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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안영준, 기사단 지키는 주연같은 조연

농구

by 김종수(바람날개) 2023. 5. 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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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안영준, 기사단 지키는 주연같은 조연

기사입력 2023.05.27. 오전 09:01 최종수정 2023.05.27. 오전 09:01

최근의 서울 SK 나이츠를 연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누구일까? 의견이야 다양하게 갈리겠지만 상당수는 올시즌 정규시즌 MVP 김선형(34‧187cm)과 최우수 외국인선수 자밀 워니(29‧199cm)의 'MVP 콤비'를 첫손에 꼽을 것이다. KBL 커리어 기준 SK에서만 뛰고 기량과 인기를 모두 검증받은 이유가 크다.

거기에 현재는 다른팀 선수가 되었지만 통합우승 당시 최고의 임팩트를 보여준 최준용(29‧200.2cm)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김선형급은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새로이 합류한 오세근(36‧199.8cm)이 앞으로 몇 년동안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그의 이름 또한 SK 역사에 새겨질 수도 있겠다.

그런가운데 명단에서 빠져서는 안될 인물이 있으니 다름아닌 다음 시즌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영미’ 안영준(28‧194.1cm)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비, 허슬 등 궂은 일에 능하고 공격에서도 뒤를 받쳐주는 역할을 잘해낸바있는 기사 군단의 일등살림꾼이다. 에이스, 돌격대장 유형은 아닐지라도 강팀의 조각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흔해보이지만 은근히 귀한 유형의 선수가 있다. 수비 등 궂은 일에 집중하면서 공격시에는 볼없는 움직임을 바탕으로 지원 사격을 쏠쏠하게 해주는 유형은 모든 지도자와 동료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역대로 봐도 주전급 역량을 지닌 그런 타입의 선수는 많지않았다. 플레이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다운그레이드된 벤치멤버이거나 아니면 공격, 수비 어느 한쪽으로만 특화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찌보면 귀할 수밖에 없다. 그정도 재능과 역량을 가진 선수가 팀을 위해 희생하고 스스로 조연도 마다하지않는 멘탈까지 갖추기는 쉽지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처럼 본인 역량 이상으로 프라이드가 강하고, 주인공이 되고싶어하는 선수가 많은 시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DB 전성기 시절 3&D 플레이어의 정석으로 불렸던 양경민, 수비‧슛‧패스 등 못하는게 없었던 소리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 스타일은 블루워커지만 스타성이 강했던 강병현 등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주연같은 조연들이다.

송교창, 최준용, 양홍석, 문성곤 등 빼어난 포워드들이 워낙 많이 나오는 분위기 속에서 안영준은 다소 묻힌 경향도 있다. 언급한 선수들이 팀내 주축선수로 일찍부터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활약한데 반해 안영준은 스타가 많은 SK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받았던 이유도 크다. 마치 ‘이조추’시절의 추승균을 연상케한다.

안영준은 많은 지도자들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의 선수다. 탄탄한 웨이트에 202cm라는 긴 윙스팬을 가지고 있는 등 포지션대비 신체조건이 좋고 스피드, 파워 등 운동능력 또한 준수하다. 팀내 공격옵션이 많은 상황에서 대인 수비력이 뛰어나고 리바운드 참여도가 높다는 것은 상당한 강점이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다음 시즌 SK는 선수구성에서도 안영준같이 수비와 허슬, 리바운드, 활동량 등에서 공헌할 선수가 필요하다.

올시즌 SK의 주력 공격 루트는 김선형과 워니의 다양한 돌파옵션이었다. 플로터 장인으로도 유명한 두 선수가 전방위로 상대 수비진을 뒤흔들고 거기에서 나오는 파생 효과로 제2의 득점이 함께 창출된다. 대표적인게 최부경이다. 한물갔다는 혹평을 받았던 그는 빈공간을 찾아다니며 받아먹는 득점만으로도 쏠쏠한 활약을 해주며 보조 공격수로서의 역할을 잘해냈다.

다음 시즌에는 김선형, 워니에 오세근까지 합류한다. 더욱이 그런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한데 볼없는 움직임에 능한 안영준은 그야말로 최상의 적임자다. 최부경의 받아먹는 옵션이 골밑인근에만 한정되어있는데 반해 안영준은 내외곽을 오가며 전천후로 활약해 줄수 있다. 준수한 기동력을 살려 속공때 피니셔, 트레일러 역할을 잘해주며 킥아웃패스를 받아 꽂아넣는 외곽슛도 일품이다.

내외곽을 부지런히 오가며 다양한 방식으로 에이스의 공격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다. 그렇다고 안영준이 받아먹는 플레이에만 국한된 플레이어는 아니다. 팀플레이에 맞춰서 간결한 플레이 위주로 움직여서 그렇지 투맨게임, 스탭백, 풀업 점퍼, 미드레인지 능력 등을 고르게 갖추고 있다.

기본적으로 배포가 두둑한 선수라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순간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격의 선봉에 서기도한다. 3번으로서는 흠잡을데 없지만 2번으로 뛸 경우 최준용의 공백이 느껴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공수에서 밸런스가 좋은 선수이기는하지만 보조리딩, 패싱 등에서는 검증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해당 플레이에 대한 경험도 부족하다.

하지만 올해 SK는 최준용 없이도 충분히 패싱플레이가 잘 돌아갔고 김선형, 오세근 등 주축선수들이 워낙 노련하고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다. 구태여 2번 포지션에서 보조리딩에 참여하지않아도 경험많은 오세근 등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최근 농구의 트랜드는 과거처럼 앞선에서 리딩을 책임지는 구조도 아니다. 뒷선에서 할수도 있고 전 선수가 조금씩 나눠서 분담할 수도 있다.

더욱이 안영준도 신인 시절부터 BQ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준수한 링커 역할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을 보인다. 어떤 면에서는 최준용이 나간 지금이 안영준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어쨌거나 해야될 일이 많아졌기에 좀 더 많은 역할을 가져가며 ‘도미뿐만이 아닌 가자미로의 성장’도 욕심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전직 살림꾼 안영준이 더욱 노련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SK 기사단의 주축이 되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박상혁 기자, 유용우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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