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현중! 세상의 모든 힘을 모아서 너에게 줄께”

이현중을말한다

by 김종수(바람날개) 2023. 3. 29. 21:31

본문

“이현중! 세상의 모든 힘을 모아서 너에게 줄께”

기사입력 2023.03.27. 오후 01:01 최종수정 2023.03.27. 오후 01:01

‘이현중 母’ 성정아가 쓰는 엄마의 일기(14)

현중이에 대한 글을 보려고 인터넷을 하던중 우연히 ‘원기옥(元気玉)’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세상의 모든 힘을 모아 거대한 적을 물리친다’는 등의 설명도 덧붙여져 있었는데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었다. 호기심에 여기저기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았다.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하고있는 만화 캐릭터가 하늘에 둥둥떠서 둥근 빛같은 것을 번쩍 들고있는 여러장의 그림이 보였다.

현중이가 나를 닮은 것인가? 아님 내가 현중이를 닮은 것인가…,(웃음) 나 역시 뭔가에 꽂히면 꼭 그것을 확인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때문에 계속해서 찾아본 결과 원기옥이라는 것은 일본 유명만화 ‘드래곤 볼’에서 주인공 손오공이 쓰는 필살기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내 힘을 넘어서는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다른 이곳저곳에서 힘을 빌려와 거대한 ‘기(氣)’의 구슬을 만들어내는데 위력이 엄청난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힘을 빌려오는 과정이었다. ‘대지여…, 바다여…, 산이여…,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이여…, 아주 조금씩 나에게 원기를 나눠 줘!’라는 만화속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대한 신적인 존재나 엄청난 능력자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닌 자연에게서 아주 조금씩 가져온다. 인간은 물론 수많은 동물들에 더해 산속의 작은 풀 한포기까지…,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서 힘을 빌리는 것이다. 아주 작은 양인지라 힘을 나눠준 존재 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지만 워낙 많은 대상으로부터 모여지는지라 원기옥 자체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안 어울리게 만화 이야기를 해봤다. 사람에 따라서는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건가?’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다. 물론 나 역시 뜬금없이 만화 이야기나 하자고 원기옥에 대해서 언급한 것은 아니다. 내가 꽂힌 것은 조금씩 힘을 빌려서라도 반드시 이뤄내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다. 비록 만화속 내용이지만 그런 간절함이 있었기에 원기옥이라는것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세계 최고 무대 NBA를 목표로하고 있는 현중이 입장에서 롤모델로 삼고있는 이들은 꽤 많다. 정말 타고난 천재 아니면 하나같이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NBA에 입성했을 것인지라 각각에게서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아시아인인 일본인 NBA리거 와타나베 유타(28‧203cm)에 대해서는 존경심까지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NBA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유타는 정말 어렵게 거기까지 간 선수다. 드래프트에서 고배를 마신뒤 일본을 돌아가지 않고 각고의 노력 끝에 서머리그를 거쳐 NBA에 데뷔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도 무수한 고난의 시기가 있었고 불굴의 의지로 이를 이겨냈다. 드래프트 탈락후 NBA를 목표로 재도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던 시절 그는 끊임없이 내면의 자신과 싸웠다고 한다.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해도 실패를 맛보고 미래가 보이지않는 상황에서는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일본 현지에서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무수한 비평과 과도한 관심이 쏟아졌다. 자기 자신도 자신감과 불안감을 교대로 느끼고 있던 상황에서 과도한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유타는 개인적인 꿈에 더해 많은 이들의 꿈까지 함께 짊어지고 있었다. 그럴때마다 유타는 엄습해오는 부정적인 생각을 필사적으로 떨쳐내려고 애썼다고 한다. ‘내가 스스로를 100% 믿지않으면 찾아올 운도 도망간다’는 생각하에 계속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도록 노력했다. 라디오 등에서 좋은 말이 흘러나오면 그마저도 좋은 기운으로 여기고 자신의 마음 속에 담는 상상을 했을 정도라고 하니 말다했다.

