니었던지라 크게 눈에 띄지않았다. 여기에는 동포지션에 비슷한 스타일의 베테랑 양희종이 존재했고 그로인해 출장시간을 충분히 가져가지 못한 이유도 컸다는 평가다.
상무 전역 후 다음 시즌인 2019~20시즌을 기점으로 문성곤은 드디어 주전급 포워드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공격에서는 여전히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지만 대학 시절부터 장점으로 보이던 수비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그의 특급 수비수로서의 모습은 ‘사냥개’와 ‘문길동’이라는 별명으로 설명된다.
문성곤은 포지션 대비 좋은 사이즈를 가지고 있으며 거기에 더해 운동능력까지 빼어나다. 기민한 스탭에 순간 움직임이 워낙 좋아 가로수비, 세로수비에서 모두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에 끊임없는 손질을 앞세워 스틸에도 일가견이 있다. 지난 시즌을 제외하고는 매시즌 어시스트 숫자보다 스틸이 더 많았다. 어시스트가 생각보다 적은 탓도 있지만 그만큼 스틸에 적극적이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통산 개수에서도 어시스트보다 스틸 개수가 더 많다.
거기에 더해 남다른 근성을 앞세운 미친 활동량이 발군이다. 사이즈,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가 경기내내 쉬지않고 따라다니며 압박을 가한다면 견디어낼 선수가 많지않다. 특정 상대가 정해지면 마치 몰이하듯 경기내내 전방위로 추적을 멈추지 않는다. ‘사냥개’라고 불리는 이유다. 거기에 신명호, 양희종 등 역대급 수비수들이 그랬듯 자신의 수비를 대인마크로 꽁꽁 틀어막는 와중에도 부지런한 도움수비를 통해 동료에게도 도움을 준다. 단순히 질좋은 1인분 역할이 아닌 팀내 수비 밸런스 자체를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문성곤은 리바운드에 관심이 많다. 포지션 특성상 그렇게까지 리바운드 쟁탈전에 사력을 다할 필요가 없어보임에도 어지간한 빅맨 못지않게 리바운드에 진심이다. 갈수록 포지션별로 대형화가 가속되는 최근 트랜드에서 골밑에서 경쟁할만큼 빅사이즈는 아니지만 좋은 운동능력에 더해 기민한 위치선정을 더해 공격 리바운드와 수비 리바운드 모두 강점을 보인다.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지라 박스아웃에 적극적이며 빅맨들이 리바운드를 잡아내려 줄줄이 떠올라도 조금도 망설이지않고 그 사이에 뛰어들어 경합을 벌일 정도로 투지가 넘친다. 상대팀 팬 입장에서는 ‘아니! 저기서 문성곤이 왜나와?’라는 탄식이 튀어나올 만큼 중요한 순간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승부처마다 리바운드 가담과 스틸 성공 등으로 흐름을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은지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는 의미로 ‘문길동’이라는 별명까지 붙게됐다.
직전 시즌까지 3년 연속 최우수수비상을 수상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성곤은 더 이상 수비에서 검증이 필요없다. 함께 강호 KGC의 한축을 이루었던 전성현이 3점슛으로 상대팀 수비를 뒤흔드는 선수였다면 문성곤은 수비를 통해 기선을 제압하고 흐름을 가져왔다. 수비만으로도 모두가 탐내는 최고의 스몰포워드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성곤에게는 ‘공격에서 조금만 더…’라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따라다녔던것도 사실이다. 공격에서 어느 정도만 해준다면 그야말로 송교창, 양홍석, 최준용 등이 부럽지않은 최고의 3번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현재의 KGC는 외곽 에이스였던 전성현이 신생팀 캐롯 점퍼스로 둥지를 옮긴 상황인지라 기존 선수들의 공격가담이 더욱 절실해진 상태다.
아직까지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문성곤은 시즌 첫경기에서부터 공수겸장 포워드로서의 느낌을 풍겨오고 있다. KGC는 개막전에서 지난 시즌 우승팀 SK를 88대75로 제압했다. 여기에는 문성곤의 활약도 컸다. 수비에서의 존재감이야 말할 것도 없고 공격시 적극적으로 슛을 쏘며 17득점, 5리바운드, 2스틸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3개의 공격리바운드에 더해 3점슛 4개(성공률 66.67%)의 순도 만점 슛 성공이 인상적이었다. 2점슛도 3개중 2개를 성공시켰다. 얼핏 기록만보면 다른 선수와 착각 할 수도 있을 정도다.
사실 문성곤같이 온몸을 불태워 수비하는 선수에게 공격에서도 꾸준한 공헌도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보통 슛이 좋다고 평가받는 대다수 선수들은 자신만의 페이스라는게 있는데 매 경기 그러한 리듬을 유지하는데 많은 신경을 쓴다. 반면 문성곤같은 타입은 그런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마인드 자체가 그런 시간에 한번이라도 몸을 더 던져 허슬플레이를 하겠다는 주의다.
때문에 문성곤은 슈팅 메커니즘이 다소 들쭉날쭉하다. 손끝 감각이 좋을 때는 연달아 슛이 들어가다가도 그렇지 않은 날은 아예 차갑게 식어버린다. 고무적인 것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그 차이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적극적인 활동량을 바탕으로 받아먹는 슛이나 세컨슛 횟수가 늘고있는지라 득점기록 자체는 상승할 여지가 높다.
첫경기부터 공수겸장으로 좋은 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성곤은 여전히 자신의 역할은 수비와 리바운드라고 선을 긋고 있다. 득점 등 눈에 보이는 기록에만 욕심내는 선수들도 적지않은 상황에서 팀을 먼저 생각하는 남다른 멘탈이 눈부시게 다가올 정도다. 수비만으로도 팀을 승리로 이끄는 문성곤이 공격카드에서도 레벨업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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