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의 왕’ 르브론, 커리 꺾고 포효할까?
기사입력 2023.05.03. 오전 08:01 최종수정 2023.05.03. 오전 08:01
'킹' 르브론 제임스(38‧206cm)는 NBA의 리오넬 메시같은 존재다. 메시는 오랜시간 동안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펠레와 디에고 마라도나가 양분하던 전설의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함께 끼워넣었다. 동시대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비 에르난데스, 카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 등 쟁쟁한 선수들이 함께했지만 누구도 메시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적지않은 나이로 인해 전성기에서는 내려왔다는 평가지만 특유의 영리한 플레이를 통한 경기지배력은 여전한 모습이다.
르브론 역시 마찬가지다. NBA는 괴물들의 무대다. 빅맨급 신장에도 불구하고 가드처럼 빠르게 달리고, 머리가 림에 닿을 정도로 높이 뛰는 운동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즐비하다. 거기에 다양한 개인기에 수준급 슈팅능력까지…, 선택받은 이들의 전장이라는 말이 과장으로 느껴지지않는 이유다. '킹'이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르브론은 그런 세계에서 왕으로 군림했다.
근육질 탱크같은 체형으로 초고속 변속엔진을 단채 경주용 카처럼 코트를 질주했으며 360도를 살필 수 있는 고성능 망원경에 대포, 기관총, 미사일 등 상황에 맞는 온갖 무기를 자유롭게 꺼내들었다. NBA에서 성공한 선수들을 보면 신체능력, 파워, 기술 등 어느 한 곳에서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르브론은 언급한 모든 부분에서 상위권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기 캐릭터로 불린다.
매년 전세계에서 무수한 천재들이 NBA에 도전하지만 그중에서 NBA무대를 밟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어렵사리 선택을 받고 해당팀의 유니폼을 입었다고해서 끝난게 아니다. 매시즌, 매경기 총성없는 생존경쟁이 이어지며 거기서 살아남은 것은 물론 팀 에이스급까지 올라가야 리그에서 스타라고 불리는 위치까지 도달할 수 있다.
여기에는 재능도 중요하지만 내구성도 뒤를 받쳐줘야 한다. 아무리 빼어난 자질을 가지고있어도 성장을 위한 혹독한 훈련, 전쟁과도 같은 실전을 몸이 견디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진다. 실제로 상당수 천재급 유망주들이 부상 악재 속에서 괴물로 진화하는데 실패했다. 르브론은 심지어 내구성에서도 최고의 몸뚱이를 가진 선수로 유명하다.
긴 시간동안 혹사에 가까운 행보를 거듭하면서도 큰 부상을 거의 당하지 않았고 경기중 발목이 삔다든가하는 어지간한 잔부상 정도는 잠시 쉬었다가 툭툭털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금강불괴’, ‘사이보그’라는 말이 나왔던 이유다. 거기에 체력까지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자신이 넘어야 할 마지막 벽인 마이클 조던조차 그런 불가사의한 육체는 가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유니크함을 더하고 있다. 그야말로 ‘괴수의 왕’이 따로 없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모든 선수와 팀이 마찬가지겠지만 르브론 역시 우승을 원한다. 훗날 선수 커리어를 평가할때 가장 중요시되는 요소중 하나가 우승 횟수이니만큼 역대 최고를 노리는 르브론 입장에서는 한번이라도 더 우승을 쌓아놓을 필요가 있다. 적지않은 나이를 감안했을때 남은 기회는 많지않다.
어떤 면에서는 나이 때문에라도 여기서 우승을 추가할 경우 더높은 평가가 따라붙을 수 있다. 르브론의 LA 레이커스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멤피스를 4승 2패로 제압하고 2라운드에 올라선 상태다. 한창 때에 비하면 다소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1라운드 6경기동안 평균 22.2득점, 11.2리바운드, 5.2어시스트로 활약했다.
특히 1라운드 4차전에서는 22득점, 20리바운드로 플레이오프 역대 최고령 20득점-20리바운드를 달성하며 노익장을 뽐냈다. 그런가운데 이번 2라운드는 르브론 입장에서도 우승 전선으로 가는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운맛 커리' 스테판 커리(35‧188cm)가 이끄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맞붙게됐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르브론은 동시대 스타들 속에서도 최고로 군림했다. 누구도 그의 존재감을 앞서지못했는데 그나마 가장 근접하게 따라붙은 선수를 언급하면 커리가 첫손에 꼽힐 것이다. 서로 다른 포지션 등 선수대 선수로만 봤을 때는 크게 접점이 없어보이지만 팀까지 포함하게되면 은근히 겹치는 부분도 많다. 르브론은 중요한 순간마다 커리가 이끄는 골든스테이트와 충돌했고 특히 파이널같은 큰 무대에서는 숙명의 라이벌전을 수차례 펼친바있다.
두 선수가 플레이오프에서 만나는 것은 5년 만이다. 르브론과 커리는 2017∼18시즌까지 네 시즌 연속으로 파이널 무대서 맞붙었다. 당시 르브론은 클리블랜드 소속이었는데 아쉽게도 이긴 기억보다 패배의 아픔을 곱씹은 적이 더 많다. 2015∼16시즌에만 승리를 가져갔을 뿐 나머지 3번은 골든스테이트에게 우승을 내줘야만 했다.
최근들어 조던과 계속해서 비교되고있는 르브론의 커리어에서 가장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중 하나는 파이널 승률이다. 파이널 진출 6회, 우승 6회의 조던에 비해 르브론은 파이널 승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가장 크게 기여한(?) 선수와 팀이 커리와 골든스테이트다. 만약 그 기간에 르브론이 승리를 독식했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지금보다도 한층 더 높았을 것이 분명하다.
둘다 한창 때에서 내려온 시점이기는 하지만 커리와 르브론은 여전히 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NBA의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 그들이 다시 한번 충돌하게되자 어지간한 파이널 매치 이상의 관심이 쏟아지고있는 분위기다. 중요한 순간마다 아픔을 안겨줬던 커리와 골든스테이트에게 르브론이 한방 먹여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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