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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사보니스, 어디까지 올라설까?

농구/NBA

by 멍뭉큐라덕션 2023. 5. 2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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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사보니스, 어디까지 올라설까?

기사입력 2023.05.19. 오전 10:31 최종수정 2023.05.19. 오전 10:31

'농구는 흑인 스포츠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농구라는 종목에서 흑인 선수들이 끼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흑인은 탄력과 운동능력 등에서 타인종 대비 뛰어난 기량을 보여왔다. 보통 사이즈가 크면 느리고 순발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흑인 빅맨들같은 경우 이같은 법칙을 거스르는 경우가 많다.

어지간한 타인종 윙포워드 이상으로 뛰고 달리기 일쑤다. 장신도 그럴진데 하물며 단신 흑인 선수들의 운동능력은 타인종 선수들에게 '넘사벽'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180cm안팎의 신장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뛰어올라 슬램덩크를 찍어대는 케이스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를 입증하듯 세계 최고의 무대로 불리는 NBA는 꾸준히 압도적인 비율로 흑인이 지배해왔으며 타인종 슈퍼스타는 역대로 따져도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비중이 낮다.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현지에서 흑인들과 함께 훈련하고 경쟁하는 이들은 백인선수들이다. 아시아 황인들에게 NBA는 멀기만한 무대였으며 최근 들어서야 조금씩 도전이 이뤄지고 있는지라 경쟁이라는 단어를 쓰려면 아직 한참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흑인들과 정면에서 경쟁하며 한시대를 지배한 백인 스타로는 ‘보스턴 셀틱스의 전설’ 래리 버드를 꼽을 수 있다. 버드는 운동능력은 흑인들에 비해 떨어졌지만 강한 체력과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거기에 더해 BQ도 높았다. 슈팅능력, 패싱센스 등 기본기도 탄탄했다. 간판스타로 팀을 이끌며 우승 3회, 3연속 정규시즌 MVP(1984~86)를 차지하고 마이클 조던 이전 역대 최고 선수로 꼽혔던 매직 존슨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바 있다.

어디 그뿐인가. 르브론 제임스가 나오기 전까지 역대 최고의 스몰포워드를 언급하면 무조건 버드가 첫 손가락에 꼽혔다. 하지만 이는 버드가 엄청난 선수였을뿐 백인의 성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버드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껏 그 이상의 선수는 나오지않고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비율적으로는 예전보다 경쟁력있는 백인선수들의 숫자가 많아졌으며 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미국 현지 백인들보다는 유럽선수들의 참여가 본격화되면서 달라진 영향이 크다. 유럽농구는 진작부터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스타일을 만들어내 발전시켰으며 그 과정에서 성장한 다수의 유망주가 NBA무대에 뛰어들어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예전 버드가 그랬듯 운동능력보다는 사이즈와 힘, 팀 플레이, BQ 등을 앞세우고 있는데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속있는 농구를 통해 흑인들이 독점하던 시장에 변화를 가져오는 모습이다.

선봉장은 단연 세르비아산 포인트 센터 ‘조커’ 니콜라 요키치(28‧211cm)와 슬로베니아의 조던 '루카 매직' 루카 돈치치(24‧201cm)다. 각각 덴버 너기츠와 댈러스 매버릭스의 간판스타로 뛰면서 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아직도 한창인 나이 등을 감안했을 때 현재보다 성장할 가능성도 높아서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간다면 버드의 뒤를 잇는 혹은 자리를 위협하는 백인스타가 될 공산도 크다.

도만타스 사보니스(27‧211cm)도 빼놓을 수 없다. 새크라멘토의 간판인 그는 파워포워드 겸 센터로 뛰고있는데 백인 플레이어 기준으로 한다면 랭킹 3위 정도에 위치해 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먼저 2승을 따내는 등 대어를 잡을뻔했으나 7차전 접전 끝에 아쉽게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만약 박빙의 시리즈를 승리로 이끌고 더 높은 곳까지 치고나갔으면 그에 대한 평가는 좀더 올라갔을것이 분명하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스타플레이어들의 경우 플레이오프에서의 활약이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잘하는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아직까지는 요키치와 돈치치의 벽이 너무 높다.

익히 잘알려진데로 사보니스의 부친은 한시대를 풍미한 리투아니아의 영웅 아비다스 사보니스(58‧221cm)다. 사보니스는 버드 이후 리그를 지배할 비 흑인선수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다. 그가 NBA에 입성하던 시절은 역대급 빅맨 전성시대로 불렸다. 하킴 올라주원, 데이비드 로빈슨, 페트릭 유잉, 샤킬 오닐의 4대 센터를 필두로 알론조 모닝, 디켐베 무톰보, 브래드 도어티까지 기량과 개성을 갖춘 쟁쟁한 빅맨들이 위용을 떨쳤다.

백인들의 자리는 거의 없었다. 큰 선수들은 많았지만 기량에서 거기에 미치지못했다. 시카고 불스 2차왕조 당시 주전센터로 뛰었던 룩 롱리는 체격을 앞세워 이른바 몸빵(?) 역할만 했을뿐이고 릭 스미츠, 숀 브래들리, 블라디 디박 등이 어느정도 경쟁력을 과시했으나 정상급으로 분류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때문에 사이즈와 테크닉을 겸비한 유럽 최고의 센터 아비다스에게 상당한 기대가 쏟아졌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전성기가 지나서 NBA에 왔다. 잘하기는 했지만 4대센터급에 비할바는 아니었고 이에 팬들 사이에서는 한창때 뛰었다면 어떤 위력이었을까에 대한 얘기가 심심치않게 흘러나왔다.

부친과 달리 사보니스는 미국에서 태어나 대학교를 다녔으며 유로리그 경험을 쌓고 일찌감치 NBA에서 경쟁을 시작했다. 부친이 그랬듯 빅맨으로서의 기본기가 탄탄하고 거기에 더해 뛰어난 BQ를 앞세운 패싱플레이가 일품이다. 포지션대비 볼핸들링도 준수하고 허슬플레이도 마다하지않는 열정이 돋보이는 승부욕 강한 선수다.

컨트롤타워 역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급형 요키치'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한창때 부친과 비교해 신장, 체중 등 사이즈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꽤 나는지라 매치업 상대를 파워에서부터 압도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작은 사이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친 정도로만 컸으면'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거기에 더해 미드레인지, 3점슛에 대한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정통 빅맨이 아닌 4~5번을 오가는 스몰볼에 최적화된 유형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올시즌 정규시즌에서는 79경기에서 평균 19.1득점, 7.3어시스트(10위), 12.3리바운드(1위), 0.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어쩌면 사보니스는 시대를 잘못 만난 것일지도 모른다. 센터가 약한 시절같았으면 최고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던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리그에는 니콜라 요키치, 조엘 엠비드라는 역대급 센터가 둘이나 버티고 있다. 백인으로봐도 넘버2, 전체로보면 넘버3 혹은 그 아래일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런 상황이기에 더 노력하고 강해질 이유가 되기도한다.

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1순위로 뽑힌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보니스는 잘하기는했지만 엄청난 특급 유망주로 평가 받은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의 앞에는 실력좋고 이름값 높은 존재들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계없이 사보니스는 꾸준하게 성장을 거듭하며 레벨업을 멈추지않는 중이다. 진화하는 빅맨 사보니스가 난적들의 벽을 넘고 부친 이상가는 업적을 쌓아갈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본인제공, 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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