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 커리? 큰 경기에서는 다르다
기사입력 2023.05.02. 오후 04:16 최종수정 2023.05.02. 오후 04:16
매 순간이 경쟁의 연속인 스포츠 무대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슬프다. ‘이제는 힘들겠지?’, ‘젊은 친구들은 당할 수 없어’ 등 끊임없이 쏟아지는 의문에 맞서 자신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않았음을 검증받아야 한다. 젊은 시절에는 부진이 꽤 길어지더라도, ‘그러면서 성장하는거야’, ‘저러다가도 돌아오겠지’같은 긍정적인 얘기가 희망을 두른다.
반면 노장이 되면 잘하다가 잠깐 주춤하거나 작은 부상만 당해도 ‘나이는 못속인다’는 편견과 싸워야한다. 신체능력은 감소해도 풍부한 경험이 쌓이면서 경기를 읽는 눈이나 기술적인 숙련도는 더 높아질 수 있지만 베테랑의 관록보다 세월의 풍파를 믿는 이들이 더많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은 물론 주변의 평가와도 맞서나가며 롱런을 이어나가는 노장들이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매운맛 커리' 스테판 커리(35‧188cm)는 올시즌 ‘하락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혹평을 적지않게 들었다. 지난시즌 팀 우승을 이끌며 파이널 MVP까지 수상했던 그이지만 당시에도 ‘마지막 불꽃’이라는 얘기가 있었고 올시즌 활약이 그에 미치지못하자 화제의 중심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분위기였다.
주축선수들의 공백이 잦아지면서 팀 성적 또한 지난시즌 서부 컨퍼런스 3위에서 올 시즌 6위로 뚝 떨어졌다. 한때 플레이오프도 위험하던 시기까지 있었다. 물론 한창때 만큼은 아니지만 커리는 정규시즌 56경기에서 평균 29.4득점, 6.3어시스트, 6.1리바운드, 0.9스틸로 여전한 성적을 과시했다.
경기당 4.9개(전체 1위)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성공률 또한 42.7%(7위)를 찍었다. 커리보다 성공률이 높은 6명중 경기당 3점슛 성공이 3개가 넘어가는 선수는 없다. 2.7개의 타이리스 맥시가 2.7개로 가장 많다. 워낙 기대치가 커서 그렇지 여전히 상위권 성적은 기본으로 깔고가면서 3점슛에 대해서만큼은 독보적인 존재임을 알 수 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새크라멘토 킹스에게 연달아 2패를 내주며 2-0으로 끌려갈때만 해도 골든스테이트의 전망은 밝지않았다. 올시즌 유독 원정경기에 약세를 드러내기는 했으나 아무리 그렇다해도 천하의 황금전사 군단이 시리즈 초입부터 연달아 경기를 내주며 흔들리는 모습은 커리 체제의 골든스테이트에서는 낯선 모습이었다.
더욱이 2차전 당시 좋았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버린 '데이데이(Day Day)' 드레이먼드 그린(33‧198cm)의 더티플레이 이후 퇴장은 팬들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전부터 큰 경기에서 종종 사고를 치던 과거까지 소환되며 '그린표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다시 작동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한경기 출장정지 징계까지 받게된 그린이 팀내에서 차지하는 수비에서의 비중이 워낙 큰지라 남은 경기 역시 쉽지않아보였다. 하지만 커리는 냉정했다. 게리 페이튼 2세마저 부상으로 출전하지못하던 3차전 홈경기에서 36득점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첫승을 만들어냈다. '케본 루아주원' 케본 루니(27‧206cm)가 리바운드를 무려 20개(공격 리바운드 9개)나 잡아주며 제공권을 장악한 것도 큰힘이 됐다.
4차전에서는 팀 동료들이 하나둘 컨디션을 찾아가는 가운데 커리가 사고를 쳤다. 타임아웃 여부를 착각해서 상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게되면서 하마터면 팀 패배로 이어질뻔했다. 다행히 우여곡절끝에 승리를 가져가게 됐고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려놓았다. 5차전부터는 골든스테이트에 안정감이 돌았다.
커리의 단짝 슈터 ‘머신’ 클레이 탐슨(33‧198cm)의 손끝이 뜨거워졌고 각성한 그린도 자신의 장기인 수비와 패싱게임에서 확실한 몫을 해줬다. 무엇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정규시즌을 거의 뛰지못한 '위무원' 앤드류 위긴스(28‧201cm)가 돌아오면서 제공권 싸움과 수비에 힘이 붙었다.
오락가락하던 조던 풀(23‧193cm)의 집나갔던 슛감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6차전에서 패하며 마지막 7차전까지 승부가 이어졌음에도 골든스테이트 쪽이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왔던 이유다. 7차전에서 커리는 50득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제대로 날았다. NBA 플레이오프 역사상 7차전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올린 선수에도 이름을 새로 올렸다.
시리즈 동안 리바운드 머신으로 거듭난 루니는 리바운드 21개(공격리바운드 10개)로 뒤를 받쳤다. 커리의 엄청난 활약앞에 톰슨은 "언제나 그랬듯이 커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를 더 높은 단계로 이끌어준다. 이날은 커리가 공을 잡으면 그가 편하게 공격하기위해 비켜주려고 노력했다"는 말로 극찬을 아끼지않았다.
스티브 커 감독 또한 "커리가 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중 한명인지 알 수 있었던 경기였다"는 말로 칭찬릴레이에 동참했다. 한술 더떠 그린은 28일 미국 스포츠 매체 ESPN과 있었던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하는 역대 최고는 마이클 조던도 르브론 제임스도 아닌 커리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조던까지 들먹인 것은 다소 과했다고 반응하는 농구 팬도 적지않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린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더욱이 한팀의 식스맨급 선수를 올스타급이다고 치켜세우는 식의 지나친 올려치기까지는 아닌지라 공감한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1라운드를 통과한 골든스테이트의 다음 상대는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LA 레이커스다.
르브론이 동부에서 주로 뛰었던 당시에는 파이널 우승을 놓고 종종 격돌했던 관계였는데 올시즌에는 2라운드에서 벌써 만나게됐다. 다소 이른 만남이지만 팬들은 '2라운드 최고의 빅카드다'며 흥분을 감추지못하는 분위기다. 큰 경기에 강한 커리와 골든스테이트가 난적 레이커스를 물리치고 2라운드를 통과할지 기대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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