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밀 워니, SK 화력 이끄는 최강 흑기사
기사입력 2023.05.26. 오전 08:01 최종수정 2023.05.26. 오전 08:01
서울 SK 나이츠는 KCC, KT, LG 등과 함께 다음 시즌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올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한 전력에 더해 통합 우승 당시의 주역 안영준(28‧194.1cm)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고 올시즌 우승을 놓고 경합했던 KGC 간판스타 오세근(36‧199.8cm)까지 합세했다.
핵심 선수들의 나이가 평균적으로 많다는 것이 변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것에 비쳐봤을 때 2~3시즌은 충분히 우승권 경쟁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외려 과거 실업농구시절 기아자동차가 그랬듯 노련미를 앞세워 그 이상도 가능할 수 있다. SK의 심장으로 불리는 ‘플래시 썬’ 김선형(34‧187cm)과 이제는 한팀이 된 국내 최고 빅맨 ‘사자왕’ 오세근은 누구보다도 자기관리에 철저한 선수들로 잘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이들로부터 이어진 긍정적인 문화는 허일영, 최부경 등 다른 베테랑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풍부한 선수층을 바탕으로 로테이션도 잘 돌아가는 팀인만큼 SK 전성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여기서 선결 과제가 있다. 다름아닌 외국인선수 문제다.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난 만큼 외국인선수가 안정적으로 함께 해줘야만이 비로소 완성된 전력구축이 가능해진다.
그런점에서 SK는 1옵션 외국인선수 자밀 워니(29‧199cm)와의 동행 여부가 무척 중요하다. 2019년부터 쭉 함께하고 있으며 구단 및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은만큼 타리그 이적 등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다음 시즌도 SK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SK 화력의 완성은 김선형과 워니에서부터다’는 말에서도 알수 있듯이 우승권에서 계속 머물기위해서는 워니가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워니는 자타공인 KBL 최고의 외국인선수다. 2019~20시즌 데뷔하기 무섭게 외국인선수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SK팬들은 장수 외국인선수 애런 헤인즈를 이을 새 외인스타가 탄생했다며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다음 시즌이었다. 개인사가 겹치며 제대로 훈련을 하지못한 그는 이전 시즌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코트 안팎에서의 돌출행동도 잦아졌다.
시즌 종료후 SK가 워니와의 재계약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던 이유다. 새로이 사령탑에 오른 전희철 감독은 워니와의 동행을 선택했다. 2년차 시즌은 여러가지 악재가 겹쳐서 그랬을뿐 제대로 시즌을 준비한 워니는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췄다고 믿어의심치않았다. 전감독의 믿음의 농구는 통했다.
이후 워니는 2년 연속으로 외국인선수상을 수상하며 SK의 기둥역할을 확실하게 해냈다. 현재까지 통산 3차례 외국인선수상을 수상했는데 이는 조니 맥도웰, 라건아와 함께 최다 수상 공동 1위 기록이다. 향후 상을 추가하게되면 단독 1위로 올라서게 된다. SK구단과 워니 역시 서로에 대한 신뢰관계가 깊은만큼 다음 시즌 재계약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쉽게 우승 문턱 바로 앞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으나 SK가 올시즌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기록한데에는 워니의 기복없는 득점력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플레이오프 기간 내내 워니는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쇼를 보여줬다.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를 앞세워 묵직하게 포스트업을 치고들어가서 훅슛을 성공시킨 것을 비롯 골밑슛이 실패해도 연거푸 리바운드를 잡아낸 후 우겨넣기로 마무리지었다.
전가의 보도 ’플로터‘도 빼놓을 수 없다. 보통 SK에서 플로터 슛에 능한 선수를 언급하면 김선형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실제로 김선형은 리그를 대표하는 플로터 장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워니 역시 플로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손끝 감각이 뜨거운 날은 마치 ’던지면 들어간다‘는 수준의 정확성을 자랑한다. 수비가 있던 말던 거리가 멀건 가까우건 개의치않고 성공시킨다.
포스트 인근은 물론 자유투 라인 혹은 3점슛 라인 바로 아래서 던지는 경우도 많은데 성공률이 상당하다. 더블팀, 트리플팀 사이에서 성의없이(?) 그냥 휙 던진 것 같이 보임에도 계속해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수비수를 허탈하게 만들어버리기 일쑤다. 득점머신으로 통하는 선수답게 워니는 크고 유연하며 기술까지 좋다.
거기에 파워툴마저 장착했는지라 수비수들이 겹겹이 둘러쌓은 상황에서도 좀처럼 밀리거나 중심을 잃지않는다. 때문에 공격시 안정적인 밸런스에서 슛을 던지는 경우가 많고 당연히 성공률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 에너지 레벨마저 높다. 득점력이 좋다고 몸을 사리면서 어슬렁거리는 것이 아닌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스크린을 걸어주고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참여한다.
그렇다고 나홀로 공격만 하지는 않는다. 시야도 좋은 편인지라 동료 쪽이 비어있으면 무리해서 공격을 고집하지않고 찬스를 봐준다. 현 시점에서 워니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외국인선수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선수 1인출전 제도로 인해 스윙맨, 가드 외인은 어지간히 기량이 좋아도 데려오기 쉽지않아졌다. 골밑수비가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역대 외국인선수 최고 수준의 페인트존 득점력에 육중한 체구에 걸맞지않게 속공시 트레일러 역할이 가능하고 상대팀 빅맨의 공격을 몸으로 버틸 수 있는 수비력을 갖춘 워니는 어느 팀이든지 탐낼만한 자원임이 분명하다. 외곽플레이에서 약점을 지적받고있지만 워니 정도의 중량감을 갖춘 파워 테크니션에게 거기까지 바라는 것은 욕심일지도 모른다.
만약 준수한 수준으로 3점슛을 던지고 외곽수비까지 되었다면 국내 무대에서 볼 수 없었을지 도 모를일이다. 어쨌거나 김선형과의 다이나믹 콤비에 이어 오세근과의 트윈타워도 무난하게 돌아간다면 상대팀들은 SK의 화력을 막기가 더욱 버거워질 것이 분명하다. 최강 흑기사 워니가 다음 시즌에도 SK와 함께하며 기사 군단의 비상을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박상혁 기자, 유용우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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