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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즈면 어떠하리…, 반로환동 ‘SK 중대 쌍괴’

농구

by 멍뭉큐라덕션 2023. 5. 2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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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즈면 어떠하리…, 반로환동 ‘SK 중대 쌍괴’

기사입력 2023.05.25. 오전 11:58 최종수정 2023.05.25. 오전 11:58

‘나이가 많다고? 그냥 잘하면 된다’ 서울 SK 나이츠는 올시즌 KCC, KT, LG 등과 함께 대대적인 전력보강이 이뤄진 팀으로 꼽힌다. 그도 그럴것이 챔피언결정전 준우승까지 차지한팀에 통합우승 당시의 주역 ‘영미’ 안영준(28‧194.1cm)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고 올시즌 자신들을 물리치고 우승팀을 차지한 KGC의 간판스타 ‘라이언킹’ 오세근(36‧199.8cm)까지 합류하기 때문이다.

SK가 무서운 것은 이미 안영준, 오세근없이도 올시즌 준우승을 기록한 팀이다는 사실이다. 그냥 준우승도 아니다. KGC와 7차전까지가는 대접전 끝에 아슬아슬하게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특정 선수들 위주로 6강 플레이오프때부터 내달렸던지라 체력적인 부분에서 문제만 생기기않았어도 우승팀의 향방은 바뀌었을 것이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그만큼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SK의 퍼포먼스는 실로 대단했다. 정규시즌 MVP 김선형(34‧187cm)과 최우수 외국인선수 자밀 워니(29‧199cm)의 'MVP 콤비'는 플레이오프 내내 엄청난 위력을 뿜어냈다. 안영준, 최준용이라는 직전 시즌 통합우승 멤버가 없는 상태에서 둘만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는 예상이 많았으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더 강하게 문다’는 말을 연상시킬 정도로 만나는 팀마다 융단포격을 멈추지않았다.

김선형, 워니의 원투펀치에 더해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한 조연이 둘 있다. 이제는 베테랑급에 속하는 허일영(37‧195cm)과 최부경(33‧200cm)이 바로 그들이다. 본래도 잘하는 선수였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높은 공헌도를 보였다. 김선형과 워니의 돌파는 알고도 못막는 수준이었다.

때문에 둘을 봉쇄하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 둘중 하나가 볼을 잡으면 언제든 도움수비를 들어갈 준비를 했고 상황에 따라서는 트리플팀까지 서슴치않았다. 그럴 때마다 허일영은 외곽에서 빈자리를 찾아 끊임없이 움직였고 안에서 나오는 볼을 받아 고감도 3점슛으로 연결시키며 상대 수비진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허일영이 외곽의 지원조였다면 최부경은 포스트인근에서 그러한 역할을 했다. 올시즌 최부경은 확실한 옵션을 하나 더 추가한 느낌이다. 다름아닌 ’받아먹기‘다. 본래부터 개인기가 탁월하거나 득점센스가 빼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찬스가 오면 메이드시키는 능력은 좋았다. 이는 김선형, 워니 등과 맞물려 좋은 시너지를 냈다. 김선형, 워니가 돌파를 시도하면 최부경은 끊임없이 빈공간을 찾아다녔고 수비를 몰아놓고 건네주는 패스를 득점으로 족족 연결시켜냈다.

다음시즌 SK가 더욱 기대되는 것은 안영준, 오세근의 합류로 옵션이 한층 더 늘어났다는 부분이다. 당장 허일영을 안영준, 최부경을 오세근으로 바꿔보면 실감이 날 수 있다. 허일영, 최부경이 받아먹기에 능하다면 안영준, 오세근은 거기에 더해 직접 공격을 창출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다. 허일영, 최부경이 벤치에서 출격한다는 점도 무섭고 안영준, 오세근과 로테이션을 돈다는 부분 역시 상대팀 입장에서는 깊은 난감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관심을 받는 부분은 중앙대 시절 함께 전성기를 이끌었고 지난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우승을 놓고 치열하게 경합했던 오세근, 김선형이 이제는 한팀에서 호흡을 맞춘다는 부분이다. 적지않은 나이를 감안했을 때 ‘끝물’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지난시즌 활약상을 봤을 때는 어림없어보인다.

빼어난 기량에 노련미까지 더해졌는지라 ‘노장치고는 잘했다’가 아닌 ‘그냥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다’라는 표현이 맞아보인다. 김선형은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으며 오세근 또한 팀 우승을 이끌며 챔피언 결정전 MVP에 등극했다. ‘언제적 김선형이고 오세근이냐’고 할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이들을 뛰어넘는 후배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워낙 몸관리에 철저한 선수들인지라 향후 몇 년동안은 ‘제2의 전성기’를 이어나갈 공산도 크다.

둘을 보면 흡사 무협 세계관속 노고수들이 떠오른다.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후학들이 넘어서기 힘든…, 높은 명성을 거부하고 도전장을 내밀어보지만 실력차만 체감하고마는 높은 산같은 존재들인 것이다. 무협 스토리에 빠져있던 팬이라면 ‘쌍괴’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을수 있다. 오랜시간 함께 강호를 떠돌며 혹은 각자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비슷한 능력치의 이들을 묶어서 표현하는 방식으로 자주 언급되기 때문이다.

KBL 무림 세계관에서 중앙대 출신인 김선형과 오세근은 ‘중대 쌍괴’로 표현해도 어울릴듯하다. 김선형은 다혈질과는 거리가 있지만 농구에 임하는 자세와 플레이 스타일만큼은 누구보다도 열정 넘치고 뜨거운 남자다. 풀을 밟으며 달려도 풀잎이 꺾이지 않는 수준의 경공술 ‘초상비(草上飛)’ 신법으로 수비진을 농락하고 한번 열기가 달아오르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화염장(火焰掌)’을 통해 상대 포스트를 활활 태워버린다.

김선형이 불이라면 오세근은 얼음이다. 강인한 인상과 달리 영리하고 냉정하다. 상대의 도발에 쉽게 흥분하지 않고 어지간한 난전 속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않는다. 빅맨은 기둥같은 존재다. 태산이 무너져도 꿈쩍않고 자리를 지키고 상대를 밀어내야 한다. 오세근은 중대시절부터 늘 그렇게 싸워왔다. ‘천근중추공(千斤重錘功)’으로 굳건하게 하체중심을 잡은채 오랜세월 한기를 머금은 ‘빙백장(氷白掌)’으로 자신의 영역에서 날뛰는 상대들을 모조리 얼려버린다.

다음시즌부터 SK를 만나는 팀들은 내외곽을 오가며 돌파쇼를 선보이는 김선형에 더해 힘과 테크닉을 겸비한 전천후 빅맨 오세근까지 상대해야 한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둘다 BQ가 높은 베테랑들이라는 점에서 SK의 경기력은 좀처럼 기복을 타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적으로 개인 커리어와 팀성적을 모두 잡아냈던 두 스타가 한팀에서는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문복주 기자, 유용우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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