종목은 다르지만 투타겸업으로 유명한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28‧193cm) 또한 유타만큼 간절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다가갔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중 하나가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습관이다. 어린 시절부터 스타로 성공한 지금까지 이어지고있는 습관인데 쓰레기를 줍는 습관에 대해 '다른 사람이 버린 행운을 줍는 것이다'고 표현했다. '운(運)'을 단순히 찾아오는 운으로 여기지않고 노력해서 얻는 과정 중 하나로 생각하고 실천했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유타, 오타니나를 언급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운이라는 것은 마냥 기다린다고 찾아오지 않는 것 같다. 원하는 것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가운데 오랜 간절함이 상황과 맞닿아 만들어지지않나 싶다. 현중이 역시 늘 그런 생각을 가지고 도전에 임하고 있다. 어린시절에는 잘하는 선수들에 대해 그저 동경하는 입장이었다면 본인이 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나아가다보니 성공한 인물들 등뒤에 감춰져있는 노력이라는 그림자를 더 대단하게 느끼는 모습이다.

자신이 끊임없이 한계치를 넘나드는 노력을 경험하고 있는지라 아무리 재능이 넘쳐도 그 이상으로 노력하지않으면 원하는 자리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국적을 떠나 유타를 존경하고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된 코비 브라이언트의 ‘맘바 멘탈리티’를 가슴에 품고있는 이유다.

엄마의 입장을 떠나 한명의 농구인, 인생 선배의 시각으로봐도 지금 현중이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객관적인(주관?) 분석, 혹독한 조언 등을 해줄 사람은 예전부터 많았고 지금도 넘친다. 현중이 또한 칭찬이 많이 쏟아지는 날에도 자신이 무엇이 부족했는지 스스로 되짚어볼만큼 멘탈적으로도 많이 성숙했다.

NBA도전을 향한 2막을 열어가고 있어서인지 언론이나 각 커뮤니티 등에서 현중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기사나 글, 댓글 등을 읽다보면 엄마로서 움찔할 때도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현중이는 담담하기만 하다.

“엄마, 그것도 다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그래. 더 잘하고 좋은 모습 보여주면 비난도 나중에 칭찬으로 바뀔거야. 그리고 스테판 커리나 르브론 제임스도 악플 엄청 달리거든. 내가 뭐라고…”

정말이지 이렇게 의젓할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런저런 상황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가족은 응원과 긍정의 말을 최대한 많이 해주려고 한다. 아주 작은 긍정의 기운까지도 도망가지않게 꽉 잡으려고 했다는 유타처럼 좋은 말, 좋은 생각을 자꾸 떠올리며 현중이에게 나눠주고 싶다. 내 새끼니까 무조건 우쭈쭈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그간 어떤 마음가짐으로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으니까 그저 믿을 뿐이고 그러한 표현을 자주 해주려고 하는 것이다.

NBA를 가고 안가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현중이의 꿈이니까 응원할 뿐이고 설사 이뤄지지않더라도 한시도 한눈 팔지않고 앞만 보고 달렸던 그 길을 신뢰하고 인정한다. 현중이에게도 종종 그런 말을 한다. ‘꿈을 위해 달리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꿈을 책임지려 하지는 말라’고. 어깨에 과도한 짐을 지게되는 순간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닌 것이다.

현중아, 당장 결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너는 그동안 수많은 힘을 쌓아왔다. 언젠가 거기에 노력으로 만들어낸 운까지 더해져 좋은 기운이 가득할 것이라 믿어. 더불어 주변에서 늘 한결같이 응원하고 믿어주는 사람들의 마음도 잊지마.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모든 힘을 모아서 너에게 줄게. 받아랏! 원기옥.

#글_성정아 WKBL 재정위원장

#정리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본인 제공

기사제공 점프볼

Copyright ⓒ 점프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