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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꼰대’ 버틀러, 어디까지 꼬장꼬장 할까?

농구/NBA

by 멍뭉큐라덕션 2023. 5. 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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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꼰대’ 버틀러, 어디까지 꼬장꼬장 할까?

기사입력 2023.05.03. 오후 03:13 최종수정 2023.05.03. 오후 03:13

‘꼰대’, 노인, 아버지, 선생 등 나이많은 기성세대를 가르키는 뜻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은어다. 과거에는 10~20대 등 일부에서 주로 쓰였지만 언제부터인가 원래의 의미에서 의미가 확장, 변형되어 연령대와는 상관없이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윗사람 또는 연장자를 비하하는 속어로 유행을 타고있는 모습이다.

주로 젊은 세대가 윗세대의 고집스러운 사고방식을 비난하는 의미가 많은데 최근에는 ‘나이가 문제가 아니다’는 열린 공감 속에서 이기적이고 소통에 꽉 막혀버린 이들을 통칭하는 쪽으로 넓게 쓰여지고 있다. 젊은 꼰대, 어린 꼰대라는 말이 나오고있는 이유로, 큰틀에서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많다.

NBA스타중 국내 팬들 사이에서 ‘꼰대’라고 불리는 선수가 있다. 바로 현재 치러지고있는 플레이오프에서 큰 경기에 강한 에이스 모드로 마이애미 히트를 지휘중인 지미 버틀러(34‧201cm)가 그 주인공이다. 버틀러는 플레이 스타일 등에서 과거 선수들을 떠올리게하는 클래식한 색깔을 많이 드러낸다. '미스터 올드스쿨'이라는 애칭이 따라붙는 이유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꼰대 소리를 듣기 힘들다. 클래식한 느낌의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는 비단 버틀러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버틀러의 진정한 '꼰대력(?)'은 마인드와 생활태도 등에 있다. 개인주의, 개성파 등이 만연한 선수들이 늘어가고있는 추세 속에서도 버틀러는 팀에 대한 충성심, 승리에 대한 열정, 헌신적인 경기태도 등을 강조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마이클 조던, 고 코비 브라이언트 등이 그랬듯 엄청난 승부욕과 이를 실현하기위해 지독한 노력을 아끼지않는 선수다. 장소와 상황에 상관없이 매일 새벽 3시에 기상하여 2시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취침없이 오전까지 훈련을 이어나가는 노력파다. 이러한 마인드와 성향으로인해 승부욕이 강한 선수들에게 같이 뛰고 싶은 선수 중 한 명으로 자주 거론되는 모습이다.

물론 여기까지만하면 ‘꼰대’소리까지는 안나올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버틀러는 자신의 이러한 생각과 의지를 자유분방한 최근 젊은 선수들에게도 요구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조던이 한창 활약하던 1990년대같으면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조던뿐 아닌 당시의 상당수 리더들은 후배들을 지도하거나 가르쳐줄때 강압에 가까울 정도의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2020년대다. 과거와는 사고방식 자체에서 너무 많이 변해버린지라 올드스쿨 마인드가 통하지않는 선수들이 상당수다. 자신은 좋은 마음을 가지고 가르치려해도 ‘너가 뭔데?’라는 태도로 되받아치는 경우도 적지않다. 때문에 버틀러는 종종 팀내에서 특정 선수들과 불화설이 나오기도 했다.

NBA에서 뛰는 선수중 재능없는 선수가 어디있겠냐마는 버틀러는 타고난 것이 아주 많은 선수는 아니다. 2011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0순위로 뽑힌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능은 있으나 에이스급으로 성장할 것이다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않았다. 거기에 윙스팬이 202cm에 불과할 정도로 신장대비 악어팔에 가깝다.

이는 긴팔로 유명한 카와이 레너드(221cm)와 비교해보면 더욱 뚜렷하게 느껴진다. 본래부터 수비에 있어서만큼은 인정을 받았던지라 평균 정도의 윙스팬만 가지고 있었더라도 공수에서의 능력치가 더 올라갔을 것이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않는 이유다. 때문에 버틀러는 타고난 신체조건 등 이런저런 재능은 뛰어난데 다소 게을러보이거나 간절함이 부족한 선수들(특히 동료)을 보면 견디질못한다. 그냥 못본척 자신만 잘하면되는데 구태여 직간접적으로 조언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 때가 많아보인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버틀러는 '내로남불'은 아니다.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리기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거듭하고 코트 밖에서도 문제를 일으키지않는 등 모범생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선수들 사이에서 흔하게 볼수 있는 문신하나 없으며 예나 지금이나 주변과의 약속, 자신의 루틴을 우직하게 지켜나가고있는 모습이다.

이런저런 성향만 봤을 때 버틀러는 모범적인 집안에서 가정 교육을 잘받고 구김살없이 자란 듯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의 유년기는 무척 불행했다. 친아버지는 아주 어릴때 가족을 떠났고 생모는 13살때 그를 버렸다. 어린나이에 갈곳이 없어져버린 버틀러는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소파나 바닥에서 잠을 청해야만 했다. 도움을 받을 친척도, 관심을 보여준 기관도 없었다.

놀라운 것은 그 와중에서도 나쁜 쪽으로 빠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본래 가지고있는 성품 등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농구에 대한 열정이 컸던 탓도 크다. 버틀러는 그 와중에도 농구를 하고싶어했고 고등학교까지 어렵사리 진학한다. 이후 3점슛 대결을 통해 친해진 후배와의 인연을 통해 그의 집에서 함께 가족이 되어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후배의 모친은 다자녀를 키우고 있었으며 집안살림도 넉넉치않았던지라 처음에는 버틀러를 반기지않았다. 하지만 워낙 품성이 바르고 아이들과도 잘 놀아주는 모습에 믿음을 느끼고 양아들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버틀러가 범죄의 유혹에 빠져있었거나 악동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기적이다.

항상 노력하는 선수답게 버틀러는 매시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함께하기를 독려하는 성향탓에 버틀러가 있는 팀은 다른 선수들까지 동반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마이애미가 그렇다. 마이애미는 지난시즌 정규리그에서 동부컨퍼런스 1위를 차지했던 것과 달리 올시즌에는 7위로 급추락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위해 플레이-인 토너먼트까지 치러야 했다.

그마저도 애틀랜타 호크스에게 105-116으로 패했고 시카고 불스와의 외나무다리 매치에서 겨우 승리하며 막차로 플레이오프 무대에 탑승할 수 있었다. 1라운드 상대는 전체 승률 1위에 빛나는 탑시드 밀워키 벅스였다. 누가봐도 열세가 예상되던 게임이었지만 큰 경기에 강한 버틀러는 동료들과 함께 용맹하게 맞섰고 결국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었다. 8번 시드가 1번 시드를 꺾은 것은 NBA 역사상 6번째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뉴욕 닉스와의 2라운드 승부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마이애미는 밀워키를 잡아낸 상승세를 살려 첫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지만 버틀러가 빠진채 진행된 2차전에서는 111-105로 아쉽게 경기를 내주고 만 상태다. 버틀러는 1차전 4쿼터 당시 오른쪽 발목에 부상을 입은 상태인데 큰 부상까지는 아닌 것으로 알려져있다.

관건은 언제부터 출격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워낙 팀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라 길게 뛰지는 못해도 나와서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버틀러는 2차전 결장의 아쉬움을 딛고 3차전부터 다시 마이애미의 상승세를 주도할 수 있을까. ‘포기하지않는 꼰대’의 행보에 팬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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